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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정리하는 뇌

by Diligejy 2019. 10. 14.
정리하는 뇌
국내도서
저자 : 대니얼 J. 레비틴(Daniel J. Levitin) / 김성훈역
출판 : 와이즈베리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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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4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데 있어서 대역폭, 즉 정보처리 속도의 제약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누군가가 우리에게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초당 60비트 정도의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우리의 처리속도 한계가 초당 120비트임을 고려하면, 이는 우리가 동시에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을 간신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세 사람이 동시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둘러쌰여 있지만, 한순간에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기껏해야 둘이다! 이렇게 보면 이 세상이 오해로 가득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p.95

핵심 원칙은 이렇다. 기억을 검색할 때 우리의 뇌는 서로 경쟁하는 여러 가지 기억을 체로 치듯 꼼꼼히 살펴 우리가 떠올리려고 하는 특정한 한 가지 기억만 골라낸다. 그런데 비슷한 사건들이 있는 경우, 여러 가지 혹은 기억 전체를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일종의 합성물 또는 포괄적 혼합물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안경이나 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너무나 많은 장소에 그런 물건들을 두었기 때문에 그 모든 기억이 하나로 뭉뚱그려져서 뇌가 적절한 기억을 찾아내는 데 애를 먹는 것이다.

p.105

우리가 감각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정보는 보통 구조와 질서를 가지고 있다. 결코 임의적이지 않다. 살아있는 것, 즉 동물과 식물은 보통 상관관계가 있는 구조를 나타낸다. 우리는 날개, 털, 부리, 깃털, 지느러미, 아가미, 입술 등 동물의 속성을 지각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무작위로 나타나지 않는다. 날개는 일반적으로 털이 아닌 깃털로 덮여 있다. 이것은 세상이 제공해준 경험적 사실이다. 다시 말해, 조합은 일률적으로, 혹은 무작위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어떤 조합은 다른 것보다 개연성이 더 크다. 범주들은 보통 이렇게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새'라는 범주는 그 동물에 날개와 깃털이 있을 것임을 암시한다.

p.115

자기 전공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 특히나 창의력과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뇌 바깥의 주의 시스템과 기억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다. 그중에는 과감하게 저차원적인 기술을 활용해 모든 것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첨단기술을 이용하면 열쇠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위치를 추적할 수도 있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전자 점검표를 만들어 필요한 물품을 빠뜨리지 않았나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쁘고 효율적으로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쇼핑 목록부터 약속 시간, 차기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중요한 것들을 챙길 때 가상의 물건이 아닌 낡은 방식의 실제 물건을 사용할 경우 거기에는 무언가 다른 본능적인 부분이 있다고 한다.이 책을 쓰면서 크게 놀란 점이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펜과 메모지나 카드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손으로 직접 적어 메모를 하고, 이 방법이 요즘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만족스럽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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