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쪽에 파트타임 잡, 파트타임 잡이라고 하지만 어느정도 기간이 보장되는 잡이 오픈되었다고 해서 건너건너 연락을 받았다.
내가 할 수는 없기에 고민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성남에 사는 건태형(가명)이 생각났다.
건태형...
전역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헬스장에서 만난 건태형은 헬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할 일이 딱히없어서 맨날 헬스장에 가던 나는 건태형과 친해지게 되었다.
건태형은 공부를 잘 해서 국립대 사범대 영어, 과학교육 복수전공을 했다. 고시공부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건태형은 지나치게 성실했다. 원래 처음엔 헬스장에 2명의 아르바이트를 두고 데스크 업무와 빨래 및 기타 잡무를 돌아가며 했었지만, 한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두고 건태형만 남으며 모든 관리업무를 건태형이 맡았다. 쉴 시간이 없었다.
물론 일이 많아졌다고 시급이 오르진 않았다. 점심조차 사주질 않았다. 내가 오히려 화가나서 방방 떴다. 체육관 관장이 건태형의 성실함을 호구잡았기 때문이었다.
건태형에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라고 몇 번을 잔소리했는지 모르겠다. 건태형은 알았다 하면서도 말을 듣지 않았다. 답답하지만 그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개강을 했다. 나는 학교로 돌아갔고 건태형은 조금 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결국 그만뒀다.
건태형은 내게 연락해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형에게 쏘아붙였다. "형, 제가 그만두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어요. 왜 그러신거에요. 다른 아르바이트, 학원 강사만 해도 훨씬 편하고 잘 벌 수 있는데 도대체 왜... " 형은 웃으며 "그러게"라고 말했다.
서로 연락할 일이 없어서 연락을 하지 못하다가 엄마일이 터지고 형은 잠시 위로해준다며 수원에 잠시 와줬다. 지갑사정이 여의치않던 형은 편의점 도시락을 사줬다. 그리고 소주한잔 하자며 소주를 샀다.
항상 긴장하고 있던 상황이라 술을 할 수는 없다고 거절했고 형은 내가 머물던 방에서 편의점 도시락에 소주한잔을 하고 돌아갔다.
간간이 연락을 받았는데 서울에 있는 인강업체에서 강사 제의도 오고 잘 될 수 있을거 같다는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좋았다.
빨리 자리잡길 바랬다. 그런데 갑자기 형은 아프신 부모님을 돕겠다며 기회를 걷어찼다고 했다.
형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형, 형이 돈 벌어서 병원비 대드리는 게 훨씬 더 효도에요. 부모님도 그걸 바라실거에요"
"아니야, 그래도 힘드신 부모님이 일하시는데 내가 도와드려야지."
건태형의 부모님은 조그마한 가방 공장을 하신다고 들었다. 거기서 운반작업을 해야 하는데 투병중인 상황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던 거다. 하지만 형이 이렇게 도우면 당장 좋을지 몰라도 집안에 현금이 조금씩 막힐텐데.. 라는 걱정이 들었다.
형은 결국 선택을 밀어붙였고 강사의 길도 접었다.
답답하지만 형의 선택이니 존중했다.
그러다가 사립학교 교사를 지원해서 합격했는데 여기서도 부모님이 마음에 걸려 포기했다고 했다. 할 말을 잃었다. 그토록 원하던 교사였는데 왜 포기했는지... 형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부모님이 투병중이신만큼 오히려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할텐데... 형은 포기했다고 했다.
그렇게 또 연락이 없다가 형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에서 공부중이었는데 바로 달려갔다. 이 형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뭐... 이 형의 스토리는 계속 이런식으로 흘러갔다.
이 형에게 겨우겨우 잡을 제공할 수 있을거 같아... 다행이다.
형 이번엔 제발... 고집 피우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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