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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자

현명한 투자자

by Diligejy 2023. 8. 16.

p.15

건전한 투자의 기본 원칙은 10년, 20년이 흘러도 변하면 안 되지만, 금융 시스템과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 기본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은 수정해야 한다. 

 

p.17~18

실적을 보면, 높은 보수를 받는 펀드매니저들이 제시하는 단순한 사업에 대한 단기 전망조차 완전히 빗나가기 일쑤다. 

 

한편 이런 방식으로 펀드매니저들이 투자한 IBM에서는 좋은 실적이 나오긴 했지만, IBM은 주가가 매우 높은데다가 향후 성장률을 확신할 수가 없어서, 펀드 편입 비중이 예컨대 기껏해야 3%에 불과했다. 따라서 어렵게 발굴해낸 탁월한 종목이 펀드 실적에 기여한 바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게다가 IBM을 제외하면 펀드매니저들이 투자한 컴퓨터 회사들 다수는 실적이 좋지 않았다. 위 두 가지 사례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

 

1. 성장 전망이 확실하다고 해서 투자 수익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2. 전문가들조차 가장 유망한 산업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을 선정해서 집중 투자할 방법은 없다.

 

p.19

내가 지불하는 가격과 내가 받는 가치를 비교하는 습관은 투자에 더없이 유용한 특성이다. 나는 여러 해 전 여성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향수가 아니라 식료품을 사듯이 주식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말로 끔찍한 손실은 가격을 따지지 않고 산 주식에서 발생했다.

 

p.33

이런 경고는 아무리 자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해서 다시 말하는데, 단기 이익을 바라고 신규 상장주식이나 인기 종목을 사는 방식으로는 초과 실적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거의 틀림없이 평균 실적에도 못 미칠 것이다. 방어적 투자자는 재무제표가 건전하고 장기간 이익을 기록한 우량기업 주식만 매수해야 한다. (유능한 애널리스트라면 누구나 이런 종목 리스트를 제시할 수 있다.) 공격적 투자자라면 다른 유형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지만, 현명한 분석을 통해서 분명히 유리하다고 밝혀진 주식을 사야 한다.

 

p.35-37

투자자가 장기/단기 종목 선정 과정에서 마주치는 걸림돌 두 가지는 실수와 경쟁이다. 투자자의 예측은 빗나갈 수도 있고, 설사 예측이 적중하더라도 이미 시장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을 수도 있다. 기업의 당기 실적은 이미 투자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에 불과하며, 내년 실적 역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다른 사람들도 이미 충분히 검토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주로 당기 실적이나 내년 예상 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종목을 선정하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이미 똑같은 판단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장기 종목 선정에서도 투자자가 마주치는 걸림돌은 기본적으로 똑같다. 앞에서 항공운수 산업의 사례로 설명했듯이, 장기 예측은 완전히 빗나갈 가능성이 단기 예측보다 훨씬 크다. 장기 예측은 전문가들도 빗나가기 일쑤이므로, 투자자의 예측이 적중하면 이론상으로는 큰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이론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애널리스트의 전문 영역인 장기 실적 예측 분야에서 이들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공격적 투자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므로 다소 당혹스럽겠지만 합리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지속적인 초과 실적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투자자는 (1) 본질적으로 건전하고 유망하며, (2) 월스트리트에서 인기가 없는 전략을 따라야 한다.

 

그러면 이런 전략이 과연 존재할까? 이론상으로는 존재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많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투기 종목은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주식시장도 자주 그러지만, 일부 개별 종목은 항상 과도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뿐만 아니라 대중의 부당한 편견이나 관심 부족 탓에 저평가되는 종목도 있다. 더 나아가 트레이딩에 참여하는 사람들 (이하 트레이더) 중에는 종목 구분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이 책에서는 가격과 가치가 괴리되었던 사례를 수없이 다룰 것이다. 따라서 숫자 감각을 갖춘 현명한 투자자라면,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이용해서 소풍을 즐기듯 초과 실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보기만큼 쉽지는 않다. 소외당해서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하면, 대개 장기간 인내심을 시험받게 된다. 반면 인기 과열로 고평가된 종목을 공매도하면, 용기와 체력뿐 아니라 자금력까지 시험받게 된다. 건전한 전략을 제대로 적용하기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절대 아니다.

 

p.42-43

우량주라고 해도 항상 채권보다 유리한 것은 아니다. 주식의 가격 및 배당수익률을 채권 수익률과 비교해 보아야 알 수 있다. 주식이 채권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과거 수없이 들었던,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처럼 말이다.

 

p.43~46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에도, 다른 금융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과거 경험을 토대로 삼아야 한다. 특히 1965년 이후 미국에서 심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새로운 현상인가? 이보다 더 심한 인플레이션을 우리가 경험한 적이 있다면, 그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 대응전략 수립에 이용할 수 있을까? <표 2-1>은 과거 물가 변동과 기업 이익 및 주가 흐름을 요약한 자료이다. 1915년부터 55년동안 5년 간격으로 데이터를 정리했다. (1945년은 전시 물가통제가 실행된 마지막 해이므로, 1946년으로 대체했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과거에 인플레이션이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1915~1920년 인플레이션이 가장 심해서, 생활비가 거의 두 배로 상승했다. 반면 최근인 1965~1970년에는 물가 상승률이 15%였다. 나머지 기간에는 물가 하락기가 3회 있었고, 다양한 물가 상승기가 6회 있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이 표를 보고 물가 상승률을 예상할 수 있을까? 표에서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온갖 다양한 숫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난 기록에서 힌트를 얻을 수는 있다. 이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 2.5%였다. 1965~1970년에는 연 4.5%였는데, 1970년 한 해에만 5.4%였다. 지금까지 정부의 공식 정책은 대규모 인플레이션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것이었으며, 향후 연준의 대응 정책은 최근 몇 년보다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미래 인플레이션을 예컨대 연 3%로 예상하면 합리적으로 보인다. (1915~1970년 전체 기간의 인플레이션은 연 2.5% 수준이었다)

