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임지섭 대위가 이렇게 얘기한다.
"호열이와 준호에게도 그게 나아요"
준위가 책상을 뒤엎고 난리를 쳐도 꿈쩍도 않던 박범구 중사이지만, 이 말 한마디에 눈이 흔들린다.
생각해보면 굿캅 배드캅 전략인가 싶기도 하다.
임지섭 대위는 마치 박범구 중사의 편인것처럼 등장해서 커피를 건네지만, 임지섭 대위는 박범구 중사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준위와 한 편을 이룬 것이 아닐까.
현실 속에서 박범구 중사같은 부사관이 얼마나 존재할지 모르겠지만, 설령 존재하더라도 쉽지 않다는 걸 드라마는 여실히 보여준다.
# 장면 2
대대장은 준호에게 이렇게 말한다.
"언제까지 TO를 둘 수 없잖아? 응? 그래서 말인데, 그래도 준호가 A급이고 경험도 많으니까 조장을 하고, 세웅이, 조원으로 세웅이랑 같이 해보는게 어떨까 싶어?"
준호는 나지막히
"전 아직 상병도 아니고.."
대대장은 듣지도 않고 노란견장을 찬 신병을 터치한다.
당연히 우렁찬 목소리가 나온다.
"이병 박세욱"
그리고 대대장은 자기의 할 말을 한다.
"괜찮지? 어때 '우리' 준호 생각은?"
이 장면을 보다가 '우리'라는 말에 갑자기 흔들렸다.
군대에서 거의 볼 일 없는 대대장/연대장은 명찰을 보고 '우리' 누구누구 라는 호칭을 즐겨썼다. 어쩌면 이렇게 하도록 교육받는 것일까... 드라마에서 나올정도면 공통 특성이라는 건가.
물론 드라마에서처럼 대대장 사모님을 위해 심부름을 하고, 갑질을 당하는 건 못봤다. 아니 애초에 대대장을 만나는 것 조차 자주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주 소수의 사례이지만, 드라마를 위해 과장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익히 생각하던 대대장의 페르소나를 역사학자가 고증하듯 드라마는 세밀하게 묘사한다. 뭔가 마음이 아려왔다.
# 장면 3
조석봉과 똑같이 당하고 있는 허기영.
조석봉은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
황장수와 똑같은 모습으로 김일석은 이렇게 말한다.
"석봉이 니 새끼들 때문에 뒤진거야. 니 새끼들이 나대서 애 잡고, 우리 특임대들 다 흩어지고, 부대 분위기까지 좆창났는데, 어?"
허기영은 굴하지 않고 한 마디를 한다.
"그런데 왜 피해자인척 하십니까?"
"황장수가 그럴때, 옆에서 같이 괴롭혔잖습니까?"
그의 대사는 아마도 작가의 메시지일 것이다. 신나게 때렸으면서도 피해자인 척할 수 있는, 죄책감을 떠넘길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안준호는 그런 모습을 창문 사이로 유유히 쳐다보고, 죽은 조석봉은 이 장면에서 "준호쿤, 여전히 변한게 없네."라는 말로 DP 전반에 흐르는 냉소를 내뱉는다.
# 장면 4
임지섭 대위는 협상을 위해 배드캅 굿캅을 사용한 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싸인을 앞둔 박범구 중사는 이렇게 묻는다.
"이게 진짜 잘 하는 짓인거죠? 애들을 위해서?"
이 질문에 임지섭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잠시 감정을 다스린 뒤 이렇게 답한다.
"아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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