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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러시아소설

암 병동 1

by Diligejy 2019. 9. 4.
암 병동 1
국내도서
저자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 이영의역
출판 : 민음사 201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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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4~45

"가능하면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지금은 시간이 있으니까요. 대학에 들어갈 생각이거든요." 죰카가 말했다.
"그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알아 둬야 할 것이 있어. 학문이 지혜를 더해 주는 것은 아니야."
(아직 어린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는거야, 오글로예드!)
"왜 그렇죠?"
"그냥 그렇다는 거야."
"그럼 우리에게 지혜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생이지!"
죰카는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가 대꾸했다.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내 말 잘 들어봐. 우리 부대에 파시킨이라는 군사 위원이 있었어. 그는 늘 입버릇처럼 학문이 지혜를 더해 주지는 않는다고 말하곤 했어. 물론 사람의 지위가 지혜를 더해 주는 것도 아니지. 어떤 사람들은 별을 하나 달 때마다 지혜도 그만큼 많아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야."
"그럼 학문을 연구할 필요가 없단 말인가요? 저는 동의하기 어려운데요."
"왜 필요가 없겠어? 물론 배워야지. 하지만 이걸 기억해야돼. 지혜는 배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그러면 어디서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어디서냐고? 귀를 믿지 말고 눈을 믿으면 돼. 그건 그렇고 자네는 어떤 학부에 지원하려고 하나?"

p.49

"사람이 백 년까지 살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이런 옛날이야기가 있대요. 언젠가 알라신이 모든 동물에게 수명을 오십 년씩 나누어 주었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니까요. 그런데 인간이 맨 나중에 도착했어요. 그때 하필 알라신에게는 수명이 이십오 년밖에 남아 있지 않았어요."
"25루블짜리 지폐 한 장인 셈이군요?" 아흐마드잔이 대꾸했다.
"그렇지요. 인간은 너무 짧다고 불평했어요. 그러자 알라신이 '그거면 충분해.'라고 했답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부족하다고 계속 불평을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알라신은 인간에게 직접 다른 동물들을 찾아가 여분의 수명이 있으면 얻어 보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인간은 수명을 구하러 갔어요. 처음 만난 동물이 말이었어요. '이봐! 내 수명이 좀 모자라는데, 나눠 줄 수 있겠나?'라고 했더니, '자! 이십오 년을 나눠 줌세.'라고 하더랍니다. 그런 다음 인간은 다시 길을 가다가 개를 만났답니다. '이보게! 나에게 수명을 좀 나눠 줄 수 없겠나?' 그랬더니 개가 '자! 이십오 년을 가져가게.'라고 했답니다. 다시 길을 나서 원숭이를 만나 이십오 년을 얻어 알라신에게 돌아왔더니 알라신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자, 네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니 앞으로 이렇게 살 것이다. 처음 이십오 년은 사람답게 살고, 그다음 이십오 년은 말처럼 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이십오 년은 개처럼 짖으며 살고, 마지막 이십오 년은 원숭이처럼 남의 웃음거리가 되어 살 것이다.'"

p.72
"조엔카, 누가 그걸 알겠어요? 당신이 어디에 있어야 행복하고 어디에 있으면 불행해질지 말이에요. 누가 자신의 행복과 불행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그것을 확신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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