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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자기발견

나의 아저씨

by Diligejy 2024. 1. 12.

https://youtu.be/um8iwwI7nvI

 

이 영상을 보다가 모 회사가 생각났다. 

 

짧게짧게 다닌 경력과 튀는 성격 때문에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았다. 

 

그날도 그랬다. 

 

양복을 입지않고 면접장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상무는 이마에 '너는탈락'이라고 쓰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후일담을 들어보니 속마음은 입구컷이었다고 했다. 전무는 알쏭달쏭. 결국 대표의 승인하에 뽑혔다. 뽑히면 안될 사람이었던 거다. 

 

원석 같은 인재라는 피드백을 들었다. 처음이었다. 

 

나를 뽑았던 그 팀장은 입사한지 2주밖에 안되었는데 성과를 내야한다며 닥달을 시작했다. 엑셀 단축키를 검색하면 단축키를 검색한다고 난리를 쳤고, 노트북을 들고가서 질문했다고 무례하다며 난리를 쳤다. 데이터는 알 수 없었다. 장점보단 단점에 집중한 커뮤니케이션에 지쳤다. 문서는 없었고, 요구사항은 불명확했다. 

 

개선사항을 말해달라고 하기에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해달라고 하면 처음부터 요구사항이 명확한게 어딨냐며 핀잔을 주었다. 답이 없었다. 

 

열심히 버텨봤다.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이 박동훈 부장에 대한 고마움으로 버티듯이 버텨봤다.  처음으로 보석같은 사람이라고, 튀는 성격이어도 날아보라고 해준 대표님이니까. 이지안이 그랬듯 결국 2달만에 그만두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팀장과 같이 일을 못하겠어서 나간 과차장급이 4~5명 되어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나가는 날 전해들었다.

 

하지만 대표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나보단 이 팀장이 필요할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안고 가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고 떠났다. 그리고 그곳은 내 이력서에서 삭제되었다. 그리고 이젠 어딜 다니는지 밝히지 않는다.

 

다만 나가기 전에 대표님께 편지를 썼다. 시스템이 아예 없으니 기초적인 문서화 단계라도 밟아나가셔야 한다고 몇 번을 편지를 썼다. 처음으로 과거 경력이 짧다는 등 양복을 안 입었다는 등 하기보다 능력을 봐줬고, 이번엔 날아오를 수 있을까 라는 꿈을 꾸게 해주었다. 그래서 그 편지를 선물로 남기고 갔다.

 

잡플래닛에 그 곳의 평이 대표가 수직적이다 망친다는 평이 있었다. 난 믿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의 논리를 모르고 사모펀드라는 플레이어의 역할에 대해 모르니 하는 순진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말해 사모펀드 하에선 대표도 장기말일 뿐이다. 믿기지 않다면 사친 카주리아의 [세상을 바꾸는 사모펀드 이야기]라는 책을 읽어보라. 그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 그 자체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걸 아는 사람이 매니저를 했으면 한다. 경력이 짧은 주니어도 날아오르게 할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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