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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th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by Diligejy 2022. 8. 29.


p.8

지금은 경험의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하기보다 '의미'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대, 선택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필요해서 하게 되는 소비는 최소화되고, 의미와 경험을 위해 하는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p.10-11

우리는 고객들의 마음을 그들이 디지털에 남긴 데이터를 통해 읽어내야 하는데, 지금까진 'How'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는 프레임과 구체적인 분석 방법론이 부재했다. 그러다 보니 필자가 기업 자문을 할 때 보통 가장 먼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객 데이터는 이것인데, 이걸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고객 경험은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부터 받는다. 이 질문은 틀렸다. 주고자 하는 명확한 고객 가치와 경험 설계가 없고, 목적성 없이 수집된 데이터에서 시작하는 고객 경험 프로젝트는 성공하기가 매우 힘들다.

 

데이터에서 시작하면 고객이 주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What'에 대한 분석은 해답은 찾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 데이터를 무작정 모으기보다는 고객 가치 설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진 후, 그 가치를 주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는 무엇이고, 그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다면 우리가 새롭게 센싱하고 수집 또는 결합해야 하는 데이터를 정의해야 할 것이다.

 

p.14

지난 몇 년 동안 기업에서는 제품 서비스 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 디자인씽킹 프로세스가 유행했다. 디자인씽킹은 한 때 고객 관점에서 페르소나를 설정해서 고객에 공감하고, 고객 여정 맵을 통해 고객의 맥락과 페인 포인트를 찾는 도구로써 검증된 혁신적인 도구라고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고객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품과 관련해서 기존의 맥락이 아니라 새로운 이유를 제시하거나 의미 있는 가치를 주는 고객 경험을 만들고자 할 때, 디자인씽킹은 고객의 구매 여정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가치 제시에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또한 디자인씽킹에서 말하는 페르소나와 도출된 페인 포인트가 관찰이나 영감, 직관에서 도출되다 보니 해당 페르소나의 시장성이나 불편함의 강도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설계된 고객 경험이 구현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해당 니즈의 시장성이나 투자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의사결정자들에게 설득력이 다소 약한 방법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p.35-36

디지털 세대의 소비동기는 제품에 대한 설명과 정보의 무미건조한 나열보다 친숙한 친구의 인스타그램, 자주 보는 먹방 채널의 유튜버를 통한 간접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 

 

p.37

디지털 세대에게 있어 호텔 숙박 소비 기준은 호텔 디럭스룸의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남길 수 있는 추억과 인생샷이다. 기존의 호텔업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호텔 객실의 크기와 인테리어, 청결, 매트리스의 편안함, 어메니티의 향기였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다른 호텔에서도 기본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되어버렸다. 즉, 디지털 세대에게는 기존의 기능적 서비스로는 충분한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디지털 세대의 지갑을 더 열고 싶다면, 디지털 세대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혁신적인 '의미'적 가치를 설계해야 한다. 

 

p.60-62

의미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의 맥락'에 집중해야 한다. 

 

1998년, 이탈리아의 조명 전문기업 아르테미데는 메타모르포시라는 조명을 출시했다. 메타모르포시는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제공했다. 조명의 원래 의미는 '불을 밝히는 용도'다. 그러나 메타모르포시는 사용자의 기분과 니즈에 따라 여러 가지 조명색과 톤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아르테미데는 '사람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고 더 사교적으로 만든다'는 새로운 가치를 갖게 되었다. 단지 불을 밝히는 용도였던 기존 조명의 가치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새로운 가치로 변화하여, 결국 시장의 패러다임까지 뒤바꾼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P&G 페브리즈는 냄새를 없애준다는 기능 중심의 마케팅으로 존재감이 없는 상품으로 부진하다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팀과의 연구 협업으로 제품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상품 중 하나가 되었다. 고객의 청소 맥락에서 청소를 마친 후에 뭔가 축하를 하는 기분으로 페브리즈를 뿌려 집안을 더 '향기롭게' 한다는 의미를 더한 것이다. 단순히 냄새를 없애는 기능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 페브리즈가 나쁜 냄새를 제거한다는 건 여전히 존재하는 하나의 기능이지만, 고객의 청소 맥락에서 찾아낸 '청소 후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향'의 의미로 고객들에게 경험적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우리는 단순히 탄산음료를 마시기 위해 코카콜라를 사기도 하지만, 코카콜라의 한정판 패키지에 적혀있는 '사랑해', '고마워' 문구를 사진 찍어서 친구에게 보내거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 위해 코카콜라를 구입하기도 한다. 코카콜라가 갈증을 해소해주는 탄산음료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 'Share a Coke' 패키지를 선보인 것이 아니다. 코카콜라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의미를 전달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p.65

