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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

[무책임함에 화가나서]

by Diligejy 2018. 6. 24.

어떤 일이든 어지간한 일이면 웃으며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그게 습관이 되서 그런지 몰라도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오늘만은 시작하자마자 표정관리를 못했다. 박물관 놀이기구 알바를 하는 중이었다. 안전장치 중 왼발에 시건하는 장치가 놀이기구를 타다가 풀렸다. 너무 놀랐다. 다른 안전장치가 여러개 있기에 큰 사고는 나기 힘들지만 그렇다해도 고객은 놀이기구의 가장 기본인 안전에 대한 불신과 불쾌함을 느꼈을것이다. 또한 세상에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일이 어딨겠는가?

하인리히 법칙이 생각났다. 이건 시그널이라고 생각했다. 주변 봉사자 아주머니들은 태우라고 난리쳤다. 하지만 그분들은 내가 맡은 놀이기구를 책임지는 분이 아니었다. 결국 책임은 나에게 있었다. 시설관리자를 불렀다. 대충 보고 만져보더니 괜찮을거라고 했다.

그래서 시험운행을 해봤더니 또 안전장치가 풀렸다. 어라? 하는 표정을 짓고 좀 만져보더니 내가 한눈판사이 없어졌다.

나는 수리때문에 사라졌겠거니 하고 놀이기구운행을 중단시켰다. 그랬더니 봉사자할머니들(퇴직교직원 출신)이 폭풍잔소리를 시전했다. "운행 중단 허락은 받았느냐, 왜 안받고 니맘대로 하느냐, 운행을 빨리해라, 안그럼 민원들어온다."

퇴직교직원출신이어서 그런거였을까? 실질이나 안전이나 독립적 사고(thinking) 보다는 명분, 규정, 복종, 오지랖이 중요해보였다.

고객의 안전이 민원보다 중요한거 아닌가? 그러라고 알바인 나를 쓰는거 아닌가? 사고나면 일반 민원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후폭풍이 올건데 그건 어떻게 할건가?

이분들 연세와 태도를 보니 안통할것 같았다.
다시 관리직원을 찾아나섰다.
보자마자 욕지기가 올라왔다.
점심시간이라고 점심드신후 탁구치고 있는거였다.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긴 한걸까? 이런 씨x 개xx 겨우 참았다. 협상해야 하니까.

안전상의 문제가 있으니 중지시키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혼자 있어서 교체작업은 할 수 없고 화요일날 고칠 예정이다. 고객의 발을 잘 고정시키고, 고객이 억지로 힘을 이상하게 주지만 않으면 아무일 없을거라고 했다. 그러니 고객에게 주의를 주고 운행하라고 했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그냥 자기일아니라고 민원듣기싫으니 운행하라는거 아닌가. 물론 사고나면 꼬리자르기 들어가겠지. 알바생. 얼마나 만만한 존재인가.

점심먹는데 먹는것 같지 않고 기분이 너무 x같더라.
이런 인간들이랑 일하지 않는게 너무 감사하더라. 그건 그렇고 책임은 있으니 이걸 어떻게든 해결해야했다.

새옹지마라 했던가.
폭풍 무책임 잔소리하던 봉사자할머니들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여기있는 사람들은 민원, 책임을 가장 무서워한다. 그러니 이걸 레버리지로 써서 중단시켜야겠다.'

그냥 민원들어올것같다고 협박하면 안먹힐것 같았다.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 고객의 발이 또다시 빠졌고 계속 이런일이 반복되면 고객이 심한 민원을 넣을것 같으니 중단하는게 좋을것 같다고 했다. 그제서야 생각하더니 중단하자고 말했다. 그것도 사무실에 말해서 확인작업을 마치라고 했다. 사무실에 말했더니 반대로 시설팀의 인가를 받았냐고 물었다.

한숨을 쉬면서 그제야 안도했다.

오늘 참 기분x같지만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마지막 협상이 먹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알바는 안끝났지만 말이다.

P.S
만약 마지막 협상도 안먹혔다면?

☞ 마지노선을 잡고있었다. 이 협상이 안먹힌다면 돈 안받아도 좋으니 비난받아도 좋으니 판엎고 원룸으로 가려고 했다. 고작 몇만원 때문에 부조리를 감내하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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