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개념

경제뉴스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by Diligejy 2023. 2. 22.

p.8

2023년도 예산안 총지출 증가율은 5.2%다.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을 건전 재정 또는 긴축 예산이라고 홍보했다. 많은 언론은 2017년 3.7% 증대는 정부 주장에 따라 "슈퍼 예산"이라고 하더니, 2023년 5.2% 증대는 "건전 재정" 또는 "긴축 예산"이라고 표현한다. 어떤 언론은 건전 재정을 펼치는 2023년도 예산안을 칭송하고, 다른 언론은 복지 등 서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긴축 예산안이라며 비판한다. 결론은 반대지만, 정부가 홍보한 프레임 안에서 모두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p.21

양도소득세 강화 여부는 다양한 정책 선택의 영역이다. 2020년 현재 1세대 1주택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비과세'가 원칙이다. 1세대 1주택 요건을 채우면 양도할 때 소득(양도 차익)이 발생해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고가 주택(12억 원)의 경우, 고가 주택 기준 초과분에서 생긴 양도 차익에만 과세한다. 즉, 1세대1주택자가 6억 원에 산 주택을 12억 원에 팔아도 단 한 푼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근로소득으로 6억 원을 벌었다면 수천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p.25-26

매년 세입 예산을 발표할 때마다 나오는 기사가 있다. 1인당 세금 부담액이 수백만 원이라는 기사다. 어떤 기사는 1인당 세금 부담액을 "국민 한 사람당 짊어지는 세금 부담"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것은 팩트가 아니다. 우리나라 세수는 우리나라 국민만 부담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세금을 내ㅐ기도 하고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기도 한다. 특히 법인이 내는 법인세는 100조  원이 넘는다. 분자는 '외국인+법인'인데 분모는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정몽준 재산의 오류'도 발생한다. 어차피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약 40%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종합소득세 상위 1%가 전체 종합소득세액의 50%를 넘게 낸다. 이런 상황에서 1인당 세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1인당 채무'라는 개념은 더 기묘하다. 기사를 보면, 국가채무를 국민 수로 나눠 1인당 채무액을 산정한 것 같다. 그런데 국가가 채무자라면 채권자는 누굴까? 국채를 구매한 국민이다. 대한민국 국채 채권자의 80%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채권자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수로 채무액을 나눠 산출하는 1인당 채무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p.31-32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 재정 역할이 중요했던 2020년에도 지방정부 관리 채무 비율(세입 결산액 대비 총채무 비율)은 지속해서 떨어졌다. 채무 증가 속도보다 세입 증가 폭이 더 크다는 뜻이다. 특히 지방정부 채무의 상당 부분은(약 2/3) 지역개발기금채권 형태다. 이는 자동차 등을 살 때 주민이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채권이다. 주민은 강제로 저리의 채권을 사야 해서 손해를 보지만, 지자체는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 그만큼 이득이다. 지역개발기금채권을 많이 발생할수록 지자체의 총부채가 늘어나지만, 재정수입 또한 늘어난다. 다시 말해 부채는 증가하지만, 재정은 건전해진다. 그래서 총부채 증가만으로 지자체 재정을 부저어적으로 평갛나느 것은 옳지 않다. 총채무의 절대 액수보다 세입 결산액 대비 총채무 비율(관리 채무 비율)이 더 중요하다.

 

p.36

기사를 보는 세 부류 방식이 있다. 하수는 내용을 본다. 중수는 출처를 본다. 선수는 바이라인(by-line, 작성자)을 본다.

 

p.39

바쁜 세상에 중수가 되기는 어렵다. 언제 출처를 확인하고 로데이터를 분석할까? 그러나 선수가 되기는 쉽다. 기사 읽기 전에 쓱 하고 바이라인을 한 번 쳐다보자. 만일 기자 실명이 아니라 무슨무슨 팀이라면 더는 읽지 말고 믿고 거르자. 그러면 이 글을 보느라 뺏긴 시간 이상을 보상받을 수 있다.

 

p.42~44

도대체 개발 이익이란 무엇일까? 몇몇 언론에서 토지 등을 개발해서 생기는 이익이라고 뭉뚱그려 말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개발 이익과 관련한 법적 정의는 개발이익환수법에 잘 나와 있다. 개발 이익이란 개발 사업을 통해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한 이득을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토지를 개발해서 5억 원짜리 토지가 10억 원이 됐다. 그렇다고 5억 원이 개발 이익이 아니다. 정상지가 상승분이 만약 1억 원이라면 개발 이익에서 최소한 1억 원을 빼야 한다. 내가 토지를 개발한 것은 개발 사업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여기서 개발 이익은 한 푼도 존재하지 않는다. 개발이익환수법에 따르면, 개발 사업이란 국가나 지자체의 인가, 허가, 면허 등을 통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토지 소유자의 투자에 의한 지가 증가는 개발 이익이 아니다.

 

정리하면, 개발이익이란 "1 - 토지 소유자 자신의 노력 없이 2 - 국가나 지자체의 지목 변경 등 개발 사업으로 상승한 이익 중 3 - 정상적인 지가 상승을 초과한 상승분"으로 정의할 수 있다(국토연구원, <토지에 대한 개발이익환수제도의 개편 방안>). 즉 국가나 지자체가 지목 변경 등 공공 투자를 해서 생긴 이득 중 정상지가 상승을 뺀 이익이 개발 이익이다. 대부분의 개발 이익은 지자체가 지목을 변경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면, 지목이 '임야'인 땅을 지자체가 '대지'로 바꾸면서 얻는 지가 상승분이 개발 이익이다.

 

아무리 광의로 해석해도 토지 소유자의 투자에 의한 토지 가치 증가는 개발 이익이 아니다. 내가 토지를 개발해서 5억 원 토지가 10억 원이 됐다면 개발 이익은 5억 원도 4억 원도 아닌 0원이다. 개발 이익을 50% 환수할지 100% 환수할지에 관한 논쟁은 개발 이익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정의한 이후의 일이다.

'경제 > 개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융공학  (0) 2020.08.25
금융상품에 사인하기 전에 알아야 할 모든 것  (0) 2018.05.18
경제지표 정독법  (0) 2018.05.09
7일 만에 끝내는 환율지식  (0) 2018.03.09
모든 것의 가격  (0) 2018.01.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