 

미래 인플레이션 3%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이는 우량등급 회사채 중기물의 세후 소득(또는 우량등급 비과세 지방채 중기물의 세전 소득) 약 절반이 물가 상승 탓에 사라진다는 뜻이다. 절반이면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지나치게 과장해서도 안 된다. 다행히 투자자의 재산(구매력)이 실제로 감소하는 정도는 아니다. 세후 소득의 절반만 소비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연 3%이더라도 구매력이 유지된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은 "1970~1971년 우량등급 채권의 수익률이 전례 없이 높은데도, 주식을 보유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이다. 예컨대 주식과 채권을 함께 보유하는 것보다, 주식만 100% 보유하는 편이 나을까? 주식에는 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력이 있어서, 향후 수익률이 채권보다 높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지난 55년 동안 주식의 수익률이 채권보다 실제로 훨씬 높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다. 과거 장기간 주식의 수익률은 채권보다 실제로 더 높았다. 다우지수는 1915년 77에서 1970년 753으로 상승하여 수익률 연 4% 기록했고, 여기에 이 기간 배당수익률 연 4%를 가산하면 연 8%가 나온다. (S&P 지수로 계산해도 거의 같은 결과가 나온다.) 연 8%는 같은 기간 채권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량등급 채권의 수익률이 더 높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떠오른다. "향후 주식의 수익률이 과거 55년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딱 잘라서 "아니오"다. 향후 주식의 수익률이 과거보다 높을 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절대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실적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시간 지평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예컨대 향후 25년처럼 미래 장기간을 생각해야 한다. 다음에는 예컨대 5년 이하처럼 단기나 중기에 투자자가 경험하게 될 금전적 심리적 사건을 생각해야 한다. 투자자의 기분, 희망, 공포, 만족, 불만, 그리고 특히 의사결정은 평생 쌓아온 경험이 아니라 해마다 겪는 경험에 좌우된다.

 

단언하건대, 인플레이션 기간은 기업의 이익 및 주가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 그 명백한 예가 1966~1970년이다. 이 기간 물가 상승률은 22%로서, 1946~195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과 주가 모두 1965년부터 계속 하락했다. 다른 기간을 살펴보아도, 인ㅍ르레이션 기간과 기업의 이익 및 주가 흐름 사이의 일관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p.47-49

실제 숫자를 분석해보면, 지난 20년 동안 다우지수 종목들의 이익이 대폭 증가한 것은, 모두 유보이익 재투자를 통해서 투하자본이 대폭 증가한 결과였다. 만일 인플레이션이 이익을 높여주었다면 (유보이익 재투자와 상관없이) 기존 자본에 영향을 미쳐 이익률을 높여주는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도매 물가 상승률은 40%에 육박했는데도,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업의 이익은 소비자 물가보다 도매 물가의 영향을 더 받는다.) 인플레이션에 의해서 주가가 상승하려면 인플레이션에 의해서 ROE가 상승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이런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과거 경기순환을 살펴보면, 호경기에는 물가가 상승했고 불경기에는 물가가 하락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기업 이익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1950~1970년 데이터는 이런 관점을 뒷받침한다. 호경기가 전반적으로 이어지면서, 물가도 전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숫자를 분석해보면, 인플레이션이 ROE에 미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심지어 ROE 유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업들의 이익 증가를 저해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쳤다. 아마도 인플레이션이 미친 가장 중요한 영향은 (1) 생산성 향상을 뛰어넘는 임금 인상과 (2) 막대한 추가 자본투자를 강요하여, 투하자본 대비 매출을 떨어뜨린 것이다.

<표 2-2>를 보면,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기업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아니라 손실을 안겨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1950~1969년 동안 급증한 기업의 부채비율이 가장 충격적이다. 투자업계와 경제 전문가들이 기업의 부채 증가세에 그토록 무관심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기업의 세전 이익이 2배 남짓 증가하는 동안, 부채는 거의 5배나 증가했다. 이 기간 금리가 급등했으므로, 기업의 부채는 이제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무거운 짐이 되었으며, 개별 기업들에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1950년에는 세전 이익이 기업 부채의 약 30%였지만, 1969년에는 13.2%에 불과했다. 1970년에는 이 비율이 틀림없이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요컨대 기업들은 금리 약 4%에 막대한 부채를 조달하여 ROE 11%를 힘겹게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950년 수준으로 유지되었다면,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ROE는 훨씬 하락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공익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의 주된 희생자로 간주된다. 차입 자금의 비용은 대폭 상승하는데도, 규제 탓에 요금을 인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전기, 가스, 전화 요금의 상승률이 일반 물가 지수 상승률보다 훨씬 낮았다는 사실 덕분에, 장래에는 공익기업들의 입지가 훨씬 유리해질 수도 있다. 공익기업들에게는 적정 투하자본이익률(ROIC) 유지에 필요한 요금을 부과할 법적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익기업 주주들은 과거에 그랬듯이 장래에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십중팔구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 사항을 종합하면, 1971년 말 주가 수준에서 다우지수 종목으로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경우, 예컨대 8%가 넘는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실제 기대수익률이 8%보다 훨씬 높더라도, 100% 주식으로 구성하는 포트폴리오는 바람직하지 않다. 장래에 확실한 사실 하나는, 기업의 이익과 주가가 예컨대 연 4%씩 고르게 상승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존 피어폰트 모건은 "주가는 오르내릴 것입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는 현재 주가 수준에서 주식을 사면, 장기간 만족스러운 실적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다우지수는 1929~1932년 대폭락에서 회복되기까지 무려 25년이 걸렸다. 게다가 주식에 집중투자하면 짜릿한 급등이나 고통스러운 급락에 휩쓸려 오판하기가 쉽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할 때 오판 위험이 더 커진다. 예를 들어 강세장이 다시 시작될 때, 주가 급등을 향후 주가 폭락의 전조로 받아들여 이익을 실현하는 대신, 인플레이션의 증거로 오판하여 당시 주가 수준이 아무리 높고 배당수익률이 아무리 낮아도 계속 주식을 사들이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이는 고난으로 가는 길이다.

