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일본소설

은하영웅전설 외전 5

by Diligejy 2023. 7. 2.

 

p.13

전쟁은 재생산으로 매듭지을 수 없는 거대한 소비 시스템이며 죽음과 파괴의 블랙홀을 향해 인명과 에너지와 물자를 무한히 투입하는 불모의 경제행위이다.

 

p.14

"린치 제독의 부인과 입체 TV로 대담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60분 편성이고, 출연료로 1만 디나르를 드리겠습니다. 시청률이 1퍼센트 오를 때마다 러닝 개런티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세상에는 타인의 심장에 뚫린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빨며 살아가는 작자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양이 영웅으로 추앙받는 반면, 도망친 린치 제독의 부인은 아이들과 함께 관사에서 쫓겨나 친정에 모습을 감추고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양의 책임은 아니지만 뒷맛이 씁쓸한 것은 어쩌지 못했다.

 

젊은 여성독자를 대상으로 한 잡지며 방송의 집요한 취재공세에도 양은 진저리를 쳤다. '엘 파실의 영웅'이라는 허명에 동경을 품는 젊은 여성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야 웬리라는 실체를 사랑해줄 사람은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p.17

'성공은 친척과 친구를 대량생산하는 공장이다.' - 이 말은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유명한 속담이다.

 

p.18

3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것은 미담의 영역에 속한 행위이다. 300만의 인생, 300만의 미래가 양의 손에 빛을 보았다. 여기까지는 완전무결한 미담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살아난 300만 명의 미래에 무엇이 기다릴까. 특히 아이들. 중단되지 않고 이어진 인생을 그들은 어떻게 사용할까. 그들 중에서 시민의 복지에 공헌할 인재가 출현할지도 모른다. 범죄자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살아날 책임을 짊어졌다는 뜻이다. 300만 인생이 어떻게 귀결될지, 흥미로운 명제이기는 했지만 양의 힘은 거기까지 미치진 못했다.

 

p.21

인간에게는 상응하는 삶이 있는 법이니, 결국에는 그곳으로 귀결되겠지.

 

p.100

진실은 항상 복수형이지.

 

p.205

승자만이 전투를 논하고, 산 자만이 인생을 논한다. 패자와 죽은 자는 입을 다문 채 말이 없다. 불공평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승자와 산 자까지 입을 다문다면 역사는 후세에 전해지지 않는다. 승자의 기록이 빛을 발하기 때문에 그림자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나타나고, 마침내 역사는 다방면에서 발굴된다. 통속론이라면 통속론으로, 전설이라면 전설로, 기준이 되는 것이 있어야 이의도 존재할 수 있다.

 

p.214

영원 따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인간은 아직도 영원을 추구한다. 우주의 법칙에 등을 돌리는 이 욕구야말로 어쩌면 역사를 계속 만들어오지 않았을까.

 

 

'문학 > 일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rwegian Wood  (0) 2023.10.25
흑뢰성  (0) 2023.08.18
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0) 2023.05.18
은하영웅전설 외전 4  (0) 2023.05.06
백조와 박쥐  (0) 2023.04.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