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혁신하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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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아마존에서의 시간을 도제의 시간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안정을 담보로 삶을 저당 잡히는 농노와 마스터로의 과정에 있는 도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평생 있어야 한다면 괴로운 곳이지만 과정으로 보기 시작하니 이보다 감사한 곳일 수 없었다. 과분한 월급뿐 아니라 눈을 들어 살펴보니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늕 곳이었다.
p.88
한번은 아마존에서 잔뼈가 굵은 인도계 여성 프로젝트 매니저가 진행하는 브레인스토밍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아마존의 소셜 커머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앞서 다양한 사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회의였다. 회의가 시작되자 그녀는 짧은 개요와 함께 몇 다발의 포스트잇과 펜, 그리고 직접 구워 온 초콜릿 브라우니 한 접시를 테이블 중앙에 두었다. 이내 그곳에 모인 12명 남짓의 사원들은 자유로이 간식을 먹으며 조용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포스트잇에 적기 시작했다. 하나의 포스트잇에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들어가고 글쓴이의 이름은 적지 않았다.
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테이블에는 각종 아이디어가 적힌 종이들이 수북이 쌓였고, 매니저는 이것들을 한쪽 벽에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여 붙였다. 지위 고하나 목소리 크기에 상관없이 회의에 모인 모든 이의 생각이 가감 없이 취합된 것이다. 회의 후반부에는 이렇게 모인 아이디어들을 함께 리뷰하며 생각을 공유하고, 또 파생되는 아이디어들을 확장했다. 이 과정 중에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이디어임을 밝히고 추가 설명도 하게 되었다. 목표는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회의였지만 기발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은 매니저는 흡족하게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돌아보면 브라우니의 강한 단맛 또한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한몫했는지도 모르겠다.
p.102-104
그는 아마존이 전자상거래의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을 하나 말해주었다. 마이크는 그것을 제품권위라고 불렀다. 그가 화이트보드로 되어 있는 자신의 사무실 한 벽을 가득 채우며 들려준 것은 아마존이 전 세계 제품의 온라인 주소가 될 수 있엇던 뒷이야기였다.
제품권위를 간단히 이해하려면 이베이와 아마존의 메인 페이지로 가서 하나의 제품을 검색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상품을 이베이에서 검색하면 동일한 제품이라도 수많은 결과물이 나오는 반면, 아마존에서는 하나의 제품당 하나의 페이지만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베이에서는 같은 제품이라도 100명의 다른 판매자가 판매하면 100개의 페이지가 존재하지만, 아마존에서는 판매자가 수백 명이더라도 각 제품은 아마존상에서 단 하나의 제품번호와 고유의 페이지를 갖게 된다. 아마존에서는 판매자가 아니라 제품이 페이지에 대한 권위를 가지는 것이다.
마이크의 말에 의하면 아마존도 초기에는 이베이처럼 한 제품의 페이지가 판매자의 수만큼 존재했다. 판매자들은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자신의 상품을 소개할 수 있었고 제품 이미지도 마음대로 골라서 보여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기 상품일수록 형형색색의 이미지와 광고 문구로 도배된 많은 페이지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졌다. 아마존은 고민했다. 과연 이것이 고객을 위한 방식일까? 답은 간단했다. 고객들은 각 제품당 단 하나의 페이지만을 보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사이트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무모하리만큼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나의 제품이 하나의 페이지를 갖게 되면서 만들어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더 이상 고객들은 한 제품을 사기 위해 수많은 페이지들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모든 판매자들의 가격과 신뢰도는 해당 제품 페이지의 한쪽에 정리되었고, 각 제품은 판매자 수와 상관없이 고유한 제품의 이미지와 설명을 공유하게 되었다. 판매자에 따라 제품 설명이 변하는 일도, 현란한 광고성 이미지도 사라진 것이다. 또한 TV를 검색하면 각 TV 모델이 한 번씩만 검색 결과에 보이기 때문에 고객들은 베스트셀러 제품이 무엇인지, 가격이 가장 싼 제품은 무엇인지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 리뷰가 추가되면서 점차 아마존의 제품 페이지들은 누구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오는 각 제품의 가장 객관적인 주소가 되었다.
