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7
부모가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런데 여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녀 양육 책을 집어 드는 시기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라는 점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되어버리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며, 누구와 결혼을 했으며, 어떤 삶을 이끌어가고 있는가 하는 것 말이다. 만일 당신이 머리가 좋고, 근면하고, 교육 수준이 높고, 봉급도 많고, 당신만큼이나 운이 좋은 사람과 결혼했다면, 당신의 아이들도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당신이 부모로서 '무엇을 하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점이다.
스티븐 레빗 <괴짜 경제학> 재인용
p.183~185
부모가 사준 적이 없는 과자를 아이가 먹고 있다. 어디서 났느냐고 물어보니 "친구 엄마가 사줬다."며 어딘가 석연치 않은 대답을 한다. 아이의 말은 사실일 수 있지만, 몰래 사 먹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훔쳤을지도 모른다. 이때 '내 아들을 내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겠어.'하는 생각에 "그랬구나."하고 넘어가는 것은 아이를 정직하게 키우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마츠나가는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네 눈빛만 봐도 아니까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하고 추궁하면 될까? 당연히 그것은 더 나쁘다. 아이가 삐뚤어지기 쉽다. '어디 그럼 다음에도 한번 맞춰보시지.' 하는 식의 반감을 키운다.
이런 문제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난다. 아이와의 관계뿐 아니라 회사에서, 친구 사이에서, 부부 사이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이다. 부하 직원이 거짓말을 할 때 직장 상사로서 어떻게 처신하는지를 보면, 아이의 거짓말에 부모로서 어떻게 처신할지 알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부하 직원의 거짓말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이의 거짓말에도 잘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많은 육아 관련 책을 읽어도 그런 생활과 육아를 딱 잘라서 별개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활은 사건의 연속이고, 각 사건의 메뉴얼을 다 확보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마츠나가는 이럴 때는 사실 확인부터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랬니? 그러면 친구 엄마에게 고맙다고 전화를 해야겠구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숙제가 분명히 있을 텐데 숙제가 없다고 하면 "날마다 숙제를 내주시던 선생님이 웬일로 오늘은 왜 안 내셨을까? 왜 그런지 아니? 모르면 네 친구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슬쩍 말을 꺼내보는 것이 좋다. 진위가 분명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부모는 진위를 반드시 확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제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 의식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갖게 된다. 진위가 의심스러운 일을 직장 상사가 그냥 덮고 넘어가면 부하 직운은 상사를 점점 무시하게 된다. '바보 아니야?'를 넘어 나중에는 부정도 거리낌 없이 저지를 수 있다. 괜찮은 부모의 행동 방침은 괜찮은 상사의 행동 방침 또는 괜찮은 인간의 행동 방침과 원칙 면에서 다르지 않다. 어떻게 꾸중하고, 어떻게 칭찬하고 어떻게 보상하고 하는 것에서 기본 방침이 드러난다. 좋은 인간이라면 좋은 상사 역할을, 좋은 상사라면 좋은 부모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p.186
인간은 성취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고, 성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에이미 추아의 양육 방식이다. 반면, 인간은 성취함으로써 행복할 수 있지만, 조금 덜 성취하더라도 스스로 이룩하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박혜란의 양육 방식이다. 둘 다 일리가 있으므로 어느 한쪽이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p.213~214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는 어떻게 망쳤나, 어제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서 오늘은 어떻게 해야 하나, 스스로 물어봅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입니다. 생존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관용 말고 또 꼽아보라면?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불굴'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절대로! 삶은 뜀박질이 아니라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입니다. 매우 가파른 절벽을 오르는 것입니다. 맨 손톱으로 절벽을 부여잡고 간신히 버티면서 올라가는데, 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립니다. 중간에 떨어져 나간 사람들의 소리입니다. 가장 오래 버티는 사람이 승자입니다! 결승 테이프를 누가 끊느냐의 문제도 아니고, <보이스 오운Boy's Own>잡지류의 모험담도 아닙니다. 자신의 원칙과 결단과 꿈으로 버티고, 참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일찍 포기합니다. 인생에서 실패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은 아는 만큼 큽니다. 실패는 모르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꼭 실패를 해봐야 합니다. 실패란 내 안의 천재적 재능을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내가 못 가본 처녀지로 과감히 내보내는 일입니다. 물론 넘어지겠지요. 당연히 넘어집니다. 그래도 그것이 내 길입니다. 그 길 끝에서 뭔가를 배울 것입니다."
브라이스 코트나이 <위즈덤> 재인용
p.221
평생 어떤 회사에서 일했는데, 어떤 산업에 몸담고 있었는데, 자신이 속한 산업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없어서 잘릴까 전전긍긍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앞으로 닥쳐올 미래가 겁날 뿐 아니라, 그렇게 덧없이 산 과거가 슬프다.
p.243
흔히 사람들은 전략적이고 철학적인 선택을 하길 바란다. 전략적이고 철학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반응은 예측하기 어렵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믿는다면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목표를 뚜렷하게 세워 어떤 일을 확실히 추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왕좌왕하며 정확한 방법을 모른 채 때를 놓치는 사람도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하려는 이유는 어떤 선택이나 의사 결정을 할 때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멘토'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고의 멘토는 전략적인 조언을 주기도 하지만 철학적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략적인 공감은 한 방향일 수 있지만, 철학적인 공감은 쌍방향일 수밖에 없다.
p.254
정치적 전략의 심오함은 인간이 품은 철학의 심오함을 따를 수 없다. 철학은 몸에 배어 있는 것인 반면, 전략은 짜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학의 심오함은 좋은 태도로 드러난다. 좋은 애티튜드는 최선의 전략이다.
p.259~260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 회사와 보험료를 놓고 흥정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단순 접촉 사고로 전치 2주 정도의 비교적 경미한 부상을 입으면 보험 회사가 며칠 뒤 전화해서 합의를 종용한다. 이런 경우 대개 몇십 만 원 수준에서 합의를 보게 되는데, 피해자는 얼마에 합의하는 것이 맞을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개는 보험 회사가 제시한 것에서 별로 차이 나지 않는 금액으로 합의하게 된다. 더 나쁜 것은 보험 회사가 피해자에게 금액을 말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피해자는 과감하게 높은 금액을 부르는 것이 적정한 보상액을 파악하는 유용한 전략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소심하고 정보가 부족한 피해자는 낮은 금액을 부르게 마련이다. 만약 보험회사가 선뜻 그 금액에 동의하면, 피해자는 며칠 동안 자신의 소심함을 탓하며 지내야 한다. 상대가 선뜻 그 금액에 동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왠지 손해 본 느낌, 바보가 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유감스럽지만 그 느낌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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