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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동의? 어 경청]

by Diligejy 2018. 6. 9.

오늘은 유아용 놀이기구 태워주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중1의 남자아이는 봉사활동을 왔다.

외진곳에 있고 봉사활동중엔 핸드폰도 못만지게 하기 때문에
보통은 2명이서 신청하는데 처음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자신은 잘 모른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단다.
그 결과 엄마의 선택으로 매우 먼 길을 왔다고 했다.

계속 서 있는게 안쓰러워 잠시 의자에 앉히려고 했는데
교장으로 은퇴후 봉사활동으로 오시는 어르신이 뭐라고 하셨다. 봉사시간을 수행중인데 왜 앉히냐고.

"애가 계속 서있어서 다리 아파보이길래 앉히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것도 못하면 어떻게 하냐.
열심히 해야 한다, 봉사를 왔으면 제대로 배워야지 등
잔소리를 하셨다.

사실 배울건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도 봉사활동을 하는 중1친구도 놀이기구 타는 애들 안전벨트 매주고 버튼 누르고 벨트 풀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도 열심히 배워야지. 이런걸 열심히 해봐야돼. 등
진지한 표정으로 뭐라고 하시기에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1에게 따라하라고 손짓했다.
눈치가 있었는지 따라했다.

중1에게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게 동의하는건 아냐. 다만 나는 당신말을 듣고 있고 당신 관점에선 그럴 수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것 뿐이야. 앞으로 꼰대를 만나거든 써먹어. 많이 써야 할거야."

중1이 이해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혼자 있는 녀석 말 걸어주고 챙겨줘서 그런지 잔소리를 듣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런 뒤, 쉬는시간에 중1을 사무실로 내려보냈다 하니
또 뭐라고 하셨다. 중1은 봉사활동 왔으니 놀이기구 옆에서 쉬어야 한다고.

거울은 없었지만 아마 내 표정 취두부 먹은것보다 더 썩은 표정이었을 거다.
'아니 무슨 그런 규칙들이 그렇게 많아. 애들한테 돈도 안주고 점심도 안주고 고작 봉사시간 주면서 시부랄 요구하는건 존나게 많네. 적당히 좀 합시다' 속으로 욕 진짜 많이 했다.

중1을 다시 놀이기구 옆에 있게 놔두려니혼자 지루하고 쓸쓸하게 있을 중1이 마음에 걸렸다. 옆에 가서 이리저리 놀아주어야지 라고 하며 그랬다.

"담부턴 이 봉사활동 하지마라. 정말 거지같다. 오늘 느꼈겠지만 니가 스스로 찾아서 선택하지 않고 엄마에게 맡겨놓으면 후회도 많이 되고 버티기 힘들어 그렇지? 입시학원 때문에 바쁘고 하더라도 니 일은 어떻게든 니가 스스로 결정해. 그래야 그나마 버틸거야"

애기는 좀 알아들은 듯 했다.

이렇게 말하는 나 또한 꼰대가 된 느낌이긴 했으나
오늘 알바하면서 본 꼰대보다는 덜 꼰대였다는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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