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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p.31-32그녀는 어떤 사안에 대한 자기 입장이 없다는 건, 그것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고백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그저 무관심일 뿐이고, 더 나쁘게 말해서 기득권에 대한 능동적인 순종일 뿐이라고, 글쓰기는 의심하지 않는 순응주의와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순응주의, 능동적인 순종. 그런 말들에서 나의 글이,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므 이 발표자의 글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이라는 말은 나를 모욕하지 않으려는 배려였을 뿐, 그녀가 속으로는 분명 다른 판단을 내렸으리라고 짐작했다. 나는 그때 강의실을 둘러싼 이상한 열기를 기억한다. 그녀의 발언에 대한 지지와, 한편으.. 2024. 10. 14.
잠시 액션 감상을 - 전란 명대사 편애는 소수의 교만을 낳고박애는 다수의 무질서를 낳으니다스리는 자들의 고달픈 숙명 아니겠는가? 2024. 10. 12.
예정된 전쟁 p.11다른 현직 역사가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역사가 주는 교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과거를 살피는 동안 내가 배운 유일한 교훈은 역사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사실이다. - 라마찬드라 구하 p.77-78아르키다모스가 예견한 대로 전쟁은 참혹했다. 30여 년에 걸친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유혈참극으로 그리스 문화의 황금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페르시아전쟁 이후에 합의된 규칙에 의해 만들어지고 힘의 균형으로 공고화되어온 질서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극작가조차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의 폭력 속으로 내몰았다. 예컨대 멜로스 섬을 점령한 아테네 군인들은 성인 남자는 모조리 학살하고 여자와 아이는 노예로 보냈다. 이것은 수백 년간 그리스가 지켜온 전투.. 2024. 10. 7.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p.16헤겔에 따르면 인정을 위한 투쟁은 인류 역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그는 인정 욕구에 대한 유일한 합리적 해결책은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인정받는 '보편적 인정(universal recognition)'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편적 인정은 민족, 종교, 종파, 인종, 민족성, 성별 등을 근거로 하는 부분적 형태의 인정들, 또는 우월함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개인들에게 도전받아왔다. 정체성 정치의 부상은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직면한 주요 위협들 중 하나다. 만일 인간 존엄성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이해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면 우리 인류는 끊임없는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p.50~51현대의 정체성 정치를 이끄는 힘은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소외당해온 집단들의 평등한 인정에 대한 요구다. 그런.. 2024. 10. 6.
흑사회 2 2024. 10. 5.
흑사회 2024.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