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처럼 회자되던 책을 이제야 읽었다.
퇴마록.
퇴마록이라는 3글자만으로 모든게 설명가능한 그 책.
이제야 읽었다. 그리고 놀라웠다. 이우혁이라는 작가는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일까.
소설 속에 담긴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상상이상이었다.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았고 갖가지 이론을 다 가져다 썼다. 더구나 그는 인문학 전공자도 아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 정도의 깊은 지식을 알고 있는걸까. 물론 당연히 각 분야 전문가가 보기엔 허접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 지식을 알 수 있을까 싶다.
무튼 퇴마록 국내편 1권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心이다.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지만, 그 속에서 계속 강조하는건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게걸스러운지, 숭고한지, 안타까운지, 아름다운지 보여주며 그의 소설은 독자를 흡입한다.
그것과는 별개로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아무리 소설 속 인물이라지만 하나같이 안타까웠다. 그들은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을 살지만 그들의 흉터는 치료가 될 수 있을지, 퇴마 과정에서 더 깊어지진 않을지. 특히 13살 아이로 설정된 준후는 학교를 가는지 안가는지 소설을 읽으며 궁금했고 안타까웠다.
밑줄긋기
p.42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앞날을 알 수 있다면 그것을 통해 미래를 바꿀 수는 없습니까?"
"운명은 우리가 미래를 읽을 것까지 계산에 넣고 있습니다. 니르바나(열반)의 경지에 들어가기 이전의, 몸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이라면 아무도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뿐입니다. 미래를 읽는 따위의 방법이 아니고....."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요?"
"그건 마음입니다. 사람의 마음. 덕과 도를 쌓고, 자비심을 품어 남을 가련히 여기는 선한 마음과 용기를 갖는 것만이 작지만 가장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커다란 운명을 움직일 수 있을만큼....."
p.82
사람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거라네. 수련이 깊을수록 욕심도 많아지고 유혹도 깊어질 수 있는 게야.
p.240
그랬다. 길은 마음속에 항상 있었다. 선도, 악도 그의 안에 머물러 있는 그림자 같은 목소리들에 불과했다.
p.248
그랬다. 모든 것은 평범함 속에 있었다. 아이들의 소박한 꿈속에, 사람들의 걱정 어린 눈길 속에, 애정 속에, 도움 속에, 꿈속에, 마음속에, 보살핌 속에, 가르침 속에.
p.347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 마음이구나. 내가 분명 악귀를 쫓았다고 하는데도 널 용서할 수 없다 하니......
p.457
복수라는 말에 얽매이지 말고 진정으로 무엇에 대해 복수하려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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