 

p.50-51

금이 인플레이션 방어에 거의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범한 투자자가 실물자산에 투자해서 과연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을지도 매우 의심스럽다. 물론 그동안 시장가격이 두드러지게 상승한 실물자산은 매우 많다. 다이아몬드, 거장의 그림, 희귀서적의 초판본, 희귀 우표와 동전 등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 호가가 불안정하거나 인위적인 면이 있고, 심지어 믿기 어려울 때도 있다. (1804년에 주조되지도 않은) 1804년 미국 은화를 6만 7,500달러에 사는 행위가 '투자 활동'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영역에 들어가서도 무사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동산 소유도 인플레이션을 잘 방어하는 건전한 장기투자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동산 가격 역시 크게 오르내리기 쉽고, 위치 선정/가격 등에서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으며, 중개인의 농간에 넘어갈 위험도 있다. 끝으로, 분산투자도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자본금 모집에 따르는 위험을 생각하면 이것 역시 주식 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투자자에게 해줄 말은 오로지 "발을 들여놓기 전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라"는 말뿐이다.

 

p.54

신중한 투자자라면 주식시장의 역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특히 주가의 큰 흐름을 잘 알아야 하며, 주가, 이익, 배당 사이의 상호관계도 파악해야 한다. 그러면 이를 바탕으로 각 시점의 주가 수준에서 주식의 매력도와 위험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다.

 

p.55

 

p.58-59

지난 100년 동안 일어난 큰 흐름을 파악하려면 주가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이익과 배당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표 3-2>가 이를 정리한 자료다.

 

 

 

p.65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도입부에 다음과 같은 훌륭한 구절이 나온다. "교양 있는 사람들은 해당 주제에 합당한 정확도를 기대한다. 그래서 웅변가에게는 엄밀한 입증을 요구하지 않지만, 수학자가 막연한 결론을 제시하면 수용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의 업무는 수학자와 웅변가 업무 사이의 어딘가에 해당한다.

 

p.66

 

p.70~71

위험을 떠안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비교적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인정받던 건전한 원칙이었다. 이로부터 투자자는 자신이 떠안을 위험 수준에 비례해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해야 한다는 일반 개념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목표 수익률은 투자가가 기꺼이 투입할 수 있는 지적 노력의 양에 비례해야 한다. 그러면 안전하고 마음편한 방식을 원하는 방어적 투자자는 최소 수익률을 얻게 된다. 반면 지적 능력과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기민한 공격적 투자자는 최대 수익률을 얻게 된다. 1965년 개정판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수익률이 약 4.5%인 채권보다는 상승 잠재력이 큰 '저평가 주식'을 살 때 실제로는 위험이 더 작을지도 모른다." 이 말은 기대 이상으로 적중했다. 이후 금리가 상승한 탓에, 최고 등급 장기 채권조차 시장가격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p.73

예일대학교도 1937년 이후 오랜 기간 이와 비슷한 공식을 사용했는데, 당시 기준으로 삼은 주식 보유 비중은 약 35%였다. 그러나 1950년대 초에는 한 때 유명했던 이 공식을 포기했고, 폭락 직전이었던 1969년에는 기준이 되는 주식 보유 비중을 61%로 높였다. (당시 총 76억 달러에 이르던 71개 대학교의 기부기금에서 보유한 주식 비중은 60.3%였다.) 예일대학교 사례를 보면, 한 때 유행했던 공식 투자도 주가가 높을 때 잘못 적용하면 치명적임을 알 수 있다. 그렇더라도 50대 50 공식 투자는 방어적 투자에 적합하다고 확신한다. 투자 방법이 지극히 단순하고, 방향이 확실히 옳으며, 투자자는 자신이 시장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고, 특히 주가가 상승할수록 주식 비중을 높이려는 치명적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정한 방어적 투자자라면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포트폴리오의 절반에서 나오는 이익으로도 만족하게 되며,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친구들보다 손실이 훨씬 적다는 사실에 큰 위안을 얻게 된다.

 

p.81

우선주는 특히 불경기가 닥칠 때마다 취약한 법적 지위 탓에 불이익을 당한다. 경기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배당을 지급받는 우선주는 흔치 않다. 경험을 돌아보면, 우선주 매수에 적합한 시점은 일시적 역경 탓에 주가과 과도하게 하락했을 때이다. (이 때에도 우선주는 공격적 투자에만 적합하다. 매우 색다른 증권이므로, 방어적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다.)