p.115
유통백서에 따르면 아마존을 방문한 소비자의 구매전환율은 13퍼센트로, 국내 온라인 쇼핑몰의 평균 6.2퍼센트를 두 배가량 웃돌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이런 클릭스트림 데이터 기반 추천 서비스를 아마존 웹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p.121
아마존 대시
p.122~123
아마존은 페이지의 로딩 시간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이미 2008년부터 자체 연구를 통해 로딩이 0.1초 지연될 때마다 판매가 1퍼센트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2012년 조사에서는 로딩이 1초 길어질 경우 연간 자그마치 1.6조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산출했다. 이렇듯 전자상거래에서 페이지 로딩 시간은 고객의 마족도 및 매출과 직결된다. 물론 로딩 시간은 짧을수록 좋지만 수많은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프라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목표가 필요하다. 아마존은 페이지가 0.6초 안에 로딩이 되는 것을 목표로 모든 팀을 채찍질한다. 참고로 눈을 깜빡이는 시간이 보통 0.3초 걸린다.
말은 쉽지만 로딩 시간을 단축하는 일은 더 빠르고 안정적인 자동차 엔진을 만드는 것과 비견될 만큼 어렵고 기술적인 일이다. 소비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아마존의 페이지는 수백 개의 컴포넌트라고 불리는 구성 요소가 동시에 각각 다른 서버를 통해 로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시 말해 검색창, 메뉴바, 추천제품, 광고 등 아마존 페이지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요소들이 독립적이고 병렬적으로 로딩된다. 또한 모든 구성 요소들의 로딩 시간이 빠짐없이 감시되어 기준 시간보다 느리게 로딩이 될 경우 곧바로 담당 팀의 경보가 울린다. 예를 들어 검색창이 기준보다 느리게 로딩이 되면 경보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감지하여 곧바로 해당 팀의 당번 개발자 삐삐가 울리는 것이다.
게다가 아마존 회사 내부 연결망에서 아마존을 디버깅 모드로 접속하면 아마존 사원 누구나 각 구성 요소의 로딩 시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페이지가 느리게 로딩되는 것이 누구의 책임인지가 너무나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더군다나 로딩 시간이 느릴 경우 붉은색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를 쓰고 속도를 줄이기 위해 고민한다. 아마존 내의 각 부서들은 이렇듯 상호 경쟁하면서 촌각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근본적 이유는 하나다. 소비자들이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0.1초의 단축은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종종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0.1초 때문에 올림픽에서 매달의 색이 바뀌고 구글 크롬이 익스플로러의 독점을 빼앗았다.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마존에게 0.1초는 더 나은 고객만족을 향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p.126~127
사실 물건이 반품되어 돌아오더라도 아마존에 가는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 반품된 물건들을 큰 손해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았기 때문이다. 일단 아마존은 애초에 물건을 도매로 구입할 때 반품 처리 비용을 명목으로 벤더들에게 일정한 디스카운트를 받아 해당 비용을 미리 확보해놓는다. 모든 반품된 물건은 켄터키주에 위치한 아마존의 반품 처리 센터로 가게 되는데, 이곳에서 제품 확인 절차를 거쳐 밀봉 제품, 중고로 판매가 가능한 제품, 판매가 불가한 제품으로 구분한다. 중고로 판매가 가능한 제품의 경우에는 정확한 제품 상태의 설명을 넣어 새 제품보다 적당히 낮은 가격으로 다시 판매한다. 포장이 열렸던 제품은 '오픈 박스' 제품으로, 수리가 필요했던 제품은 '리퍼비시refurbished'제품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아마존 창고 세일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재판매되고 있다. 반품되어 돌아온 처치 곤란 제품들을 가지고 성공적 틈새시장을 만든 것이다.
