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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1월 28일, 찰리 멍거가 99세로 사망했다.
그는 투자 기법을 말하기보다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꼰대'짓을 고집했다. 그는 왜 롤렉스가 필요하냐며, 심지어 명품사치품 '지옥'에 가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책답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종목 선정이나 투자 기법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자신의 일을 수행하며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계속해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죽비로 두들겨 맞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그가 지금 현재 나를 봤다면, 정신차리고 운동 꾸준히 하고, 스마트폰으로 잡다한 유튜브 그만보고 책읽고 영어 공부하라고 하셨을거 같다. 그것도 재밌는 우화를 덧붙여서 말이다.
멍거는 기본적으로 본인이 공화당 지지자이며, 보수적인 색채가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강조하듯 그는 과도한 이데올로기 편향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에(책에서 나오지만, 공화당임에도 낙태권을 지지하는 단체를 그는 후원했다) 정치적 지향점이 어느 지점이건 간에 그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근래 정신차려야지 라고 생각하며 죽비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만큼 적합한 책을 찾기는 꽤 어려울 것 같다.
밑줄긋기
p.50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버지가 패션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아버지는 자신이 행동과 의견 측면에서 비순응주의자 기질이 강하므로 옷이라도 아주 반듯하게 입는 게 합당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한 일반적인 사회 관습을 따르고 유머 감각을 활용한 덕분에 때로 발끈하는 성격임에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 필립 멍거의 회상 중
p.59
찰리는 대개 피해야 할 것, 즉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 그런 다음 주어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긍정적 단계를 고려한다. 그가 즐겨하는 농담 하나가 있다. "내가 어디서 죽을지 알았으면 좋겠다. 거기는 절대 안 갈 테니까."
그는 삶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엄청난 이점을 누린다. 즉, 체스판의 전망 없는 부분은 즉각 제거하고, 좀 더 생산적인 부분에 시간과 주의를 투입한다. 그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감정을 배제한 채 가장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것을 돌아보려고 노력한다. 또한 이렇게 합리성과 단순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신중하게 이른바 물리학 선망(physics envy)을 피해간다. 물리학 선망은 엄청나게 복잡한 시스템(가령 생태계 시스템)을 모든 경우에 들어맞는 뉴턴식 방정식으로 환원하려는 흔한 인간적 욕구를 말한다. 그보다는 "과학 이론은 최대한 단순화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단순해서는 안 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충고를 충실하게 따른다. 찰리는 이 말을 다른 식으로 표현했다. "우리의 특정한 행동이 분명 손해보다 많은 이득을 안길 거라고 확신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상호작용하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p.63~64
찰리는 "아주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적당한 기업을 아주 좋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런 버핏은 이러한 접근 방식의 지혜를 자신한테 알려준 찰리에게 종종 경의를 표했다. "찰리는 그걸 일찍이 알았고, 나는 늦게 배웠다." 찰리의 통찰은 버핏이 순수한 벤저민 그레이엄 스타일 투자에서 워싱턴 포스트, 가이코, 코카콜라, 질레트 같은 우량 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투자로 옮겨가도록 도와주었다.
p.68
- 성공하려는 의지보다 준비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 똑똑해지고 싶다면 "왜, 왜, 왜?"라고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p.79
디즈레일리는 위대한 총리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복수심을 행동의 동기로 삼지 않는 법을 배웠지요. 그 대신 분노를 쏟아낼 약간의 배출구는 남겨두었습니다.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서 서랍에 넣어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는 때로 그 이름들을 다시 확인하면서, 자신이 거들지 않아도 세상이 자기 적들을 처치해주는 것을 지켜보며 즐거워했습니다.
p.84
실제로 나는 명문대에서 강연할 때, 신뢰성과 관련된 발언으로 인기를 잃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맥도날드가 존중할 만한 기업 중 하나라는 것이다. 뒤이어 학생들의 얼굴에 충격받은 표정이 떠오르는 가운데,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맥도날드는 어려운 처지인 수백만 명의 10대들에게 오랫동안 첫 번째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둘째, 맥도날드는 그들 중 다수에게 가장 필요한 한 가지 교훈을 성공적으로 가르쳤다. 성실하게 출근해서 책임감있게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나는 대부분의 명문대가 맥도날드만큼 합리적인 가르침을 준다면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한다.