 

p.83

낙관이나 비관의 새 파도가 몰려올 때마다, 우리는 세월의 시험을 견뎌낸 원칙을 손쉽게 포기하고, 편견에만 끈질기게 매달린다.

 

p.87~88

방어적 투자자가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주식을 산정하는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 내가 추천하는 네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충분하지만 과도하지 않게 분산투자한다. 보유 종목 수를 10~30개로 하라는 뜻이다.

2. 재무구조가 건전한 유명 대기업들 중에서만 선정한다. 모호한 표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명확한 기준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5장 끝 부분에 추가한다.

3. 장기간 지속적으로 배당을 지급한 기업들 중에서만 선정한다. (1971년 다우지수 종목들은 모두 이 조건을 충족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950년 초 이후 (약 20년 동안) 배당을 계속 지급한 기업들 중에서 선정한다.

4. 예컨대 과거 7년 평균 이익을 고려해서 매수 가격 상한선을 설정한다. 내가 추천하는 가격 기준은 과거 7년 평균 이익의 25배 이하인 동시에, 최근 12개월 이익의 20배 이하이다. 그러나 가격 상한선을 이렇게 엄격하게 설정하면, 가장 건전하고 인기 높은 종목들이 편입 대상에서 거의 모두 제외될 것이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투기꾼과 기관투자자들이 매우 좋아하던 '성장주'는 거의 모두 제외될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p.92-93

인간의 본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똑똑하고 가난한 젊은이들은 투자에 매료되기 쉽다. 이들은 얼마 안 되는 금액인데도, 어떻게든 현명하게 공격적 투자를 하려고 한다. 이런 태도는 무조건 환영할 일이다. 젊은 자본가가 일찌감치 투자를 공부하고 경험하면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공격적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틀림없이 실수도 저지르고 손실도 보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 실수와 손실을 딛고 일어서는 경험이 유익하다. 그러나 초보자가 공격적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노력과 돈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는 먼저 증권의 가치를 공부해야 하며, 처음에는 가급적 작은 금액으로 가치 대비 가격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시험해야 한다.

 

결국 목표 수익률과 매수 종목은 보유 자금의 규모가 아니라, 투자자의 지식, 경험, 기질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p.93-95

사람들은 흔히 채권이 우선주보다 안전하고,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안전하다고 말한다. 바로 이런 사고방식에서 주식이 위험하다는 편견이 형성되었다(1948년 연준 조사 결과). 그러나 증권의 '위험'과 '안전'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채권은 이자나 원금을 지급하지 않을 때 위험해진다. 마찬가지로, 우선주나 보통주도 배당을 축소하거나 누락하면 위험해진다. 취득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할 가능성이 있는 증권 역시 위험한 증권이다.

 

그런데 증권 가격이 단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증권이 위험하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증권 가격 하락이 일시적이며, 그 가격에 팔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국저축채권을 제외하면, 가격 하락 가능성은 보통주 일반은 물론 선순위 증권까지 포함해서 모든 증권에 해당되는 속성이다. 그러나 가격 하락 가능성은 실질적 의미에서 진정한 위험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한 사람은, 불리한 시점에 건물을 매각해야만 하면 큰 손실을 본다. 그러나 일반 부동산 담보대출의 안전성을 판단할 때, 이런 손실 가능성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유일한 판단 기준은 '원리금 지급이 얼마나 확실한가?'이다. 마찬가지로 일반 기업의 위험은 적자 가능성으로 평가하는 것이지, 그 기업을 억지로 매각하는 상황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8장에서 더 논의하겠지만, 진정한 투자자라면 보유 증권의 시장가격 하락을 손실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즉, 시장가격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실제로 손실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세심하게 구성한 주식 포트폴리오가 장기간에 걸쳐 만족스러운 실적을 기록했다면, 이 포트폴리오는 안전성이 입증된 셈이다. 일시적으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포트폴리오가 위험하다면, 이 포트폴리오는 위험한 동시에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험의 개념을 한정해서 사용하면 이런 혼동을 피할 수 있다. 즉, 매각을 통해서 손실이 실현되었거나, 기업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약해졌거나, 내재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했을 때로 한정하면 된다. 

 

위험의 개념을 한정해도, 개별 주식에는 이런 위험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세심하게 구성한 주식 포트폴리오는 이런 위험이 크지 않으므로, 단지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위험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내재가치보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매수했다면, 위험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가 오랜 기간이 지나 회복되더라도 말이다.

 

p.102

사람들은 수익률 낮은 우량등급 채권으로는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 소득을 얻으려고 비우량등급 채권을 매수한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단지 표면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안정성 낮은 채권이나 우선주를 매수하는 것은 어리석다. 표면금리가 높은 비우량등급 채권을 액면가와 비슷한 가격에 매수하면, 언젠가 가격이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경기가 악화하거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특히 이런 채권은 폭락하기 매우 쉽다. 흔히 이자나 배당 지급이 중단되며,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하지 않아도 채권 가격이 쉽사리 급락한다.

 

p.103

우리는 이른바 '사업가의 투자'라는 대중의 착각에 유념해야 한다. 수익률을 높이려고 비우량등급 채권을 매수하면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된다. 수익률을 연 1~2% 더 얻는 대가로 원금 손실 위험을 떠안는 것은 불리한 거래다. 위험을 떠안고자 한다면, 잘 되면 커다란 자본이득을 얻는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액면가에 거래되는 5.5~6% 비우량등급 채권을 매수해서는 안 된다. 같은 비우량등급 채권이더라도 70에 매수한다면 더 타당성이 있다. 인내심 있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그 가격대에 매수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우량등급 채권과 우선주에는 모순적인 속성 두 가지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 이런 증권은 거의 모두 폭락한다. 반면 상황이 다시 호전되면 이들 대부분이 회복되며, 결국 '만사가 잘 풀린다', 여러 해 배당을 누락한 누적적 우선주까지도 그렇다.

