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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씨발 정신이 없다.”
씨발 정신은 또 뭐냐는 듯 희수가 양동을 쳐다봤다.
“니는 너무 멋있으려고 한다. 건달은 멋으로 사는 거 아니다. 영감님에 대한 의리? 동생들에 대한 걱정?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하는 평판? 좆까지 마라. 인간이란 게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니가 진짜 동생들이 걱정되면 손에 현찰을 쥐여줘라. 그게 어설픈 동정이나 걱정보다 백배 낫다. 니는 똥폼도 잡고 손에 떡도 쥐고 싶은 모양인데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우리처럼 가진 게 없는 놈들은 씨발 정신이 있어야 한다. 상대 앞에서 배 까고 뒤집어지고, 다리 붙잡고 울면서 매달리고, 똥꼬 핥아주고, 마지막에 추잡하게 배신을 때리고 우뚝 서는 씨발 정신이 없으면 니 손에 쥘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
김언수 [뜨거운 피] 305p
오늘 회사 회식이 있었다. 매일 재택근무만 하기 떄문에 만나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대표님 강의 보조하러 내려온 김에 4명이 만나서 식사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사업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고 오늘 실장님이 제안서 발표한 것과 다른 사업들이 어떻게 진행될 계획인지 등 얘기가 나왔다.
돈 얘기를 했다. 비대면 교육 비즈니스를 어떻게 뚫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의 수익배분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웃으며 대화했지만 사업얘기가 나올 땐 돈에 미친놈처럼 예민했다. 내겐 비즈니스로 돈을 버는 것만큼 중요한 가치가 없다. 멋있지 않더라도 실익이 있으면 최대한 챙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인용한 김언수의 문장처럼 씨발 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책이 좋았던 점이 그거였다. 성공하고 싶다면서 헛망상에 사로잡혀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열정, 노력, 이상, 비전에 사로잡히는 인간 또는 그런 인간을 이용하는 행태에 똥침을 놓기 때문이다.
인간은 '스토리'로 사건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탈렙은 이걸 이야기짓기 오류라 했다) 뭔가 기승전결이 있고 원인은 '평범'한 사람임에도 오직 '열정'과 '노력'만으로 극복했다는 스토리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는 이유없이 일어나는 일도 있고, 운이 좋아서, 혹은 원래 '재능'이 있어서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많다. 통제할 수 없는 변인까지 우리가 다 통제했다는 행복회로를 돌리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 복잡하다.
물론 단순화하면 직관적으로 이해되면서도 재미있다. 강의하기도 좋다. 멋있어보일 수 있다. 누구나 나만큼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만큼 강력한 문구가 어디있을까? 그리고 그만큼 허망한 것도 어디있을까? 지금부터 내가 노력하면 버핏 옹처럼 될 수 있는걸까? 혹시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How to?에 대한 얘기없이 Motivation만 하는 건 가학행위에 가깝다는 저자의 의견에 100% 동의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경영서를 어떻게 대해야 될지 명확해졌다. 이제 경영서를 소설의 일부로 다루면 딱 맞을 듯 하다. 우리는 소설 속에서 인간에 대해 탐구하며 많이 배운다. 그렇지만 소설에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 현실속에 함부로 적용하진 않는다.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이니까. 마찬가지다. 경영서에 있는 내용은 저자의 분석대로 명확하게 증명된 게 아니라 사례를 수집하고 정리했을 뿐 그게 '엄밀하게' 증명된 건 아니다. 그러니 소설처럼 인간과 조직에 대해 배운다고 생각하되 소설보다는 조금 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뿐이다.
특히나 지금 같이 살벌한 시기엔 경영서에 나온 사례처럼 멋있지 않아도 좋다. 강한놈이 생존하는게 아니라 생존하는 게 강한 거라 하지 않나. 뽕에 차오르지도, 자학을 하지도 말고 냉정하게 자신의 자원을 점검하고 우위에 있는걸로 싸우는 게 최선이다. 손자가 강조한 것처럼 싸워서 이기는게 아니라 이겨놓고 싸워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비전이 어떻고 수익이 나면 인류 사회에 공헌 어쩌고저쩌고는 나중에 생각하자. 민주주의는 피를 먹으며 자란다 하지만 회사는 이윤을 먹으며 자라는 동물이다. 이 동물이 배부르면 그 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살아남자. 어떻게든.
아생연후살타.