p.106-107
기계를 파는 사람들 그리고 대개는 그걸 사라고 압박하는 내부의 관료적인 사람들조차 그 신기술을 현재 가격으로 도입할 때 아끼게 될 금액을 항상 제히삽니다. 그들은 두 번째 단계의 분석을 하지 않습니다. 그건 절감분 중 얼마가 회사에 남는지 그리고 얼마가 소비자에게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저는 평생 이 두 번째 단계까지 포함한 예측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은 예측은 항상 봅니다. 거기에는 항상 이렇게 적혀 있죠. "이 자금을 지출하면 엄청 많은 돈을 절감해 3년이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분은 3년이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사들입니다. 그렇게 20년 동안 하고 난 후에도 연간 수익률은 겨우 4퍼센트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게 직물 사업입니다. 새로 도입한 기계가 더 낫지 않은 건 아닙니다. 다만, 비용 절감분이 여러분 몫이 되지 않는 겁니다. 비용 절감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혜택이 기계를 구입한 사람에게 가지 않습니다. 이는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 대단히 흥미로운 또 다른 미시경제학의 모형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처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이른바 '경쟁적 파괴'라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여러분이 최고의 말채찍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데, 갑자기 말 없는 작은 마차가 등장하는 거죠. 그러면 머지않아 여러분의 말채찍 사업은 망합니다. 다른 사업을 하든지 그냥 죽는 거예요. 즉, 여러분은 파괴된 겁니다.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됩니다.
새로운 사업이 생기면 초기 진입자들은 커다란 이점을 누립니다. 그들에게 적용되는 모형을 저는 서핑이라 부릅니다. 서퍼가 파도에 올라타면 가만히 있어도 아주 멀리 갈 수 있죠. 반대로, 파도에서 떨어지면 얕은 물에 갇히게 됩니다. 파도의 끝자락에 서 있으면 아주 오래 탈 수 있습니다. 초기의 내셔널 캐시 레지스터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같은 기업들이 그런 경우에 해당하죠.
현금등록기는 문명에 크게 기여한 발명품 중 하나였습니다. 아주 놀라운 이야기죠. 존 헨리 패터슨은 돈을 전혀 벌지 못하는 작은 소매상이었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그에게 조잡한 현금등록기를 팔았습니다. 그는 그걸 가게에 들여놓았죠. 그러자 갑자기 흑자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이 돈을 훔치기가 훨씬 어려워졌거든요.
패터슨은 '가게에 도움이 되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현금등록기 사업을 해야겠어.'라고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셔널 캐시 레지스터를 만들었고, 파도에 올라탔습니다. 그는 최고 유통 시스템과 최다 특허를 비롯해 모든 것에서 최고를 달렸습니다. 또한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모든 것에 열정적으로 매달렸습니다.
p.121
항상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척하기보다 매우 드물지만 귀중한 통찰을 했을 때 크게 가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처음부터 타당하지 않은 일을 하기보다, 타당한 일을 하려고 들면 잘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요? 여러분 중에서 동일한 정도로 확신하는 56개의 명민한 통찰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손들어보세요. 반대로, 어느 정도 확신하는 두세 개의 통찰을 지닌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p.132
삶과 그 다양한 경로는 가혹할 정도로 힘들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난관을 극복하는 데 유익한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 기대를 낮춘다.
- 유머 감각을 갖춘다.
- 친구와 가족의 사랑으로 주위를 감싼다.
p.144
복수의 학문에 걸친 복수의 모형 시스템에 하나의 규칙을 추가해야 합니다. 바로 과도한 이데올로기를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규칙입니다. 자칫하면 정확성, 근면성, 객관성보다 과도한 이데올로기를 우선시할 수 있거든요. 최저임금을 올리거나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게끔 하는 과도한 이데올로기는 사람을 약간 어리석게 만듭니다.
이는 아주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삶은 수많은 연관성으로 이루어져 있죠.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을 낮추거나 올리는 게 사회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 좋습니다. 두 견해 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슈에 대해 과격한 이데올로기로써 전적으로 확신하는 건 제가 보기에 사고 능력을 형편없게 만듭니다. 그러니 이데올로기 때문에 생기는 정신적 기능장애를 조심하세요.
p.147
어떻게 똑똑한 사람이 그토록 틀릴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제가 여러분에게 하라고 하는 일을 여러분이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심리학의 모든 주요 모형을 취한 다음, 복잡한 시스템에서 나온 결과를 검토하는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는 일입니다.
