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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by Diligejy 2016. 11. 7.

p.22

테러리스트들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최면 상태와 같이 의식협착 상태에서 조종되어 테러 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 각오하고 결심해서 테러를 실행했다.


p.23

테러리스트들은 언뜻 보면 엘리트로 혜택 받은 계층에서 자랐고 장래도 유망한 이들이지만 중요한 공통점을 몇 가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테러리스트가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심리 조작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다.


우선 그들은 이상주의적이고 순수한 경향이 강했다. 또한 사회에서 순탄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이 보여도, 실제로는 살아가는 데 고통이나 어려움을 느끼고 또는 사회에서 탈락된 경우도 있지만,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요소를 잠재적으로 갖고 있었으나 주위에서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도 있다.


p.24

그 열쇠는 터널이라는 장치다. 과연 터널이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 터널은 가늘고 긴 통로로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가면 출구까지 빛이 없다. 이 터널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된다는 점과 시야를 작은 한 점에 집중시킨다는 점이다. 터널을 빠져나가는 동안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차단되고, 출구라는 한 점을 향해서 가는 중에 어느 지점에서 시야협착 증상이 나타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평범한 젊은이를 수백 명의 생명을 가차 없이 빼앗는 행위를 태연하게 실행할 수 있는 테러범으로 변모시킨다. 외부로부터 차단된 작은 세계를 마련하고, 하나의 목적만 눈에 들어오는 시야협착 증세를 갖게 하는 것이다.


p.27

작은 집단에서 생활하는 이에게 하나의 생각만을 끊임없이 주입하면, 그 생각은 그 사람 자신의 생각이 될 뿐만 아니라 집단이나 동료에 대한 애착 때문에 그 생각을 뒤집거나 주변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집단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을 희생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집단을 위해 목숨을 바쳐 영웅이 되는 일 외에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길이 없다. 만약 그 길로부터 도망치면 그는 사랑하는 동료를 배신하게 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경멸할 수밖에 없게 된다.


동료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집단 압력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는 자기실현 욕구. 이보다 더 강력한 구동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p.29

아이들이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터널의 폐해를 기억해야 한다. 외부와 접촉하며 다른 행동을 충분히 병행하면서 공연히 서둘러서 어린 나이에 선택지를 하나로 좁히지 않도록, 아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줄 필요가 있다. 딴짓을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거나 돌림길을 가는 듯이 보여도 결국은 그것이 지름길이 된다.


p.33

교단을 탈퇴해서 떠나가는 자들은 적으로 돌아선 배신자였으며,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런 집단의 심리는 두 방향으로 작용한다. 우선, 다음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배신자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펴보며 상호 감시를 하는 심리 상태가 생긴다. 자연스럽게 피해망상의 온상이 된다. 전쟁 중 일본에서도 동네 사람들끼리 '비국민'이 없는지 감시하는 체제가 생겼으며 사람들은 집단적으로 이런 심리 상태에 놓였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배신자가 될 수 없도록 스스로 강하게 억압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배신행위는 가장 역겹고 증오스런 행위라고 교육받고, 주위 사람을 그런 눈으로 감시하던 사람은 자신이 그런 행동을 취하는 데 강한 저항을 느끼기 때문이다.


p.36

자신의 능력에 맞지 않는 일을 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을 때 파멸이 시작되는 법이다.


p.47

이른바 '예스세트'라고 불리는 심리 조작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스라고 대답하도록 질문을 하는 방법이다. 예스라고 대답하는 사이에 '자신을 이해해주고 있구나'라고 느끼고,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말하는 대로 따르기 쉽게 되어 뭐든지 예스라고 대답하게 된다.


요컨대 예스라고 대답 할 만한 질문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취향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가를 미리 알고 있으면 별 어려움 없이 '예스'라고 대답하도록 질문할 수 있으며, 따라서 예스세트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선의를 지닌 사람이 상담역을 맡아서 구매를 결심하게 하는 방법도 심리 조작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p.48

심리 상담을 할 때도 중립적인 위치에 서서 말을 해주어야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나치게 열중해서 한쪽 입장에 편중되어 설득하려고 하면, 오히려 저항하거나 뒤로 물러서게 된다. 아무리 선의를 지닌 사람이라도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말을 해주어야지 의사를 결정할 때나 물건을 구입할 때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여럿이서 설득할 때는 정론을 설파하며 정면으로 부딪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불안하고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다독여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중립적인 역할을 맡은 사람이 망설이고 거부하는 상대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한층 깊은 신뢰 관계를 쌓고 그다음에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p.50

심리 조작은 사고나 감정에 영향을 미쳐서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는 기법이다. 거기에는 반드시 조작하는 사람과 조작되는 사람이 존재하며, 양자의 관계가 대등하지 않은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심리가 조작되는 사람은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으며,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은 이런 강한 믿음을 이용해서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 성적 착취를 일삼는다. 반대로 말하자면 심리가 조작되는 사람이 지불되는 희생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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