밑줄
p.14~15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매우 강력한 브랜드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확고한 우위를 지켰기 때문'이다. 이 우위가 있었기에 스타벅스가 선택한 모든 전략들이 최적의 전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고급화를 가격전략의 만능 키로 여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들은 고급화를 통해 경쟁에서 승리한 수많은 기업들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고급화 전략도 애초에 브랜드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아무나, 어떤 상황에서나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p.18~19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의 성공적인 전략으로 선불카드와 스타벅스 앱, 사이렌 오더를 꼽지만, 이는 성공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이용빈도가 낮은 사람들은 굳이 스타벅스 선불카드를 충전할 필요가 없다.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나 유의미한 서비스이다. 스타벅스 앱도 마찬가지다. 자주 찾기에 서비스를 통합한 앱이 의미가 있지, 애초에 이용빈도가 낮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사이렌 오더야말로 결과가 만든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애초에 사람들이 매장에서 줄을 설 정도가 아니라면 등장할 이유가 없다. 즉,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서비스이다. 성공 요인이라기보다는 스타벅스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요인이다.
p.33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실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실패할 확률을 줄이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패를 가정해서는 안 되는 상황, 막연한 이해, 대책 없이 긍정적인 전망 등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실패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할 가능성이 낮다.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p.69
대중에게 자신의 사업 이야기를 하는 자리는 죽어서 신 앞에서 지나간 인생을 고백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들의 비즈니스는 현재 진행형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소비자이다. 따라서 사업가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보여주려는 행동 유인을 가진다.
p.72
매장 면적과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은 가격 차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의 매장은 약 45평 규모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70평 이상의 대형 매장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미국 소비자들보다 매장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매장 면적이 더 넓어야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은 테이크아웃 비율이 비교적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낮은 편이다. 넓은 매장으로 임대료 부담이 큰 데다가 매장 체류시간이 더 길어서 회전율이 낮으므로 우리나라의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더 비싸게 형성된 것이다.
p.189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경쟁에 필요한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것이다. 팬이 있다면 팬을 늘려야 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이용자를 늘려야 한다.
무신사가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웹진은 그 자체로는 큰 수익이 되지 않았지만, 이것이 훌륭한 자원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최대한 더 많은 자원을 호가보하고 늘려나간 상태에서 운을 기대해야 한다. 그 점에서 무신사에게는 운도 작용했다. 웹진은 스토어와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했고, 무신사가 몸담았던 스트리트 패션은 현대 패션을 주도하는 트렌드가 되었으니 말이다.
p.193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서 실력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공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우리의 환상과는 달리, 성공한 기업들의 실제 모습은 성공이 매우 현실적인 것임을 잘 보여준다. 이는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의 성공은 대단한 감동을 주는데, 이는 그런 일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드문 일이란 것은 말 그대로 예외적인 사례로서 절대 보편적인 경우가 아니며, 절대 일반화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예외적인 사례에는 엄청난 운이 개입된 경우가 많다.
우리는 환상 속의 성공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성공을 생각하고 추구해야 한다.
p.193
여기서 한신이 배수진을 친 진짜 목적이 드러난다. 그의 목적은 물을 등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따로 뗴어둔 2천 명의 기병이 비어있는 정형관을 차지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다.
적은 병력이 많은 병력과 허허벌판에서 싸울 경우에는 포위당하기 쉽기 때문에, 병력이 적은 쪽은 적에게 노출될 수 있는 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더구나 한신의 병력은 훈련이 안 된 병사들이 많았으므로 이들이 두려움에 빠져 진형을 이탈하기 시작하면 손실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터였다. 배수진은 이처럼 단기전투에서 적과의 접촉을 줄이고 진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매우 예외적인 상황의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p.199
남들보다 더 나은 출발점을 가졌다는 것은 명백한 우위이다. 비즈니스는 남들보다 우위를 가진 요소로 경쟁하여 승리하는 일이란 것을 생각해보자. 우위가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고, 그것을 통해 경쟁을 유리하게 끌어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자신의 출발점이 남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는 사업가나, 앞선 출발점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괴상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p.208
우리는 부모가 자녀를 위해 돈을 지원하는 것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중상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란 경우, 독립이나 결혼 시에 전세보증금을 지원하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이것이 법적으로 증여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문 듯하다. 현행법상 부모가 성인 자녀에게 10년 내에 5천만 원 이상을 지원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주거나, 증여세를 안 내려면 차용증을 쓰고 적정 금리의 이자를 주어야 한다. 이는 세금에 민감한 자산가에게는 상식에 가깝다.
