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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러시아소설

죄와벌 - 상

by Diligejy 2020. 12. 29.

p.12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거다. 다만 겁이 나서 사람들은 모든 일을 망치는 것이다....., 이건 명제와 다름없지.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한 걸음, 자신의 새로운 말, 이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p.25

[존경하는 선생.] 그는 득의만면해서 말문을 열었다. 가난은 죄가 아니라는 말은 진실입니다. 저도 음주가 선행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건 더할 나위 없는 진실이지요. 그러나 빌어먹어야 할 지경의 가난은, 존경하는 선생, 그런 극빈은 죄악입니다. 그저 가난하다면 타고난 고결한 성품을 그래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극빈 상태에 이르면, 어느 누구도 결단코 그럴 수 없지요. 누군가가 극빈 상태에 이르면, 그를 몽둥이로 쫓아내지도 않습니다. 아예 빗자루로 인간이라는 무리에서 쓸어 내 버리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더 모욕을 느끼라고 말입니다. 잘 하는 일입니다. 극빈 상태에 이르면 자기가 먼저 자신을 모욕하려 드니까요.

 

p.70

모든 것은 분명하다.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안락을 위해서, 아니 자신을 죽음에서 건지기 위해서라면 너는 자신을 팔지 않을테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판다는 거다! 사랑하고 숭배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판다는 거다! 바로 여기에 모든 이유가 있었던 거다. 오빠와 어머니를 위해서는 판다는 거다! 모든 것을 파는 것이다! 오, 이런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도덕적인 감정도 짓눌러 버리지. 자유, 평화, 양심, 모든 것, 모든 것을 고물 시장에 내다 파는 거야. 인생은 날아가 버려라! 다만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들만 행복하다면. 더구나 예수회에서 배운대로 궤변을 늘어놓고는 그래야 한다고, 선한 목적을 위해서는 정말로 그래야 한다고 자신을 확신시키고 안심시키는 거야. 우리는 모두 이런 사람들이고, 모든 것은 명약관화하다.

 

p.80

비율이라! 정말 멋진 말이로군. 마음을 아주 편안하게 해주고, 또 과학적이기까지 하거든. 비율이라고 하면, 더 이상 신경 쓸 거라곤 없거든. 만일 다른 용어를 사용하면, 그때는 신경이 쓰일 수도 있어......, 그런데 행여 두냐가 잘못해서 그 비율에 속하게 되면......! 이쪽이 아니라 나쁜 쪽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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