또한 반품이 많은 고객들에게는 자동적으로 이메일을 발송하는데 "고객님께서 아마존에서 최근 한 달간 5개의 물품을 반품하셨는데 혹시 저희가 도울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내용이다. 내용 자체는 굉장히 친절하지만, 아마존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의 반품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p.162~163
체스를 배운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일곱 살 아이가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백전 백승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믿겠는가? 챔피언에게 아주 간단한 핸디캡을 하나만 주면 되는데, 바로 챔피언이 한 수를 둘 때 아이가 두 수를 두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이없어 보이는 솔루션에 아마존의 또 다른 필승 전략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체스 게임처럼 사이좋게 상대의 차례를 기다려주지 않고 많은 일들이 실시간으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경쟁 관계에 있는 각기 다른 전략을 가진 두 회사가 있다고 하자. 한 회사는 심사숙고 후에 가장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한 전략을 택했고 다른 회사는 일단 가장 빠르게 결정하고 이후에 수정하는 전략을 택했다면 어느 회사가 승리할까? 자동차나 전자제품과 같은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첫 번째 회사가 주로 승리할 것이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주로 1년에 한 번씩 신제품을 출시한다. 제품을 한 번 생산하는 것도 오래 걸릴뿐더러 그것을 나중에 변경하는 것은 처음 못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제품에 큰 하자가 있다면 많은 고객들에게 외면을 당해 다음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시대에 들어오면서 이런 공식이 무너졌다. 점진적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생산 속도가 빠른 소프트웨어의 경우 만약 잘못된 프로그램을 배포했다 해도 빠르게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버전의 프로그램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을 '배포'라 하고, 프로그램을 이전 버전으로 되돌리는 것을 '롤백'이라고 부른다. 만약 이 배포와 롤백에 걸리는 노력과 시간이 제로에 가깝다면 어떻게 될까?
p.169
아마존 개발자들은 아폴로를 통해 손쉽게 자신의 컴퓨터에 아마존 웹사이트를 설치할 수 있다. 오늘도 아마존 회사 내에는 수천수만의 복제된 아마존 웹사이트가 각 개발자들의 컴퓨터에서 따로 돌아가고 있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코드를 쓸 때마다 복제된 아마존 웹사이트에 테스트한 뒤 아폴로를 통해 업데이트를 배포한다. 배포 시에 아폴로는 서로 의존성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문제가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주며 배포 후에 자동으로 필요한 테스트를 실행한다. 또 문제가 발견되면 순식간에 이전 버전으로 롤백하여 고객들에게 문제가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이 모든 작업들은 몇 번의 버튼 클릭으로 가능하다.
p.197
프로포절 형식의 6페이지 구조
1) 배경과 질문
2) 질문에 답하기 위한 접근 방식 (누가, 어떻게, 그리고 예상되는 결과)
3) 접근 방식 간의 비교
4) 앞으로 취할 행동,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고객과 회사에 혁신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설명
p.266~269
스트레스는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적용하게 된 나의 방식은 대화식으로 기록하면서 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가 항상 하는 행동은 우선 새로운 문서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새 문서를 만들 때 규칙을 가지고 제목을 지으면 후에 검색할 때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정리 정돈을 잘할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클라우드에 문서를 저장해놓으면 키워드 몇 개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문서를 찾을 수 있어서 나같이 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 편리하다. 그리고 언제나 문서의 가장 윗줄에는 '목표'를 한 줄로 명확하게 쓰고 다음 줄에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더 구체적인 단계들을 보통 4~6개 가량 순서대로 쓴다. 이렇게 글로 목표와 단계를 쓰는 것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한 것과 같다. 경험상 이렇게 목표와 단계를 쓰고 나서 그 일을 해내지 못한 적은 거의 없다. 목표를 글로 쓸 때 비물질 세계의 연기 같은 추상이 비로소 현실 세계로 건너와 나의 무의식의 안내자가 되는 듯하다. 어쩌면 글로 적힌 목표는 내 머릿속의 생각을 꺼내어 현실화시켜주는 SQL과 같은 코드인지도 모른다.
이때부터 내가 일을 진행하는 방식은 단계에 따라묻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는 단순한 과정의 반복이다(일의 성격에 따라 질문과 답 대신에 지시와 행동인 경우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하나의 작은 질문이나 지시를 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은 한 번에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때 복잡해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단순한 덧셈과 뺄셈도 우리는 동시에 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아주 작은 한 걸음만큼의 일을 하는 과정이다. 질문은 '이제 뭘 해야하지?' 같이 아주 바보 같고 단순해도 좋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니 아무런 거리낌 없이 편하게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이 대화 과정을 순차적으로 쭉 기입한다. 글이 있기 전에 말이 있었고 대화야말로 가장 원시적이고 자연스러운 말의 형태라서 이렇게 하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노란 고무 오리 모형에게 말을 하면서 버그를 고친다는 의미의 '러버 덕 디버깅'이라는 말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미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아마존에서도 개발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때 워크 로그라고 불리는 업무 상황 기록을 실시간으로 남기도록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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