p.213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보수적이고 위험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음식의 경우에는 위험 기피 성향이 더욱 높아진다. 이제 식사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서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했기에, 무모한 도전으로 한끼 식사라는 즐거움을 망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성향은 그렇더라도, 남들에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충분히 검증된 새로운 것을 찾는다.
p.214
우리는 다른 사회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릴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고 어울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인데, 애초에 접점을 가질 수 있는 장소가 비슷한 교육과 환경이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평가하는 자신의 위치는 결국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 중에서의 위치가 된다. 결국 사회 전체의 평균과 자신의 소속 집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이득과 여러 우위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p.223~224
물론 그 이득과 우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지 여부는 사실 성공 자체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몰라도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시각을 갖추지 못한 사업가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관련 이야기를 할 때이다. 이 경우는 대부분 큰 실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남들에 비해 명백한 우위를 가지고 출발했으면서도 자신에게는 아무런 우위가 없었으며, 오롯이 자신의 노력과 투입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혼자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사업가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러한 발언을 한다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이제 사람들은 과거처럼 노력을 과대포장하는 것에 그리 관대하지 않다. 다른 계층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그런 주장의 문제점을 단번에 짚어낼 수 있다. 이것은 사업가와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늘려도 모자랄 마당에 스스로 깎아먹는 것은 매우 큰 문제이다.
둘째,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전파한다.
남들보다 더 나은 출발점에서 성공의 우위를 확보하고 성취를 이루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폄하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우위를 모두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잘못된 믿음을 널리 전파하는 것은 예비 사업가드로 하여금 무리할 정도로 큰 위험을 부담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p.229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대가를 쉽게 얻은 경우, 사람들은 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성취에서 운의 존재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인격모독이라도 당한 것처럼 화를 내는 사람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이 운 덕분에 쉽게 얻은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노력하고 고생해서 얻은 것이라고 역설하고 싶은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의 감정이 어떻든, 성공에 대한 평가에는 예술점수라는 항목이 없다. 성공에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려면 이러한 감정을 거부하고 정확한 현실을 봐야 한다. 고난과 고생은 그저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과정 중 일부일 뿐이다. 그것이 성공을 정당화하지도 않으며, 성공의 요인은 더더욱 아니다.
p.240
현재가 답답하여 성공 스토리에서 용기를 얻는 것은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통스럽지만, 현재를 다시금 되짚어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감정에 취해 현실에서 잠시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야말로 성공에서 가장 빠르게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p.246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만약 어떠한 사회적 사안이나 문제가 단순해 보인다면, 그것은 당신이 단순하게 이해했기 때문이지, 실제로 단순한 것이 아니다. 이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복잡성을 개념적으로라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성공의 방법을 알고자 한다면 말이다.
확률에 대한 이해는 이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90%의 확률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것을 사실상 100%처럼 인식한다.
이것이 잘 안 와닿으면 '90%의 확률로 100만 원 당첨'은 어떨까? 이건 100만 원을 그냥 얻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응모 횟수가 1회로 제한되어 있다면, 당신은 재빨리 응모한 후에 100만 원으로 무엇을 할지 그려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당첨되지 않았을 경우 현실부정이 시작된다. 어떻게 90%가 아니라 10%에 걸릴 수 있냐며 분노할지도 모른다. 좀 더 감정적이라면 조작이 있는 게 아니냐며 의심할 수도 있다.
p.253~254
하지만 90%의 확률이라는 것은 그 사건이 열 번 중에서 아홉 번 발생한다는 뜻이며, 이는 반대로 열 번 중에서 한 번은 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없이 시행했을 때에 열에 아홉 번은 발생하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90%의 확률은 충분히 높지만, 시행 횟수가 많다면 나머지 10%도 충분히 일어날 만큼 높은 확률이며, 드물지만 단 한 번만에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확률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날씨이다.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며 확률이 80%라는 것을 보고 우산을 챙겨나갔더니, 비는커녕 날씨가 맑았다. 혹은 내일은 흐리고 비 올 확률이 2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하고 우산을 두고 나갔더니, 비가 와서 당황하는 일도 벌어진다. 기상청을 욕하며 "기상청 직원들의 체육대회 날에는 비가 온다더라"와 같은 재미없는 농담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종종 겪는 일이다.
