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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신군주론

by Diligejy 2017. 7. 10.

p.19~20

정치가로부터 유권자들에게로 권력이 이동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념의 시대가 쇠퇴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선호하며 진보든 보수든 간에 이념적인 틀에 맞춘 뻔한 생각들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당의 이념에 구애받지 않고 대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갈수록 더 각광받고 있다.


p.23~24

정치에 있어 돈보다 메시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간접 민주주의에서 직접 민주주의로 변화해가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본래 간접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들은 누구를 찍을까를 결정할 때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이것저것 따져본다. 그러나 자기 관점이 분명한 유권자일수록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식의 인물 중심의 평가보다 그 대표자가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잘 반영할 것인지를 먼저 따지는, 정책 중심의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인물보다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클린턴이 르윈스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메시지를 가진 후보라면 이미지 같은 외적인 요소에 관계없이 일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게 마련이다.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굳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좋아하게 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 의견에만 동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 후보의 개인 신상이나 이미지보다 그의 정책과 비전이 중심이 될 때, 선거 비용도 적게 들기 마련이다.


p.29

선거란 누가 우리 정부에서 일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 유권자는 누구에게 그들의 권력을 양도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 유권자들은 권력은 양도하지만,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p.29

이미지에 치중하는 광고로는 지속적인 지지 기반을 만들 수 없다. 이미지는 일단 어떤 이슈가 효과를 발휘한 다음에야 조금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부차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p.30

이미지 광고가 짧은 기간 동안 몇몇 사람들을 만족시킬지는 몰라도, 그런 효과가 선거 기간 내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 유권자들은 보다 자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원한다.


p.30~31

선거에서는 이미지 광고보다 특정 이슈에 대한 메시지가 더 효과적일 뿐 아니라, 동시에 후보자의 실제 인간성이나 성격을 더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이슈 중심의 전략만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깐깐해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일한 길이다.


p.31~32

후보자가 논쟁의 한가운데 서서 어떤 이슈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면, 유권자들은 그 주장이 그의 참된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권자는 그가 어떤 입장을 선택했다는 것을 안다. 또한 동시에 상대방이 그를 적으로 지목할 것이며 그의 입장에 반대하는 각종 이익단체들의 공격을 받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우리에게 후보자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주며, 일종의 상징적인 연설과도 같다. 특정 이슈들에 대한 시각이 그 정치인의 전부가 아니라 해도 일반 유권자들의 입장에선 그것이 그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이다.


p.33~34

정치인이 한 가지 이슈를 오랫동안 제기하다 보면 결국 그 이슈가 그 정치인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마련이다. 1995년 내내 의료보험 예산 삭감에 주력한 전 공화당 대변인 뉴트 깅그리치는 '지독하고 냉정한'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긴 반면, 클린턴은 예산삭감을 저지하면서 '합리적이고 마음이 따뜻한'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트루먼 대통령이 공화당이 다수당이던 하원과 정면충돌했던 것은 그에게 강건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케네디는 시민권을 옹호하면서 본래 매우 신중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다'는 평을 듣게 되었다. 존슨은 베트남전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서 '정직하지 못하다'는 이미지를 남겼다. 이렇게 이미지라는 것은 특정 현안에 대하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에 달려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정치가의 특성을 묘사하는 데 썼던 수식어를 기억한다. 우리는 클린턴의 인간미에 찬사를 보내고 깅그리치의 냉정함에 거부감을 느낀다. 여기서 우리가 착각하는 점은 우리가 그 이미지는 기억해도, 그런 이미지를 우리에게 심어준 이슈가 무엇이었는지는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슈는 기억에서 멀리 사라져도, 이미지는 오랫동안 그 이슈의 잔재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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