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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퓨리 - 그 속에서

by Diligejy 2024. 7. 28.

 

전쟁사를 글로 배우다보면 추상의 늪에 빠지게 된다.

최소 몇 백명에서부터 몇 천명 많게는 몇십 만명이 죽기 때문에 추상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 추상의 늪에서 건져주는 유용하지만 잔혹한 탈출구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연합군은 금방 독일이 패배할 거라고 생각했다.

전차도 별로 없을 거고 전황은 원하는 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독일은 전차부대를 배치해두었고 독일군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미군의 전차부대 승조원들은 모자라기 시작했고, 영화에 나온것처럼 노먼은 행정병에서 갑자기 전차 승조원으로 배치발령받게 된다. 

 

영화는 매우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노먼의 시선으로 전쟁의 실황을 보여준다. 그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을 일치시키며 2차 대전이라는 사건 속에 서서히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브레드 피트가 연기한 워대디의 말대로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 그런 폭력적인 역사를 처음 직면하게 된 노먼은 격렬히 거부한다. 그의 입장에서 팀원들은 너무나 거칠고 야만적이고 무례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는 워대디의 리더십을 통해 점차 깨닫게 된다. 자신은 그저 평화만을 추구할 수 없는 역사 속의 존재라는 것을. 노먼이 속한 팀원들 또한 그런 존재 중 하나라는 것을. 

 

자신이 처음 만나 성교를 하고 사랑했던 여자를 두 눈 앞에서 잃으며, 자신과 함께 전투했던 동료들이 대전차화기의 공격을 받아 잿더미로 산화하는 걸 보면서 그는 점차 자신의 소명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가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노먼의 비겁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며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그저 성장하면서 위대한 영웅으로만 된다는 스토리였다면 아마 이 영화가 그리 좋은 영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죽을 위기 속에서 죽기 싫다는 그의 절규, 살고 싶어서 전차 밑 해치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은 전쟁이라는 잔혹함을 극대화시켜주는 장치였고, 그가 마지막에 영웅이라고 칭송받는 역설적인 상황을 보여주며 폭력적 역사의 한 장을 마무리 한다. 

 

처음 워대디가 혼자 남아 독일군과 싸우겠다고 했을 때, 다른 팀원들보다 먼저 자신은 워대디와 싸우겠다고 선언하고 전차에 올라탄 노먼이었지만, 생존본능을 거스르기는 어려운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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