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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한국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by Diligejy 2015. 2. 25.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 2013-09-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늘 지기만 하는 야구, 삼미 슈퍼스타즈와 1980년대후일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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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꼭 같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소설입니다.

저자의 생각이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해도,

어떤 악평이 나오더라도, 같이 읽어보고 싶은 소설입니다.

 

밑줄그은 부분은 너무나 많아서 중후반부 위주로 적어봅니다.

 

p.126 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 프로야구라는 -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물론 정식명칭은 '프로페셔널'인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 평범한 인생을 산다면, 그것이 비록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인생이라 해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큰일이었다. 세상은 이미 프로였고, 프로의 꼴찌는 확실히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p.127 결국 문제는 '평범'의 기준에 관한 것이다.

 

p.129 한 가지 알 수 없는 것은, 만약 그렇다면 - 부유층에는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하거나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얼굴들이 묻혀 있어야 할 터인데, 16살의 내 머리로도 왠지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p.130 소속이 문제였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을 담은 소년이 왜 전철 안에서 조롱을 받는가?

삼미 슈퍼스타즈의 잠바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동창인 조부장에게 왜 굽실거려야 하는가?

삼류 대학을 나왔기 때문이다.

삼촌이 사는 남동구는 왜 개발이 되지 않는가?

소속구의 국회의원이 여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소속이 인간이 거주할 지층을 바꾸는 것이다.

 

p.134 가을이 되면서 내 이름은 학년 전체 석차의 1, 2위를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나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도, 나를 대하는 담임의, 선생들의, 학생주임의, 교무주임의, 교감의, 교장의, 매점 아저씨의, 소사의 태도도 완전히 다라져 있었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p.138~139 6월 항쟁의 '우리'와 대통령 선거일의 '우리'는 같은 '우리'인가?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 '우리'란 무엇인가?

 

p.139 원서를 썼다. 생각보다 갈 만한 학과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우수한 성적에게도, 평범한 성적에게도, 저조한 성적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인생의 진로는 불과 일주일 사이에 결정났고, 4지 선다형의 교육은 4지 선다형의 진로만을 펼쳐놓았다.

원서를 쓰면서, 나는 교육의 목표 역시 '소속'을 가리는 데 있었다는 중요한 비밀을 알게 되었다. 똥배짱이 아닌 이상은,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했다간 큰일이 나는 것이다. 눈치를 깠다면 당연히 타고난 저마다의 '소속'부터 개발해야 한다. 참, 계발(啓發)이었지!

 

p.144 이른바 가장 우수하다는 평을 듣는 집단에서도 이 '소속'의 콤플렉스 앞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사실 그래서, 인간은 절대 평등할 수 없다.

 

p.152 이삿짐센터 : 5xx-2424

리어카이사전문. 리어카염가대여

아아, 곧 허물어질 것이 뻔한 그 벽의 가슴팍에 기대어, 나는 세상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p.181 사람들이 모두 돼지발정제를 마신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우리도 이미 마신건지 몰라. 단지 아직 5분이 지나지 않았을 뿐이지. 신정(新正) 때 집에서 혈투가 벌어졌어. 유산이 문제였지. 할아버지가 물려준 임야가...... 졸지에 개발지역이 되었나봐. 그게 화근이었어. 못 준다. 내놔라. 온갖 욕이 오가고 주먹질이 오갔지. 어머니가....... 싸움을 말리다 쓰러지셨어..... 막내삼촌은 눈을 다치고...... 결국 재판을 할 모양이야. 이해할 수 없는 건 우리나 삼촌이나 다들 먹고 살 만한 집들이란 거야. 실은 남부럽지않은 집들이지..... 난 말리지도 않았어. 다들 미쳤다고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니까. 그 눈빛들은...... 직접 보지 않고선 설명할 길이 없어...... 없다고. 그런데 세상을 둘러보니 다들 그런거야. 다들! 다들 돼지발정제를 마신 것처럼 땀을 흘리고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어.

아무래도 놈들이 원하는 건 돈과의 교미가 아닌가 싶어. 이미 마신 이상은...... 그 끝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거지. 어쩌면 우리가 대학을 간 것도 다 그걸 마셨기 때문이야. 지금은 느끼지 못해도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 여하튼 땀이...... 나고 숨소리가 거칠어질테니까. 내가 왜 이러지? 난 결백해..... 하며 똑같은 짓을 하게 될 거라구. 분명해. 그래, 분명 누군가가 우리에게 그걸 먹였어. 우리가 마셔온 물에, 우리가 먹어온 밥에, 우리가 읽는 책에, 우리가 받는 교육에, 우리가 보는 방송에, 우리가 열광하는 야구 경기에, 우리의 부모에게, 우리의 이웃에게, 나, 너, 우리, 대한민국에게....... 놈은 차곡차곡 그 약을 타온거야. 너도 명심해. 그 5분이 지나고 나면, 우리도 어떤 인간이 되어 있을지 몰라......

 

p.195 평생을 살더라도, 결국 인생의 70%는 바다인 셈이다.

 

p.199 인생은 결국, 결코 잘하리라는 보장도 없이- 거듭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몇 가지의 간단한 항목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 실은 그래서 기적이다.

 

p.235 "처음 널 봤을때.... 내 느낌이 어땠는지 말해줄까?"

"어땠는데?"

"9회말 투 아웃에서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 상황을 맞이한 타자같았어."

 

p.235 "바보야, 그건 볼이었어!"

 

p.235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봐. 공을 끝까지 보란 말이야. 물론 심판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겠지. 어차피 세상은 한통속이니까 말이야. 제발 더 이상은 속지 마. 거기 놀아나지 말란 말이야. 내가 보기에 분명 그 공은- 이제 부디 삶을 즐기라고 던져준 '볼'이었어.

 

p.237 아무리 정정해도, 또 정정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족쇄를 찬 것처럼 힘든 것이다.

 

p.243 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p.243 이제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p.302~303 관건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 뛰지 않는것, 속지 않는 것. 찬찬히 들여다보고, 행동하는 것. 피곤하게 살기는, 놈들도 마찬가지다. 속지 않고 즐겁게 사는 일만이, 우리의 관건이다. 어차피, 지구도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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