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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일상

웹프로젝트 1일차 - 좌절의 날

by Diligejy 2019. 3. 27.

좌절의 날이었다 

 

수업도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아파서 지각한 적은 있었다)

앞자리에 앉아 나름 열심히 했고,

 

초반에는 아예 못따라갔지만, 조금씩 논리와 개념을 익히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었다.

 

프로그래밍에 재능이 있다고는 못느꼈지만, 

새로운 개념을 익히고 예전에 배웠던 개념들이 연결되는 그 느낌.

수업 외에 다른 강의를 보면서 조금씩이라도 스스로 뭐 하나라도 해보는 그 느낌을

아주 조금씩 느끼며 이제야 좀 살거 같다 느끼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팀에는 DB담당, 코딩담당, 정보담당, 디자인담당 뭐 대충 이런 담당들이 정해져있는데

나는 코딩담당을 맡고있었다. 이걸 담당한 이유는 단순했다. 잘해서가 아니라 잘하고 싶어서였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이리 와봐." 하면서 이것저것 좀 만지면 해결되는 뭐 그런 걸 상상하며 맡았다.

 

그런 내게 주어진 미션. 

Class Diagram을 작성하라.

 

우리가 2주동안 구현할 회원관리, 게시판, 사진게시판은 정말 간단해보이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변수들과 메소드, 클래스, 인터페이스들이 존재한다. 그 이름을 제대로 정해주지 않으면 나중에 수정하고 연결하느라 고생하기에 Class Diagram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이걸 위해 저번주 토요일에도 모였고 월요일에도 잠시 얘기했고, 스스로도 UML 책을 찾아서 보기도 했다.

근데 도저히 모르겠다. 

 

이유를 생각해봤다.

 

Class Diagram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가?

UML책을 끝까지 보지 않아서 그런것인가?

 

아니었다.

 

Spring과 JSP/Servlet 코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Diagram은 말 그대로 코드를 보기 쉽게 그림으로 그린것에 불과한데,

코드를 빠삭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그릴 수가 없다.

전반적인 흐름이 없는데 어떻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나.

 

그래도 다른 팀원 한명과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짜고 있는데 

이 팀원이 나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이해하고 나름대로 조금씩 구성해나갔다.

오히려 내가 이 친구에게 배워야했다.

부끄러웠다. 이 친구는 조퇴하거나 빠질 때도 많았는데도 금방 구조를 파악하고 나름대로 해결해 나갔다.

이 모습을 보며 자존감이 하락했다.

내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결국 나는 포기했다. 이 친구에게 Class Diagram 짜는걸 떠넘겼다.

부끄럽지만 이게 사실이다.

 

비교하면 안되지만, 비교하게 되었다.

 

1인분의 역할을 못하는 나는 어떤 가치가 있는것인지 고민했다. 교육을 그만둬야하나 라는 생각을 300번은 넘게했다.

 

이런 고민이 더욱 화나는건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누가 나에게 폐를 끼치거나 일부러 갈구는 것도 아니었다. 

팀장형이 갈구지도 않았다.

그저 혼자 일정과 기대치를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에 고통을 받을 뿐이었다.

 

내일은 더 잘해낼 수 있을까. 

 

아침부터 저녁 8시넘도록 해봤지만, 결국 달라진게 없는 하루.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내일이라고 해서 뭔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하루는

이제 조금씩 프로그래밍에 정을 붙여보려했던 내게 너무 매몰찬 느낌이었다.

 

팀 단톡방에 이런 얘기를 남길까 고민중이다.

1주일간 노력해보고 게시판 구현 못하면 1인분 역할도 못하니 교육 그만두고 다른 길 찾아보겠다고.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폐끼치지 않는길이 아니겠냐고.

 

참 우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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