 

p.108-109

미국의 일류 대기업들 대부분은 20세기 초에 상장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일류 대기업의 수는 꾸준히 감소했고, 비교적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상장되었다. 하지만 투자 대중은 여전히 일류 대기업들을 뿌리 깊이 선호했고, 중소기업들은 완강하게 외면했다. 그러나 강세장이 이어지자, 이런 편견도 약화되었다. 주식에서 일확천금의 기회가 보이자, 대중은 탐욕에 휩쓸려 비판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년 전만 해도 실적이 신통치 않았던 비상장회사들 다수가 이 무렵에는 탁월한 실적을 과시했다.

 

이런 요소들이 겹치면, 일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강세장이 한창 진행되는 어느 시점, 첫 번째 기업공개가 등장한다. 신주 공모 가격이 비싼 편인데도, 초기에 공모주를 산 사람들은 큰 이익을 얻는다.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기업공개가 더 잦아진다. 공개 기업의 질은 꾸준히 낮아지지만, 공모 가격은 터무니없이 높아진다. 이제 강세장이 끝나간다는 확실한 신호가 나타난다. 정체불명 소기업 신주의 공모 가격이, 업력이 긴 중견기업들의 주가보다도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기업공개를 일류 투자은행이 주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돈벌이가 되면 무엇이든 판매하는 투자은행들이 경솔한 대중을 먹이로 삼으면, 주가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 신주 중에는 공모 가격의 75% 이상 하락한 종목이 많다. 게다가 한 때 탐욕에 휩쓸려 사긴 했어도, 대중은 소형주를 정말 싫어한다. 그래서 소형주 주가는 한 때 터무니없이 상승했던 만큼이나 터무니없이 폭락했다.

 

강세장에 감언이설에 넘어가 신주를 사는 사람은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어렵다.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는 신주가 한두 종목 나올 수는 있겠지만, 신주는 아예 멀리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 물론 판매직원은 최근 폭등한 종목들을 언급하면서 매수를 권유할 것이다. 그러나 투기를 부추기는 유혹일 뿐이다. 쉽게 버는 돈은 쉽게 나간다. 투기로 번 돈의 두 배만 날리고 끝내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p.115

공격적 투자자의 주식 매매는 다음 네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1. 주가 지수가 낮을 때 매수해서 높을 때 매도

2. 신중하게 선정한 '성장주' 매수

3. 다양한 염가 종목 매수

4. '특수 상황' 종목 매수

 

p.116-117

투자자는 누구나 장기간 초과실적이 나올 종목을 선정하고 싶어 한다. 성장주란, 성장률이 과거에도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장래에도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현명한 투자자는 성장주 선정에 노력을 집중해야 타당할 듯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과거에 초과실적을 낸 기업들은 통계만 돌리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증권사에서 그런 종목 50~100개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와 비슷한 종목 15~20개를 선정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성공이 보장될까?

 

이런 단순한 아이디어에는 두 가지 결함이 있다. 첫째, 실적이 좋아서 전망이 밝은 주식은 주가도 그만큼 높다. 이렇게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면, 밝은 전망에 대해 이미 가격을 모두 지불한 셈이므로, 투자자의 예측이 적중해도 수익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둘째, 투자자의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높은 성장률은 영원히 유지될 수가 없다. 장기간 높은 성장률을 달성한 기업은 이미 규모가 비대해서, 시간이 갈수록 성장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성장률이 둔화되고, 흔히 하락세로 돌아선다. 

 

p.118-119

공격적 투자자가 성장주 투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주 펀드보다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할 근거는 전혀 없다. 펀드회사에는 인재도 많고 리서치 부서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공격적 투자자에게 성장주 투자를 추천하지 않는다. 성장주의 밝은 전망은 이미 시장에 널리 알려져서, 예컨대 20이 넘는 PER에 충분히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나는 방어적 투자자에게 매수 가격 상한선으로 과거 7년 평균 이익의 25배 이하를 제시했다. 대부분 성장주의 PER은 25 이상일 것이다.)

 

성장주의 특징은 주가 등락 폭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GE나 IBM처럼 업력이 길고 규모가 큰 기업도 그러하며, 업력이 더 짧고 규모가 더 작지만 성공적인 기업은 등락 폭이 더 크다. 그래서 1949년 이후 탁월한 성공을 거둔 성장주들은 강한 투기성을 띄게 되었는데도, 높은 신용등급을 받았다. (이들은 신용등급이 최상이어서, 최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의 신용등급은 오랜 기간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겠지만, 성장주의 위험은 주식시장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중의 열광에 힘입어 성장주의 주가가 실적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할수록, 성장주는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 대박이 터지느냐는 질문이 나옴직하다. 장래를 강하게 확신하는 주식에 일찌감치 거액을 투자하고, 이후 주가가 100배 이상 상승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보유해야 하지 않겠는가? 옳은 말이다. 그러나 오로지 한 기업에 투자해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 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 기업에 재산 대부분을 몰아넣을 수 있었고, 매력적인 매도 기회가 수없이 많았는데도 온갖 우여곡절을 견뎌내면서 참고 기다릴 수 있었다. 기업과 밀접한 관계가 없는 투자자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의문과 유혹을 견뎌내기가 매우 어렵다. 주가가 (일시적으로나마) 하락할 때마다 그는 큰 고민에 휩싸인다. 결국 안팎에서 오는 압박을 못 견디고 그는 상당한 이익을 실현하지만, 대박에는 훨씬 못 미친다. 