스타벅스 상품기획팀은 고객이 원하는 굿즈 기획을 위해 고객들이 주말에는 뭘 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고, 어떤 관심사들이 있는지 동분서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우리 고객들이 차박에 열광하는 트렌드가 보이면, 직접 주말에 차박을 하러 가는 것이다. 차박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예쁜 아이템, 예를 들면 예쁜 캠핑 보조 가방이 보이면 이 가방을 만든 회사에 연락한다. 가방에 스타벅스 로고를 넣어 스타벅스 캠핑 굿즈로 출시하기 위해서다. 스타벅스에서 인기 있는 과자와 레몬맛 사탕도 모두 스타벅스가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과자와 사탕 모두 원래 있던 괜찮은 상품들이었고, 이를 스타벅스 상품기획팀이 고객 관점에서 발굴해낸 것이다.

 

p.70-71

사람들이 냉장고를 사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음식을 신선하게 오래도록 저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본질적인 필요가 점점 중요해지지 않고 있다. 필자는 매일 아침 마켓컬리 샛별배송과 쿠팡 로켓프레시로 신선한 야채를 배달받아 원액기로 갈아 마시고 출근한다. 이렇게 신선한 식자재를 아침에 손쉽게 받아볼 수 있는데, 냉장고의 '보관'이라는 기능이 소비의 동기를 언제까지 일으킬 수 있을까? 과거에는 필자도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다 데리고 마트에 가서 일주일 동안 머거을 식자재를 한꺼번에 구매했다. 오프라인 마트에서 대량 구매해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은 주말에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에 쏟아붓는 에너지 시간 대비 고된 과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마켓컬리와 쿠팡 로켓프레시 같은 대안이 등장하면서 그 시간에 재미나 의미 면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더 가치 있는 일을 찾게 됐다.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비싼데, 과연 언제까지 우리 집 면적의 상당 부분을 엄청나게 큰 냉장고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

 

필자가 모 기업과 함께 수행했던 산학과제에서 바로 이 문제를 풀고자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즉, 냉장고의 새로운 의미를 발굴하고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프로젝트였다. 사람들이 냉장고를 인식할 때 재료를 보관하는 '필요'의 소비를 넘어서 어떤 '의미'적 경험을 줘야 할까? 만약 고객에게 이 냉장고를 구입한다는 의미를 "우리 아이에게 성장 발달 상태에 맞는 최상의 이유식을 스타일링 해주겠다"라거나, 혹은 "나의 당뇨병을 더 잘 관리하고 건강을 챙기겠다"는 의미, 또는 "내가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겠다"라는 의미를 경험하게 설계한다면 해당 니즈가 있는 고객들은 돈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이 냉장고를 선택하지 않을까?

 

p.74-75

의미 재설계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한 '가치 창출 재설계Value Creation Re-Architecting'가 필요하다. 기존의 상품 기획 방법이나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는 모두 기능적 가치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적 가치를 위해서는 고객을 이해하는 방법과 기획, 마케팅하는 프로세스까지 모두 재설계되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냉장고의 가치가 새롭게 푸드 스타일러의 의미로 재설계되었다면, 기존의 냉장고 냉각 기능에 집중돼 있는 R&D 인력도 푸드 스타일러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조직의 구조뿐만이 아니다. 냉각 기능이라는 품질 데이터에 집중되어 있는 역량을 고객에게 맞춤혀여 푸드 스타일러의 가치를 줄 수 있도록 고객의 푸드 스타일 정보, 건강 정보 등을 센싱하는 방향으로 데이터 센싱 전략 또한 바뀌어야 한다.

 

p.77-78

고객을 돈을 쓰는 '소비자'가 아니라 '팬'으로 바라보면 경쟁구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팬은 돈을 쓰는 주체가 아니라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주체이며, 이들은 가서어비보다는 이 제품을 사는 의미와 가치에 더 관심이 있다.

