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5
전쟁터에 가면 누구나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생각은 심각한 착각이다. 우리는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자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그러나 명심하자. 그런 증언은 바로 그런 능력을 지닌 생존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은 위기의 상황이 닥치면 젖 먹던 힘까지 짜내기는커녕 온몸에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거나 현실을 외면한다. 이 순간에 젖먹던 힘까지 짜내고 없던 능력까지 발휘하는 살마과 힘이 빠져 버린 사람 사이에는 생존과 죽음이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발생한다. 위기 상황에서 절대로 아무나 초인이 되지 않는다. 초인이 되는 사람들만 살아남는 것이다.
p.15
모든 인간은 안주를 원한다.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받아도 가시거리에서 멀어지면 안주하기 시작한다. 건강 관리만 해도 그렇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인간 세상의 현실이다. 승부사가 된다는 것은 아니 일 년 내내 체중 관리를 하는 것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극소수의 인간에게만 허용된 천품이거나 강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만 이루어낼 수 있는 품성이다.
p.20
너무 많은 것을 고민하는 계획은 실패한다. 전술을 짤 때 "계획은 단순해야 한다"라는 금언이 있다. 바보가 되라는 의미가 아니다. 모든 변수를 검토하고 고민하되 기둥은 대담하고 간결하게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1932년 독일군의 떠오르는 천재 하인츠 빌헬름 구데리안 중령은 에리히 루덴도르프 앞에서 기동 훈련을 선보였다. 제1차 세계 대전으로 독일의 국민적 영웅이 되었던 원수는 구데리안을 칭찬하고 이런 충고를 덧붙였다. "자네들은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더군. 명심하게. 전쟁에서는 오직 단순한 계획만이 성공을 거둘 수 있네."
p.22
전사를 보면 위대한 지휘관은 늘 현장 가까이에 있었고, 병사들의 존경과 감동을 끌어냈다. 하지만 그 감동은 현장에서 같이 있었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겨난 것은 아니다. 진정한 목적은 병사들의 상태와 전장의 상황을 정확하게 빨리 파악하고, 적보다 빨리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병사들은 리더와 악수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정확한 판단을 듣고 그를 신뢰하고 싶어 하기에 그곳에 있는 것이다.
p.29
패턴의 장점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책을 읽고, 상대를 세심하게 연구한다는 것이었다. 북아프리카에 상륙하면서 그는 이슬람 사람의 생각을 알기 위해 코란을 읽었고, 머리맡에는 롬멜의 자서전을 두고 매일 밤마다 읽었다.
p.50
상대의 전략을 분석할 때는 적의 전략 내면에 놓여 있는 전제와 우리 측의 대응 방식에 대한 잘못된 이해나 전제를 찾아야 한다. 만약 상대가 이 부분에서 잘못된 확신에 근거하고 있다면 아군은 적이 가능한 오랫동안 그 확신을 보존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속게 만드는 최고의 덫은 성공의 기억이다. 누군가를 파멸시키려면 그를 만날 때마다 그의 과거의 성공에 감동했다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아라. 상대가 자신의 업적에 감동하고, 이런 대화를 습관적으로 즐기기 시작한다면 그가 결정적인 실수를 할 순간이 가까워진 것이다.
p.54~55
전쟁에서 속임수는 '최대 효율'이라는 명제에 종속한다. 적군에게 아군의 공격지점을 속이고, 텅 빈 방어선을 돌파한다면 이보다 멋진 승리, 이보다 효율적인 승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쾌감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전투를 회피하는 수단이 되기 쉽다.
전쟁은 기본적으로 소모전이고 전투는 희생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속임수와 효율을 잘못 적용하면 온갖 소심하고 비겁한 행위를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할 것이다. 인간은 강한 듯하면서도 나약하고, 진취적인 듯하지만 보수적이다. 특히 미지의 세계, 해 보지 않은 일,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는 극도로 꺼리며 수동적이 된다. 전쟁터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 이런 태도가 열 배 이상 증폭된다. '두려움'과 '희생'을 피하기 위해 속임수에 의존하다 보면 용기와 진취성을 상실할 수 있다.
p.65
군이든 기업이든 조직을 운영하고 승부를 해야 하는 집단이라면 "시간은 절대로 어떤 경우에도 나의 편이 아니다"라는 말을 명심하고 살아야 한다. 시간은 어떤 일도,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저절로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인간은 무언가가 부족하거나 약간 위험하다고 느낄 때 자신을 채찍질하고, 창의적 도전적이 된다. 불확실성 속에 뛰어드는 용기도 양생한다. 이것이 손자가 말한 불비한 속공이다. 용기를 발휘하기는커녕 더 빨리 주저앉는 사람도 있지만, 그 덕분에 조직에 필요한 인재, 우수한 인재와 그렇지 못한 인재도 구분할 수 있다. 조직이 승리하고 성장하는 비결은 속공을 추구하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긴장감과 능력은 한 번 실전을 경험할 때마다 성장한다. 지구전은 비용은 막대하게 소비하면서 이 소중한 학습 기회와 자기 계발의 시간을 박탈하고, 그 반대로 조직을 나태로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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