 

p.119

장기적으로 초과 실적을 달성하려면, 다음 두 가지 장점을 갖춘 전략이 필요하다.

 

(1) 객관성/합리성을 갖춘 건전한 전략이어야 한다.

(2) 대부분 투자자나 투기꾼들의 전략과 달라야 한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는 투자 기법은 세 가지이다. 세 가지 기법은 저마다 특성이 매우 다르므로, 투자자에게 요구하는 지식과 기질도 매우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1. 소외된 대형주에 투자

2. 염가 종목 매수

3. 특수 상황이나 워크아웃

 

p.122

이 개정판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저PER 종목의 실적을 분석했는데, 1968년 말 저PER 종목에 투자했다고 가정하고서 1971년 6월 30일 실적을 평가했다. 이번에는 이 기법의 성과가 매우 나빠서, 저PER 6~10종목에서는 큰 손실이 나고 고PER 종목에서는 큰 이익이 났다. 이 최근 사례 1건이 30여 년의 실적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무효화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므로 공격적 투자자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저PER 투자 기법부터 활용하되, 다른 정량/정성 요건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p.122-126

염가 종목이란, 시장가격보다 내재가치가 훨씬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종목을 가리킨다. 염가 종목에는 주식은 물론, 액면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채권과 우선주도 포함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추정 내재가치가 시장가격보다 50% 이상 높아야 진정한 염가 종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염가 종목은 왜 존재하며,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염가 종목을 찾아내는 기준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대개 미래 이익을 추정하고, 여기에 적정 자본화계수를 곱해서 산출한다. 이렇게 산출되는 가치가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으며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 염가 종목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비상장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이 때에도 미래 이익을 추정해서 평가하면, 첫째 방법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둘째 방법에서는 특히 순유동자산(=순운전자본)에 초점을 두면서 자산의 청산 가치에 관심을 집중한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저점에 도달하면, 위 두 기준으로 평가할 때 주식 대부분이 염가 종목이 된다. (전형적인 예가 GM으로서, 1941년 주가가 30달러 미만이었는데, 1971년 주가로는 5달러에 불과했다. EPS가 4달러가 넘었고 배당이 3.5달러가 넘었는데도 말이다.) 당기 실적도 부진하고 단기 전망도 불투명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면 내재가치가 시장가격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시장이 침체했을 때 지혜롭게 용기를 발휘하려면, 경험뿐 아니라 적절한 가치평가 기법도 사용해야 한다. 

 

반면, 시장의 변덕 탓에 주가 수준에 상관없이 염가 종목이 나타나기도 한다. 시장은 흔히 사소한 일을 큰 문제로 삼는 탓에, 일상적인 가격 등락이 폭락으로 돌변할 수 있다. 단지 관심이 사라졌거나 열기가 식었다는 이유로 주가가 터무니없이 폭락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염가 종ㅁ고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 두 가지는 (1) 실망스러운 실적과 (2) 장기 소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원인에만 의존해서 투자할 수는 없다. 최근의 실망스러운 실적이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는가? 물론 실적이 확실히 개선되는 사례도 있다. 철강주는 유명한 경기순환주였다. 기민한 투자자는 실적이 부진할 때 철강주를 낮은 가격에 사서, 실적이 좋아지면 높은 가격에 팔고 나올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모든 기업의 실적이 순환하고, 이에 따라 주가도 순환한다면, 주식으로 누구나 쉽게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실적이 악화해서 주가가 하락하고 나서, 둘 다 회복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아나콘다 와이어 앤드 케이블'이 그런 사례로서, 1956년까지는 실적이 좋아서 고가 8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6년 동안 실적이 불규칙하게 악화하여 1962년 주가가 23.5까지 하락했고, 1963년 모기업에 겨우 33에 인수되었다.

 

이런 사례가 많으므로, 단지 실적과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매수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과거 10년 동안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며, 규모도 크고 재무구조도 건전해서 장차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주가와 PER 모두 과거 평균보다 훨씬 낮은 유명 대기업 주식이 이상적인 매수 대상이 된다. 이런 조건이면 (주가가 하락할 때 PER이 비교적 높아지는) 크라이슬러 같은 기업은 대부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뒤늦게 수익 기회를 확인하는 것'과 '실제로 수익을 얻는 것'은 천지차이다. 크라이슬러처럼 변동성 큰 주식이 공격적 투자 대상으로 적합할지는 매우 의문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장기 소외에 의해서 염가 종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최근 사례가 '내셔널 프레스토 인더스트리'이다. 1968년 강세장에 기록한 고가 45달러는 그해 EPS 5.61달러의 8배에 불과했다. 1969년과 1970년 EPS가 증가했는데도, 1970년 주가는 21달러로 하락했다. PER 4에도 못 미쳤고, 순유동자산가치보다도 낮았다. 1972년 3월에는 34달러가 되었지만, PER 5.5에 불과했으며, 순유동자산가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요 대기업 스탠더드 오일 오브 캘리포니아도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1972년 초 주가가 13년 전과 같은 수준인 56달러였다. 그동안 실적이 매우 안정적이어서, 이익이 한 번만 소폭 감소했을 뿐, 계속해서 조금씩 증가했다. 회사의 순자산가치가 시가총액과 비슷했다. 1958~1971년 실적이 이렇게 양호하게 유지되었는데도, PER이 평균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1972년 PER은 10에 불과했다.

