단계
모든 꽃이 시들 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하듯이
일생의 모든 시기와 지혜와 덕망도
그때그때에 꽃이 피는 것이며
영원히 계속 될 수는 없다.
생의 외침을 들을 때마다 마음은
용감히 서러워하지 않고
새로이 다른 속박으로 들어가듯이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 한다.
대개 무슨 일이나 처음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다.
그것이 우리를 지키며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공간을 명랑하게 하나씩 거닐어야 한다.
어디서나 고향에 대해서와 같은 집착을 느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정신은 우리를 구속하려 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여주며 넓혀주려고 한다.
우리 생활권에 뿌리를 박고
정답게 들어 살면 탄력을 잃기가 쉽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습관의 마비작용에서 벗어나리라.
죽을 때 아마 다시 우리를 새로운 공간으로 돌려보내서
젊게 꽃피워 줄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편히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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