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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by Diligejy 2016. 10. 12.

p.4

전략적일 수 없다면 철학적이기라도 할 것


p.6~7

엉터리 같은 질문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능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하면 몇 가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첫째,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 인간은 사는 동안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곤 한다. 이를테면 어떤 대학에 가서,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어떤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할 것인지 따위는 인간이 마주하는 크고 긴 갈림길과 같다.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삶이 엄청나게 달라지므로 인간은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고르길 원한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힘이 필요하다. 그것은 직관일 수도 있고, 이성일 수도 있고, 더러는 운일 수도 있다.


둘째,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지 않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인생에서 어떤 사안들은 특별한 정답이 없다.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그 인생을 살아보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지 제 나름의 정교한 프로세스를 거쳐 충분한 시간을 두고 내린 결정이라면 후회가 남지 않는다. 문제는 그 정교한 프로세스가 제대로 된 질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질문만이 인간의 의심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의심해보았다면 인간은 확신할 수 있다. 설령 본인이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별로 상처받지 않는다.


p.8

경제학적 관점에 익숙해지면 '어떤 사랑을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 대신 '이런 사랑을 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말'보다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느냐 하는 '행위'가 더 그 사람을 잘 설명해준다고 믿는 것이다. 비용이 싸게 먹히는 '말'보다는 비용이 비싸게 먹히는 '행위'가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관점에 익숙해지면 '이런 사랑을 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 보다는 '이런 결혼을 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이 인간을 파악하는 더 좋은 질문임을 알게 된다. 또 다른 기회가 열려 있는 사랑보다는 살면서 한 번밖에 할 수 없다고 믿으면서 하게 되는 결혼에 더 정교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p.9

경제학적 과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큰 실익은 여느 사람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렇게 볼 수 있는 능력을 통해 현상을 이해하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p.13

"사람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다면 설사 졌다 해도 상처 입지 않아요."


-무라카미 하루키 <침묵>


p.19~20

사람들은 차별 없는 세상이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차별 없는 능력 위주의 세상은 매우 불평등하다. 흔히 차별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차별 없는 세상을 가져온 것으로 여기지만, 차별은 경쟁이 심해지면서 비로소 줄어들 때가 오히려 많다.


차별이라는 행위는 힘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차별하고 차별받는 것은 일종의 권력 관계다. 누가 누구를 차별하는 것을 힘으로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를 통해 차별을 멈추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차별의 편익보다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인류 역사에서 차별의 해소는 경쟁의 심화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졌다. 다른 인간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차별이라는 행위에도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차별 행위의 비용을 인식하게 된다.


p.22

2011년 말에 일어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Occupy Wall Street'은 소득 불평등 심화와 높은 실업률 그리고 월스트리트 사람들의 탐욕에 대해서 항의하는, 미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시위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시위를 주도하고 여론 형성에 앞장선 대졸자들이 알고 보면 지난 30년에 걸친 사회 변화의 수혜자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7년 대졸자 실업률은 2퍼센트에 머물렀지만, 2011년 11월 대졸자 실업률은 7퍼센트에 이르렀다. 그러나 미국의 대졸자 실업률은 15퍼센트에 가까운 고등학교 중퇴자 실업률과 비교하면 아주 낮다. 말하자면 대졸자 실업률이 치솟은 것은 맞지만, 대졸자의 실업률은 다른 학력 그룹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시위 참여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대학생들이 주장하는 학자금 대출의 부담 또한 마찬가지다. 연방 정부가 이자를 보조함으로써 1990년 이후 대출 학자금의 상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p.24

부의 집중보다 대부분의 사람이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더 큰 문제는 교육 수준과 기술 수준에 대한 불평등의 심화다. 최상위 계층으로 부가 편중되는 것을 해소함으로써 얻는 개인의 편익은 크게 와 닿지 않는 반면, 교육과 기술 수준에 따른 불평등이 확대될 경우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때 체감하는 소득 수준의 하락은 클 뿐 아니라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 소득세에서 누진 성격을 강화하거나 저소득층의 복지 혜택을 늘리는 정책은 세금을 높여 사회의 총 후생은 감소시키고 정치적인 긴장감을 높이기 때문에 현실 속에서 심각한 사회 이슈가 되기 전까지는 보수주의자들의 양보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높은 생산성을 지향하면 할수록, 경제의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결국 인적 자본 투자의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 계층의 교육 기회가 낮아지면 소득 격차는 결코 줄어들 수 없다. 소득 불평등 문제를 풀어가는 근원적인 정책으로서 앞으로 교육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미국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의 개혁 정책이 의료보험과 금융 개혁을 넘어 교육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p.28~29

구체적인 피해자가 없는 범죄를 무겁게 다스리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첫째, 진짜 심각한 다른 범죄를 제대로 단속할 수 없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사법권의 재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마약 범죄에 지나치게 많은 돈과 시간을 쏟으면 실체적인 피해자가 존재하는 살인, 강도, 강간, 사기 같은 범죄를 다룰 인력이 부족해진다.

둘째, 마약 거래를 불법화하고 중죄로 다스릴수록 마약 값이 비싸져서 더 많은 사람이 범죄를 일으킨다.


p.141

자신이 결혼하고 싶은 상대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는 분위기라면, 오히려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을 사로잡을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인생을 슬기롭게 사는 바람직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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