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
지지자가 적어 선거에서 진다는 말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일뿐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가 아니다. 야당에 투표하는 사람보다 여당에 투표하는 사람이 많아서 여당이 진다는 말은 하나마나 한 소리 아닌가. 어떻게든 전략을 세워 보다 많은 사람이 야당에 표를 주게 만들어야지 단순히 표가 적어서 진다는 말을 늘어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p.12~13
추상적인 사죄나 무의미한 자책은 제대로 된 반성이라고 할 수 없다. 스스로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어떤 지점에서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진단을 내리는 것이 올바른 반성의 시작이다.
p.14
누구나 미래의 약속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지만, 과거에 한 일로 평가받는다.
p.17
제퍼슨은 "비판은 가장 고귀한 형태의 애국"이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비판도 나오는 법이다.
p.42
박근혜는 이명박과 한 울타리에 몰아넣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박근혜는 어떤 의미에서 '탄압'을 당헀고, 박근혜를 따르는 정치인들은 공천에서 학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명박에 대한 공격은 박근혜에 대해서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근혜'라는 구호는 이명박의 실정이 박근혜의 몰락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의 바람을 표현한 것일 뿐 정확한 상황인식을 기반으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없다.
p.50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일을 도와야 하는가.
나중에 깨달았지만, 이 질문은 당연한 것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담긴 것이었다.
p.50~51
박 원장은 아직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나갈지 말지 마음을 굳히지 않은 데다 함께하는 사람들도 이제 모이기 시작한 상태라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미리 역할을 정해놓고 와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그때는 그 대답이 그럴 듯하게 들렸고, 워낙 마음이 급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는데 나중에 이것은 큰 문제가 되었다.
나의 경우에는 초기부터 온갖 다양한 일을 하다가 결국 나름의 역할을 찾았지만 캠프에 합류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일처리 때문에 제자리를 찾지 못해 시간을 허비했다. 특히 필요한 일이 있어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단 사람을 데려다놓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기 때문에 많은 훌륭한 분들 입장에서는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합류했다는 뉴스가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p.75
어떤 일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돕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측근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p.79~80
기자들은 보통 기사를 쓰기 전 '발제'를 한다. 이러저러한 내용의 기사를 쓰겠다는 사전 보고 같은 것이다. 그런 절차를 통해서 언론사는 소속 기자들이 어떤 사안을 취재중인지 파악하고 업무도 배분한다. 물론 중요한 사건이면 거의 모든 매체에서 동시에 기사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특정 사안을 두세 개 매체 소속 기자들이 같은 날 발제한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p.82
선거전에서 네거티브 공세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 상대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도 하지만 캠프 내부를 흔들어 놓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득이다. 네거티브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보통 강온 양론 사이에 논란이 벌어진다. 어떤 사람은 적극적으로 반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무시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p.154
오랜 기간에 걸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할 때는 원래 해오던 일을 다시 열심히 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면 된다. 그런데 기대감으로 순식간에 올라간 지지율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p.167
선거를 비롯한 경쟁의 장에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 전략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설득하거나 상황을 만들어서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p.185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일까지 내부 사람들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일에 대한 열정도 떨어뜨린다. 그러다 보면 우연히 기밀사항을 알았을 때 과시하기 위해서 외부에 발설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만다. 말하자면 지나치게 보안을 강조하다 보면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불신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되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보안을 지키는 데 가장 큰 방해가 된다.
-> 애플 모델이었나?
p.192
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의 책임'을 이해하지 못해서 자신들이 하는 일을 '순수하다'고 착각하는 데 있었다. 말하자면 공식적으로 캠프에서 직책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들인데 반해서 자신들은 아무런 대가나 '자리 욕심'없이 순수하게 돕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실제로 순수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합당 과정까지 관여했던 사람이 선거 캠프 출신 사람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나중에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공정거래위원장이나 시켜달라고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
p.202
잠을 줄여가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서 공적인 일을 하겠다고 나서려면 그만한 준비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선이 끝나고 억울한 마음에 잠 못 이루는 수많은 밤을 보냈으면서도 결국 진심으로 실패의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은 '되고 나서 무엇을 할 지'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p.245
정치를 시작할지 말지는 개인이 결단할 문제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권유하더라도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으면 나서지 않을 수 있고 그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단 뛰어들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혼자 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뛰고 있는 상황에서 동의를 받는 절차도 전혀 없이 느닷없이 그만두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안 의원은 평소에 '나는 빚을 진 것이 없다'는 말을 즐겨했는데 그것은 틀린 말이다. 일단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빚이 생긴다. 아무런 대가 없이 돕겠다고 나선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 그리고 수많은 지지자들은 안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함께한 것이다. 그것은 모두 빚이다.
안 의원은 사퇴 이후 비서실장이었던 조광희 변호사를 통해서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는데, 나는 그 말이야말로 지지자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그럼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권을 잡기 위해서 영혼을 파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p.300
야당이 모든 분야에서 대안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실업률이 높다고 비판하는 야당에게 그러지 말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요구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 방안이 있다면 정부가 시도를 안 해봤을 리 없기 떄문이다. 우리보다 정치 문화가 발전한 선진국에서도 야당에 대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강한 야당이 될 수 있고 선거에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없는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야당의 역할은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곳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지 의제를 설정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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