어떤 조종사도 A, B, C, D 등으로 나열된 체크리스트를 점검하지 않고 이륙하지 않습니다. 두 가지 추가 트릭이 필요한 브리지 플레이어도 자신의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파악하지 않고는 판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리학 교수는 자신들이 너무나 똑똑해서 체크리스트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습니다. 거의 모두가 그렇습니다. 어쩌면 모두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체크리스트르 활용했다면 밀그램 실험이 세 개가 아니라 최소한 여섯 개의 심리학 원칙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겁니다. 단지 그들이 할 일은 체크리스트를 점검해 자신이 놓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주요 모형을 취한 다음 복수 모듈 방식으로 같이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실수를 거듭하게 될 겁니다.
p.175-176
제가 사회를 운영한다면 스트레스에 대한 산재 보상을 없앨 겁니다.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가짜 환자와 진짜 환자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사회적 손실이 예상되는 이익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저는 해군의 시스템을 좋아합니다. 함장이 24시간 연속 근무를 마치고 잠을 자야 해서 유능한 일등항해사에게 운항을 맡겼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상황이 나빠져서 배가 좌초하면 어떻게 될까요? 명백한 잘못이 없는 경우, 함장을 군법회의에 회부하지는 않지만 그의 해군 경력은 끝납니다.
'그건 너무 가혹해. 로스쿨은 그런 걸 추구하지 않아. 그건 적법한 절차가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해군 방식은 나름의 맥락에서는 로스쿨 방식보다 낫습니다. 상황이 나쁠 때 핑계를 댈 수 없으니 정말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만드니까요. 나폴레옹은 운 좋은 장군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패자를 복돋우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죠. 해군도 운 좋은 함장을 좋아합니다. 배가 왜 좌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함장의 경력은 끝장납니다. 누구도 함장의 잘못 여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 효과를 고려했을 때 모두를 위해 그런 규칙이 생긴 것뿐입니다.
저는 그런 규칙을 좋아합니다. 잘못을 허용하지 않는 규칙을 만들면 사회가 더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스쿨에서는 그런 걸 배척하는 경향이 있죠. "그건 적법한 절차가 아니야. 정의롭지 않아."라면서요. 제가 해군의 규칙을 옹호하는 게 정의를 추구하는 겁니다. 좌초되는 배들이 줄어들게끔 하는 정의 말입니다. 전체 혜택을 고려할 때, 저는 한 명의 함장이 불공정한 일을 당하는 건 개의치 않습니다. 어차피 군법회의에 회부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 뿐입니다. 게다가 연금도 계속 받을 수 있고요.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걸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소수예요.
p.256
이제 미국에서는 임직원에게 처음 스톡옵션을 제공할 때, 시장 가격보다 낮게 제공해도 수익 산정 시 보상 비용으로 계상하지 못한다는 회계 관습이 생겼습니다. 할인 스톡 옵션 행사는 현금을 지급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데도 말입니다. 이 놀랍도록 특이한 관습은 회계 전문가들이 현명하고 도덕적인 일부 구성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p.303-304
도덕적 방식이 최대한 잘 작동하려면, 대다수 세속적인 결과와 마찬가지로 때로 불공정하게 보여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항상 깨닫는 것은 아닙니다. 완벽한 공정성에 대한 갈망은 시스템에 여러 끔찍한 문제를 초래합니다. 일부 시스템은 개인에게 의도적으로 불공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평균적으로 모두에게는 더 공정해지니까요. 공정하게 보이지 않는 것에도 미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p.313-314
제게 도움을 준 핵심적인 생각은 무엇일까요? 운 좋게도 저는 아주 어린 나이에 그 생각을 품었습니다. 바로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그걸 얻을 자격을 갖추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자 황금률입니다. 당신이 기꺼이 받고 싶은 것을 상대에게 주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 변호사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보다 나은 태도는 없습니다. 대체로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은 삶에서 승자가 됩니다. 그들은 단지 돈과 명예만 얻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상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심과 마땅히 받아야 할 신뢰를 얻죠. 마땅한 신뢰를 얻는 것은 삶의 크나큰 기쁨입니다.
p.320-321
저는 이른바 '철칙'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열광적인 특정 이데올로기에 이끌릴 때 제정신을 차리게끔 해주는 철칙입니다. 자기 입장에 대한 반론을 반대쪽에 있는 사람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없다면,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말라는 겁니다. 그런 수준에 도달해야만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p.366
비일관성-회피 경향의 한 가지 결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는 과정에서 큰 희생을 치른 사람은 거기에 더욱 헌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치 없는 대상을 위해 큰 희생을 치르는 것은 결국 상당히 비일관적인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명은 고되고도 장엄한 통과의례를 많이 고안했습니다. 흔히 공개적으로 행해지는 이런 의식은 새로운 약속을 더욱 단단하게 굳힙니다.
