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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손자병법, 동양의 첫 번째 철학(2)

by Diligejy 2016. 11. 12.

p.107

칠계도 한번 보죠.


첫째, 어느 쪽 군주가 더 도를 지니고 있는가?

둘째, 어느 쪽이 더 하늘과 땅의 이득을 얻었는가?

셋째, 어느 쪽 장수가 더 유능한가?

넷째, 어느 쪽 법령이 더 잘 운영되는가?

다섯째, 어느 쪽 병력이 더 강한가?

여섯째, 어느 쪽 병졸이 더 잘 훈련되어 있는가?

일곱쨰, 어느 쪽의 상벌이 더 명확하고 공정한가?


p.109

전략과 전술 중에 무엇이 중요할까요? 당연히 전략이겠쬬. 궁극적인 지향이고 늘 구성원이 기억해야 하는 목표고 나침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항상 명심해야 할 전략이 있고 난 뒤에야 전략을 실현할 구체적, 세부적 방법인 전술을 만들게 되겠죠. 그리고 전략과 전술은 모두 충분한 사전 준비와 분석 과정 뒤에야 나오는 것입니다. 대체로 손자가 말하는 계는 바로 전략과 전술의 문제라고 이해해도 됩니다.


전략, 계책, 승산은 손자의 말대로 계를 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오사칠계를 비롯해 최대한 많은 요소를 감안하고 점검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죠. 대립하는 상대와 바로 즉흥적으로 싸울 게 아니라 준비를 하고, 대립과 관련된 눈앞의 조건과 비가시적인 요소, 환경도 모두 파악하고, 그러면서 상대와 어떻게 싸움을 벌일 것인가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가 전략이고 전술이고 승산일 것입니다.


p.111

전술은 단순히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이어선 안 됩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과정에 효율성을 줄 수 있어야 전술인 것이죠.


자, 그런데 전쟁에서 인풋 대비 아웃풋을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의 강점과 실實로 상대의 약점과 허虛를 쳐야겠죠. 강점과 약점, 실과 허는 어디에서 파악해야 할까요? 앞서 말한 그 묘당일 것입니다. 자, 이렇게 묘당은 전략도 정하고 인풋 대비 아웃풋을 늘리기 위해 전술도 만드는 곳입니다. 묘당에서 이기라고 말한 손자, 계를 말한 손자는 전략과 전술을 말했고 새로운 사고와 그 사고의 지향을 역설했는데요. 그렇기에 손자가 바로 전쟁사의 시작이며, 병법의 종사인 것입니다.


p.116~117

제갈량諸葛亮(자는 공명孔明)이란 인물이 있었습니다. 촉나라의 승상 제갈량. 촉나라는 국력이 형편없었지만 제갈량 하나로 버티다시피 했는데요. <삼국지>에서 묘사된 것처럼 동남풍을 부르고 비상한 두뇌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 묘수의 천재여서 그랬던 것일까요? 오히려 군사행동 면에서는 제갈량은 예측이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나라와 군대의 법, 원칙, 제도에 충실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그는 작전과 묘수의 천재, 현장에서 발휘되는 임기응변의 귀재가 아니라, 행정과 경영의 천재였습니다. 보급, 관리, 연락, 정보, 피드백 등 조직을 움직이고 관리하는 조직 관리의 천재였죠. 무식이 판을 치고 법보다 주먹, 칼, 폭력이 진리였던 시대에 몇 없는 행정, 경영의 달인이 제갈공명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비란 호랑이의 날개가 된 것이고 촉나라의 기둥이 된 것이죠.


p.125

손자가 강조하는 덕목,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추구한 이상적인 군사적 경지에는 대략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명확히 안다, 확실히 파악한다는 뜻의 '지知', 희생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온전하다는 뜻의 '전全', 나를 완전히 숨긴다는 뜻의 '무無', 상대보다 항상 먼저라는 뜻의 '선先', 능숙하다, 능통하다는 뜻의 '선善'입니다.


p.126

손자가 말하는 지는 단순한 정보를 입수하고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단순히 파악, 인식하라는 게 아니라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확실히 답을 알아내라, 답을 내서 알고 있으라는 의미까지도 갖고 있습니다. 지는 구체적인 지식 정보의 습득입니다. 그리고 그걸 넘어 특정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아내는 것까지 포괄하는 것입니다.


p.127

승저너오계勝戰五計가 있습니다. 손자는 승전오계를 지 하면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는 다음의 질문을 던져보고 그 질문에 답을 내보라고 했습니다. <모공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자, 손자가 말합니다.


승리를 알 수 있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싸울 수 있는지 없는지 알면 승리한다.

둘째, 많고 적은 병력의 사용을 잘 알면 승리한다.

셋째, 위, 아래가 같은 것을 희망하면 승리한다.

넷째, 미리 준비를 하여 준비하지 못한 적을 상대하면 승리한다.

다섯째, 장수는 능력 있고 군주는 개입하지 않으면 승리한다.

이 다섯 가지가 승리를 아는 방법(道)이다.


p.132

전쟁사 전문가인 임용한 선생님이 자주 하신 이야기인데요. 블루오션이란 것은 특정한 사람과 조직에게만 드러나는 것입니다. 장기간 현장을 주시해온 사람에게만, 준비되고 쌓여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에게만 드러나는 독점적인 장인 것이죠.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보인다고 하더라도 도전의 장, 기회는 될 수 없겠죠. 준비되지 않은 자가 기회라고 생각해 어설프게 그 기회에 올라타려고 했다가는 조직과 자신을 망칠 것입니다. 저는 전쟁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준비된 자신으로 싸우려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내가 얼마나 준비됐는가를 냉철히 묻는 게 우선되어야죠. 정말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준비됐는지를. 그것을 지 하지 못하고는 기회를 잡을 수 없고 상대를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p.133

손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공격하라, 상대가 준비하지 못한 곳을.

출격하라, 상대가 생각하지 못할 때에.

이것이 병가의 승전 방법이다.


p.134

손자는 <모공편>에서 말했습니다. "장수는 나라를 보좌하는 자다. 보좌가 주도면밀하면 나라는 반드시 강해지고 보좌에 허점이 있으면 나라는 약해진다"고요. 그러면서 군주가 군대에 해를 끼치는 세 가지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손자가 말한 그 세 가지 경우를 중어지환中御之患이라고 하는데요. 조정의 통제가 초래하는 재앙이라는 뜻입니다.


첫째, 전쟁을 모르면서 터무니없이 지휘를 하는 경우입니다. 분명히 진격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진격을 명령하고 분명히 퇴각하면 안 되는 상황인데도 퇴각을 명령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이는 군대의 손발을 묶어놓는 것입니다.


둘째, 군대 안에서의 사무를 잘 알지 못하면서 군대의 관리에 간섭하려는 경우입니다. 이때 군대 구성원들은 매우 곤혹스러워합니다. 납득이 안 가니까요.


셋째, 각급 군관들의 권한과 능력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인사에 관여하려는 경우입니다. 이러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의심을 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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