하지만 내일의 날씨는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어떠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가능성을 확률로 표시하면 사람들이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일 맑을 확률이 60%입니다'라고 표시했다고 하자. 이해의 편의를 위해 그림이나 설명으로 단순화해 이야기했다고 하자. '내일은 맑겠지만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을 챙기세요'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질은 확률이다. 비 올 확률이 20%라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지,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운 나쁘게도 낮은 확률에 당첨되는 일은 매우 흔하다.
p.289
한번 성공하면 브랜드, 자본 등에서 우위를 갖게 되고, 이러한 우위가 계속 이어지는 경쟁에서 또 다른 성공으로 이끄는 우위가 된다. 이 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은 더 큰 성공을 위한 '우위의 획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오랜 경력을 자랑하는 성공한 곳들의 성공 이유를 냉정하게 조사해보면, '전부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라는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p.295
환경과 트렌드의 변화는 기존의 우위를 침식시키고 붕괴시킨다. 우위에는 수명이 존재하며, 새로운 우위는 힘을 얻고 오래된 우위는 쇠퇴한다. 이로 인해 평범하게 사업을 운영해오던 작은 곳이 갑작스러운 트렌드의 변화와 유행으로 부각되어 성장하기도 하며, 트렌드가 지나면서 함께 하락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비즈니스 지형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그동안 삼면이 막힌 곳에 진을 치고 정면을 두텁게 하여 경쟁자를 물리쳐왔는데, 불현듯 지형이 바뀌면서 측면이나 후면이 뻥 뚫리는 상황들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런 지형변화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렵기도 하다.
비즈니스의 지형과 우위가 변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비즈니스에서 의외성이 생각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6년 하반기에 벌어진 사드 사태와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추락을 들 수 있다.
저희는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일합니다.
제로 다크 서티 中
p.299~300
우리는 시장의 격변 때 1위 기업이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쉽게 비판하지만,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다. 1위 기업은 그 시장의 상황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이고, 시장 상황이 변화하면 그만큼 포기하고 바꾸어야 할 요소들도 2위, 3위 기업에 비해서 많다. 반면 후발주자는 포기할 것이 적기 때문에 격변한 환경에서 선택을 내리기가 더 쉽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그런 사례였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중국에서도 단단한 법인 영업망과 브랜드를 구축했으며 유통망도더 탄탄했다. 정식 판매망이 아닌, 허가받지 않은 따이공이라는 중개상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상황은 정식 판매 채널에 타격을 주며, 브랜드 관리나 가격전략이 제대로 통하지 않게되므로 장기적으로도 악영향을 줄 수 있었다. 명품 브랜드들이 개인 중개상의 판매를 허용하지 않고 중고가격까지 관리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강력한 브랜드들을 소유했고, 자사 브랜드들이 명품 브랜드처럼 인식되기를 원했다. 게다가 판매 유통망도 탄탄했기 때문에 따이공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했다. 따이공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 맞추기에는 포기하고 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p.307
'평범한', '맨손' 등과 같은 표현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에서 경쟁자보다 빈곤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면,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 셈이다. 만일 경쟁자들보다 뛰어난 부분이 없는데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그것은 엄청난 행운이 따른 덕분이다. 사업에 필요한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할수록 평균적으로 거둘 수 있는 성과는 오른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든 더 많은 자원을 축적하고 활용하여 성공의 축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확률 높은 방식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성공이 감동적이지 않다거나 멋지지 않다고해서 저평가받을 이유는 없다. 성공은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공의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확률 높은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높은 호가률을 추구해도 나쁜 운이 온다면 좌절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에 그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의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p.317
경쟁은 총력전이다. 가진 자원을 모두 활용해야만 성과를 내고 성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모든 자원을 가용해도 모자랄 마당에 스스로 핸디캡을 부여하는 행위는 도움이 될리가 없다.
p.319
해도 되는 실패란 결과 자체가 실패일 뿐, 그 과정에서 전보다 더 많은 경쟁자원을 획득하거나 경쟁자원의 상실이 없는 실패를 말한다.
경쟁자원의 상실이 없다면 다시 도전하고 시도했을 때 전과는 다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실패하는 과정에서 경쟁자원을 더 획득할 수 있었다면 다시 도전했을 때 성공할 가능성도 그만큼 증가한다. 즉, 겉으로는 실패일지 몰라도 성공확률은 증가하는 경우이다.
p.320~321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신이 가진 경쟁자원은 철저하게 지키고 늘려가야 한다. 그것이 성공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이자 다시 기회를 얻는 방법이다. 무의미하게 자원을 날리는 사람에게는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타인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는 더욱 철저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다.
p.325
경쟁에서 승리하고 성공하는 방식은 가까이 있는 경쟁에서부터 이기는 것이다. 모자라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새로운 기술과 변화하는 환경은 언제나 새롱누 기회를 부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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