고된 통과의례는 좋은 행동뿐 아니라 나쁜 행동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식 마피아 조직원의 충성심 또는 히틀러에 대한 피의 서약을 해야 하는 신임 장교의 충성심은 비일관성-회피 경향을 촉발함으로써 강화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경향은 흔히 호구를 만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조종해 자신에게 복종시키는 사람은 호구의 무의식적 비일관성-회피 경향을 촉발해 이익을 얻습니다. 벤저민 프랭클린보다 이 과정을 잘 보여준 사람은 드뭅니다.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 한 유력 인사에게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처럼 별로 대단치 않은 호의를 베풀도록 그를 조종했죠. 이후 그 유력 인사는 프랭클린을 더 존중하고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존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은 그 행위에 내포된 인정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동안 이 기법은 중공군이 포로들에게 사용한 세뇌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이 기법을 단계별로 실행하면, 중공군을 대하는 포로의 인식을 바꾸는 데 고문보다 더 효과가 좋았다고 합니다.
p.372
인간과 개미의 역사가 공공연히 시사하는 것은 1) 자연에는 같은 종에게 용서를 베푸는 행동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이는 보편적 알고리즘이 없고, 2) 국가가 외부자에게 원수를 갚는 경향을 모두 버렸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높지 않으며, 3) 용서를 베푸는 행동이 국가가 외부자를 대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라면 유전적 본성에 반하는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문화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p.383-384
화학물질에 의존하는 경우는 대개 도덕이 끔찍하게 무너집니다. 의존증 환자는 자신이 아직 화학물질에 중독되지 않았으며 마음만 먹으면 화학물질을 끊을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갈수록 심하게 망가지는 와중에도 현실을 부정합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프로이트식 요법이 화학물질 의존증을 치료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알코올의존증 환자 모임은 중독에 맞서는 여러 심리적 경향을 촉발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50퍼센트의 치유율을 달성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대개 힘들고 피곤합니다. 50퍼센트의 성공률은 50퍼센트의 실패율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화학물질에 의존하게 만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모든 행동을 멀리해야 합니다. 피해가 너무나 클 수 있으므로 아주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피해야 합니다.
p.400-401
벤저민 프랭클린의 격언 중 가장 많이 기억되고 가장 유용한 것은 "작은 구멍이 큰 배를 침몰시킨다."입니다. 이 격언이 매우 유용한 이유는 우리의 뇌가 큰 배에 생긴 작은 구멍 같은 문제를 종종 놓치기 때문입니다.
p.404-405
이 정신적 경향은 "나는 사랑하는 소녀가 곁에 없으면, 곁에 있는 소녀를 사랑하지."라는 노래 가사와 호응합니다. 인간의 뇌는 불완전하고 한정된 용량을 지녔죠. 그래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걸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또 뇌는 기억할 수 없거나, 강하게 작용하는 한 가지 이상의 심리적 경향 때문에 인식할 수 없는 걸 활용하지 못합니다. 이는 곁에 있는 소녀에게 영향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뇌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을 과하게 평가하며, 그에 따라 가용성-ㅇ오평가 경향을 드러냅니다.
이 경향에 따른 실수를 막는 주된 해결책은 대개 절차를 수반합니다. 거기에는 거의 언제나 도움을 주는 체크리스트 활용이 포함됩니다. 또 다른 해결책은 반증을 강조한 다윈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즉, 수치화하기 어려운 요소를 특히 강조해야 합니다. 그런 수치를 내는 요소를 죽로 또는 전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또 한 가지 해결책은 사고의 폭이 넓고, 회의적인 태도를 지녔으며, 생각을 잘 표현하는 사람을 찾거나 고용해서 그에게 기성 관념에 반하는 생각을 옹호하는 역할을 맡기는 겁니다.
가용성-오평가 경향을 막으려면 대단히 인상적이어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매우 선명한 증거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야 하는 반면, 그보다 덜 선명한 증거의 가치는 높게 평가해야 합니다. 다만, 선명한 증거가 정신에 미치는 특별한 힘은 1) 다른 사람이 정확한 결론에 이르도록 설득하거나, 2) 잊고 싶지 않은 여러 항목에 차례로 선명한 이미지를 결부시켜서 기억력을 높일 때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처럼 선명한 이미지를 활용해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 덕분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위대한 연설가들은 노트 없이도 길고 체계적인 연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향에 대처할 때 기억해야 할 훌륭한 알고리즘은 단순합니다. 그것은 단지 쉽게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어떤 아이디어나 팩트가 더 많은 가치를 지니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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