 

공기청정기를 산다는 의미가 '우리 집에 둘 공기 청정 능력이 뛰어난 디바이스를 산다'가 아니라 '우리 집에 일어나는 각종 상황에 따라 알아서 공기를 관리해준다'라면 어떨까? 고등어 요리를 할 때 공기청정기의 부스터 기능을 켜는 것을 깜빡하고 나중에서야 탁한 공기를 느끼고 부랴부랴 공기청정기를 세게 돌린 경험은 없는가? 장마철에 창고에 있는 제습기를 굳이 깨끗하게 닦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제습 기능이 켜지고, 거기에 더해 우리 아이가 지금 감기에 걸렸는지까지 고려해서 이에 맞는 공기 질을 관리해 준다면 어떨까?

이같이 '모세기관지염이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해서 알아서 켜지고 꺼지는 공기청정기'와 같은 의미가 고객에게 가치 있게 느껴진다면, 고객은 본인이 필요한 맥락에 대한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그 의미적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에너지와 시간을 쓰게 된다. 예를 들어 오븐이나 쿡탑의 기기의 작동 데이터를 공기청정기에 연결시키거나, 아이가 감기에 걸렸는지 혹은 호흡기 질환이 있는지를 모바일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기청정기에 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공기청정기를 사는 고객을 단순히 돈을 지불하고 끝나는 관계로만 보지 않고, 구매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에너지와 시간을 써서 제품이 가지는 의미를 더 극대화시키는 팬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고객을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명확한 의미를 던져줘야 하고, 가치를 함께 만드는 참여의 프레임을 디지털 세계에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고객은 자신과 우리 집의 맥락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제품 서비스를 떠날 수 없게 된다.

 

p.84

강의를 통해 만난 대표님이 경영하는 중소기업을 자문한 적이 있었는데, 감사의 의미로 딸기를 보내주신 적이 있다. 사이즈도 크고 한 알 한 알 예쁘게 포장된 딸기를 한입 베어무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먹은 딸기는 딸기가 아니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맛있었다. 한 알 한 알 소중히 포장된 모습 덕분인지 잊지 못할 딸기의 맛 덕분인지 아주 기억에 남는 딸기였는데, 이 딸기가 또 먹고 싶어서 상자에 적힌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다. 오가닉미디어랩의 프롬(From)이라는 사이트였다. 프롬에는 내가 경험한 딸기처럼 어느 곳에서도 쉽게 팔지 않는 국내 각 원산지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와 대박인데? 여기 상품 MD는 미친 실력을 가지고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반전은 알고 보니 이 상품을 발굴해내는 사람이 직원이 아니라 '고객'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는 '발굴 중'이라는 섹션이 있었는데, 정말 괜찮은 상품을 만난 고객이 '발굴 중'이라는 섹션에 물건을 찍어서 올리면 상품 MD가 생산지에 가서 검증하고 계약해오는 구조였다.

 

p.86-87

무신사는 패션이라는 확실한 주체와 취향을 공유하는 하나의 공동체다. 무신사에서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단순히 구매자의 역할로 남지 않는다. 리뷰를 통해 적극적으로 상품의 품질과 디테일을 홍보하고 알린다.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고 리뷰를 남기는 것이 특별할 게 없는 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신사의 리뷰 시스템에는 색다른 점이 있다. 바로 소비자가 구매 후 업로드할 수 있는 리뷰의 유형을 다양하게 만들어, 제품의 가치 창조에 고객이 일조하게 만든 것이다.

 

무신사의 리뷰는 해당 상품을 다른 제품과 함께 스타일링하여 전신사진을 찍어 올리는 스타일 리뷰, 소매나 옷감 등 상품 디테일만 찍어 올리는 상품 사진 리뷰, 사진 없이 구매한 제품에 대한 수기글만 올리는 일반 리뷰까지 총 3종류가 있다. 스타일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도, 사진까지는 올리고 싶지 않은 사람도 일단 무신사 플랫폼 안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참여인 스타일 리뷰는 상대적으로 리워드를 크게 준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구매 후 작성한 리뷰에 다른 소비자가 댓글을 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고객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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