 

세 번째로, 시장이 실제 이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에도 염가 종목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노던 퍼시픽 철도로서, 1946~1947년에 36달러에서 13.5달러로 폭락했다. 1947년 이 회사의 실제 EPS는 10달러에 육박했다. 이렇게 주가가 저평가된 것은 1달러에 불과한 배당 때문이었다. 게다가 철도회사 특유의 회계방식 탓에 회사의 수익력 상당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다.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염가 종목은 모든 선순위 채무 차감 후 순운전자본보다도 시가총액이 낮은 주식이다. 이는 건물, 기계장치 등 고정자산은 물론 영업권의 가치도 0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실제 가치가 순운전자본에도 못 미치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동안 시장에서 이렇게 평가받은 염가 종목은 매우 많았다. 주가가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었던 1957년에도 이런 염가 종목이 약 150개에 달했다. 

 

우연이겠지만, 각 그룹의 가치는 2년 동안 순유동자산가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S&P425가 50% 상승하는 동안, 이 포트폴리오의 가치는 75% 상승했다. 게다가 대폭 하락한 종목은 0개, 보합은 7개, 대폭 상승한 종목은 78개였다.

 

이렇게 염가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내 경험을 돌아보면, 1957년 이전에도 실적이 오랜 기간 한결같이 좋았다. 그러므로 이는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기법이라고 서슴없이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1957년 이후에는 염가 종목의 수가 대폭 감소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영업이익이 미미하거나 적자였다. 하지만 1969~1970년에 주가가 하락하자, 염가 종목들이 다시 나타났다.

 

p.126-128

1920년대 대강세장 기간에 사람들은 '규모가 큰 비우량기업'을 우량기업과 거의 구분하지 않았다. 중견기업 정도면 난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이미 거대해진 우량기업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31~1932년 대공황 기간에 우량기업을 제외한 기업들은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이후 사람들은 우량기업을 확연히 더 선호하게 되었고, 평범한 비우량기업에 대해서는 그만큼 관심을 잃게 되었다. 그 결과 비우량기업의 주가는 우량기업보다 훨씬 저평가되었다. 게다가 비우량주는 주가가 크게 하락하여 염가 종목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비우량주를 계속 기피하면서, 비우량기업의 장래가 여전히 어둡다고 생각했다. 즉, 비우량주는 소멸할 운명이므로,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비싸다고 생각한 셈이다. 1929년 우량주는 장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므로,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싸다고 생각했듯이 말이다. 두 견해 모두 현실을 과장했으므로, 심각한 오류를 불러왔다. 실제로 전형적인 상장 중견기업은 일반 비상장기업보다 규모가 크다. 미국 경제가 온갖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적정 투하자본이익률을 유지하면서 무한히 존속하지 못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

 

하지만 비우량주에 대한 시장의 태도가 비현실적이어서, 비우량주는 평소 대폭 저평가되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 공교롭게도 제2차 세계대전과 전후 호황기에는 우량주보다도 비우량주가 더 유리했다. 평소와는 달리 판매 경쟁이 없어서, 비우량기업들의 매출과 이익률이 극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46년에는 시장 패턴이 전쟁 이전과 정반대가 되었다. 1938년 말에서 1946년 고점까지 다우지수가 겨우 40% 상승하는 동안, 비우량주가 대부분인 S&P 지수는 자그마치 280%나 상승했다. 주식시장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투기꾼들과 자칭 투자자들은, 이제 부풀려진 가격에 비우량주를 앞 다투어 사들였다. 마침내 시장 추세가 반대편 극단으로 치우치게 되었다. 전에는 대폭 저평가되어 무더기로 염가 종목이 되었던 비우량주들이, 이제는 대중의 매수 열기 덕분에 무더기로 고평가 종목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1961년과 1968년에도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되었다. 이번에는 '전자', '컴퓨터', '프랜차이즈' 등 일부 인기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의 신주 공모가 각광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고평가되었던 이들 종목은 이후 시장이 침체하자 가장 심하게 폭락했고, 일부 종목은 확실히 저평가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

 

비우량종목 대부분이 평소 저평가 상태라면, 비우량종목을 사서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이렇게 저평가 상태가 무한정 이어진다면, 비우량종목의 주가는 항상 매수가격 수준에 머물지 않을까? 그 대답은 간단치 않다. 하지만 비우량종목이더라도 염가에 매수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둘째, 주가 대비 재투자 이익 비중이 커서, 결국 주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일부 종목은 5~7년이 지나면, 이 효과가 누적되어 주가가 대폭 상승할 수 있다.

셋째, 강세장이 오면 대개 염가 종목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되므로, 주가가 적어도 합리적인 수준까지 상승하게 된다. 

넷째, 특색이 없는 시장에서도 주가 조정 과정은 계속 진행되므로, 저평가 상태였던 비우량종목 주가가 적어도 합리적인 수준까지는 상승할 수 있다.

다섯째, 기업의 전략 변경, 경영진 교체, 환경 변화 등에 의해서 실적이 개선될 수도 있다.

