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언젠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언젠가 청춘들에게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사례로 들며 "미국애들은 차고에서 벤처를 시작한다. 너네는 뭐하고 있냐. 열정을 다해 도전해라! 실패해도 괜찮아. 도전해" 등의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 분들이 똑같은 말씀을 하실지 궁금하다.
난 그 때도 지금도 아니 지금은 더욱더 생각이 다르다. 스타트업 함부로 하면 안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코파운더끼리 이리저리 해보다 망하는 건 상관없다. 그렇게 도전하기로 한 사람들끼리 망하는 거니까. 리스크 안고 같이 책임지면 된다.
하지만 코파운더가 많다고 해도 코파운더끼리 모든 일을 다 할 순 없다. 그렇기에 직원을 채용하고 투자를 받고 조금씩 회사를 키우게 된다. 스타트업에 취직한 직원들은 각자 나름대로 꿈과 이유를 안고 취직한다. 누군가는 가정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성장속도를 높여서 연봉을 높이기 위해, 누군가는 재미있는 일을 해보기 위해.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직원들은 각자 나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취직한다.
이런 사람들을 이끈다는 건 함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함부로 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하신 분들의 글을 보면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내용이 무조건 나오는데, 다른 건 실수해도 사람을 가지고 실수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니까 노동법을 잘 몰랐다고, 어떤 절차가 있는지 잘 몰랐다고, 어려운 경영 상황이라 그랬다고. 나중에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등의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다. 왜? 사람들의 삶이 걸려있는 거니까. 누군가에겐 애기 분유값이 걸려있고, 누군가에겐 동생 학원비가 걸려있고, 누군가에겐 고시원비가 걸려있다. 그런 소중한 삶을 자기가 어리고 잘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퉁치기엔 사람들의 삶은 너무 중요하다.
직원들은 창업자에게 교보재 되려고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성공스토리에서 '시행착오'라는 이름으로 퉁쳐지기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창업은 아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세무서에 법인 신고만 하면 되니까. 그렇지만 경영을 하고 싶다면, 진짜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면 사람들의 삶을 정말 무겁게 여기고 책임질 수 있겠다는 준비가 되었을 때, 그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뭐도 모르는 분들, 함부로 창업얘기하지마라. 갈 곳 없으면 중동가라던 503 생각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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