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키스할 때마다 그것이 이 生의 마지막 입맞춤인 듯
눈을 꼭 감고, 애인의 입 속으로 죽음처럼 미끄러져 들어간다는데
남자는 군데군데 눈을 떠
속눈썹의 떨림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이며
풍경의 변화와 춤추는 체온의 곡선까지 꼼꼼히 체크한다고 하니
누가 시인일까
독자는 여자 편에 설 것이고
시인은 당연히 남자 편에 설 것이다
몰입의 바닥에는 시가 없다
불타는 장작을 뒤집어 불길의 이면을 읽어야 하는 남자여
불쌍한 시인이여
키스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은 시인이거든
그대 당장 독자의 자리로 옮겨 앉아야 하리
그러나 시인의 발바닥은 완전 연소의 재 한 줌도 함부로 밟지 않는다
[詩論, 입맞춤] 이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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