 

p.129-130

전형적인 '특수 상황'은 사업다각화를 복음처럼 받아들이는 대기업 경영진이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확대되었다. 사업다각화를 추구하는 대기업은, 진출하려는 분야에서 새로 기업을 설립하는 것보다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편이 대개 유리하다. 이때 기존 기업의 주주들 다수가 인수에 동의하게 하려면, 거의 예외 없이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수익 기회가 창출되며, 이 분야에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들은 이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 

 

p.132-133

가장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하는 분야는 비우량주이다. 투자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방어적 투자자들이 비우량주를 전혀 매수하지 않는다면, 비우량주는 매수자가 매우 부족해진다. 게다가 공격적 투자자들마저 염가 수준에서만 매수하려고 하면, 비우량주는 적정 가격 밑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랄한 말처럼 들리며, 심지어 막연히 비윤리적이란 느낌까지 들지 모르곘다. 그러나 사실은 지난 40년 중 대부분 기간에 실제로 이런 현상이 비우량주에 나타났다. 비우량주 대부분은 적정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내린다. 이 가격을 뛰어넘을 때도 가끔 있지만, 이 때는 강세장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이다. 그러므로 과거 경험을 돌아볼 때, 이 무렵 시장가격에 비우량주를 사면 안 된다. 

 

따라서 공격적 투자자는 비우량주의 불가피한 현실을 인식하고, 평소 비우량주가 오르내리는 중심 가격을 기준으로 매수 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역설이 등장한다. 신중하게 선정한 비우량주는 우량주 못지않은 실적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안정성은 부족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기 때문이다. 비우량주를 제값에 사면 어리석다는 내 말이 여전히 불합리하게 들린다면, 과거를 돌아보기 바란다. 투자의 역사를 조사해보면, 일반적으로 비우량주는 염가에 매수할 때에만 만족스러운 실적을 얻을 수 있었다고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투자자가 내부자라면, 비우량주를 꼭 염가에 매수하지 않아도 된다. 즉, 지배 집단의 일원이어서 비우량기업을 통제할 수 있다면, 비상장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기준으로 비우량주를 매수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우량기업과 거리가 먼 기업일수록, 내부자와 외부자의 차이가 더 중요해진다. 우량기업의 기본 특징은, 소액주주가 보유한 1주도 대개 지배 주주가 보유한 1주만큼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우량기업이라면, 소액주주가 보유한 1주는 대개 지배 주주가 보유한 1주보다 가치가 훨씬 적다. 이런 사실 때문에 우량기업보다는 비우량기업에서 주주-경영진 사이의 문제와, 내부 주주-외부 주주 사이의 문제가 훨씬 중요하고 복잡해진다.

 

p.133

우량주와 비우량주를 너무 정밀하게 구분할 필요는 없다. 작은 차이 때문에 적정 매수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우량주와 비우량주 사이에 중간 지역이 있다고 내가 인정하는 셈이다. 방어적 투자자와 공격적 투자자 사이에는 중간 지역이 없다고 앞에서 분명히 밝혔는데도 말이다. 내가 이렇게 모순되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 종목을 잘못 분류해서 큰 손실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사례는 매우 드물며, 큰 금액이 오가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어적 투자자가 될 것인가 공격적 투자자가 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기본 의사결정이므로, 혼동하거나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

 

p.137-138

주식은 투자등급이더라도 가격 변동성이 크므로, 이런 가격 변동성에서 오는 수익 기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수익 기회를 잡는 방법은 두 가지로서, '시점 선택'과 '가격 선택'이다. 시점 선택이란, 주가 흐름을 예측하여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에는 주식을 매수하거나 보유하고,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에는 주식을 매도하거나 매수를 보류하는 방법이다. 가격 선택이란, 주가가 적정 가격보다 낮을 때에는 주식을 매수하고, 적정 가격보다 높을 때에는 주식을 매도하는 방법이다. 더 소극적인 가격 선택으로는, 주식을 매수할 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치르지 않도록 유의하는 방법도 있다. 장기 보유에 주력하는 방어적 투자자라면 소극적인 가격 선택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주가 수준에도 최소한의 관심은 기울여야 한다. 

 

현명한 투자자는 가격 선택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실적을 얻을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도 시점 선택에 주력하면, 결국 투기꾼이 되어 투기꾼에 어울리는 성과를 얻게 된다고 똑같이 확신한다. 이런 구분 방식을 비전문가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며, 월스트리트 사람들도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증권회사와 투자자문사들은 주식 투자자와 투기꾼 모두 시장 예측에 몰두해야 한다고 확신하는 듯하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멀어질수록, 주식시장 예측이나 시점 선택을 더 의심하게 되는 듯하다. 투자자는 거의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예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그래도 예측에 관심을 기울일 때가 많으며, 심지어 예측을 따라갈 때도 있다. 왜 그럴까? 투자자는 미래 주가 흐름에 대해 나름의 견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 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권회사 등 전문 기관의 예측이 자신의 견해보다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시장 예측에 대한 찬반양론을 자세하게 논의하지 않겠다. 근래에는 시장 예측 분야로 진출하는 인재가 많으며, 이들 중 일부는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도 시장 예측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일반 대중이 매도 신호를 보고 앞 다투어 주식을 내던지면, 그 많은 물량을 누가 다 받아주겠는가? 시장 예측 시스템이나 리더를 추종하면서 큰 돈을 벌려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시장 예측을 시도하는 수많은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평범한 투자자가 일반 대중보다 시장 예측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경험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근거 없는 착각에 불과하다.

 

p.139-140

다우 이론의 예측력이 약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사업과 투자 분야에서 예측하고 매매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어떤 이론이 과거 통계와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지거나 장기간 좋은 성과를 내면, 추종자가 증가하면서 주목받게 된다. 그러나 추종자가 증가할수록, 이론의 신뢰도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시간이 흐르면서 이론과 맞지 않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다.

둘째, 주식시장에서 인기 높은 이론은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결국 수익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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