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by Diligejy 2019. 4. 6.

p.25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5)에서 천하의 무자비한 폭군도 극장에서는 타인의 불행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태생적 동정심을 긍정했다. 그런데 한 저자는 저 대목을 거꾸로 읽는다. 극장에서는 태연한 눈물을 흘리는 인간도 자신이 직접 행하는 악덕에는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뜻으로 말이다. "우리가 스스로 야기한 상처에 대해서는 아무런 동정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야기하지 않은 고통 앞에서는 울 수 있어도 자신이 야기한 상처 앞에서는 목석 같이 굴 것이다." (사이먼 메이, <사랑의 탄생>, 문학동네, 2016, 292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자신이 원인을 제공한 슬픔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한다. 이 경우 타인의 슬픔은 내가 어떤 도덕적 자기만족을 느끼며 공감을 시도할 만한 그런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추궁하고 심문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 슬픔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나를 불편하게 할 것이다.

 

p.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여친에게 프로포즈 받다 [우연과 사랑]  (0) 2019.06.23
일본 여친에게 프로포즈 받다  (0) 2019.06.23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0) 2019.02.08
골든아워 1  (0) 2019.01.13
골든아워 2  (0) 2019.01.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