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7~28
결혼이라는 것은 일종의 '하루 계약daily contract'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의 배우자와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그만 살 것인지를 편익과 비용을 따져 계산하지요. 이혼을 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예기치 않은 온갖 고통들까지 비용으로 계산해서, 배우자와 같이 사는 게 더 낫다는 계산이 들어야 하루하루의 결혼 생활이 연장되는 것입니다. 결국 결혼 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일종의 '암묵적 계약implicit contract'이 유지되는 겁니다. 계산이 안 맞으면 언제든 헤어지는 것입니다. 그 헤어짐은 바로 내일 발생할 수도 있지요.
p.42
마음에 드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선호하는 가치 있는 신호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상대의 마음을 여는 첫 번째 관문이다. 그 이후에 상대방이 부수적으로 선호하는 가치 있는 신호들을 찾아서 보여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최고의 사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같은 각고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생각이다. 짝을 찾아 가는 과정이 이처럼 험난하고 어려운 길이다!
p.44~45
올리버 하트는 기업을 매각할 때 민영화가 바람직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구분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정보의 비대칭 정도를 토대로 공기업의 투명성 확보와 경영혁신,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민영화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주인이 대리인의 행위나 노력에 대해 효과적으로 관찰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과도한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도 흔하다. 동시에 대리인은 과업의 수행에 필요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도덕적 해이의 유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경우를 2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조직이 너무 비대할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구성원들이 본부로부터 감시당한다는 생각을 가질 경우'였다. 도덕적 해이를 없애려고 상부에서 하부 구성원들을 감시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반발을 사게 되고 도덕적 해이도 막지 못한 채, 혁신도 더뎌진다는 것이다. 상부가 너무 간섭을 하면 하부 구성원들이 혁신하고자 하는 유인이 줄어든다. 또, 그는 "IBM은 조직이 너무 거대하고 중앙집권적이어서 혁신을 이루기 어려웠다. 차라리 조직을 슬림화하고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라."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주인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개인이나 조직의 이익이 되고 그것이 혁신을 이끈다고 강조했다.
p.69~71
빚이란 게 뜻하지 않은 국제 시장 환경에서 화근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2015년 과다한 국가 부채 문제에서 비롯한 유럽의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상황에서 스위스 중앙은행은 불안한 유로화와 연계된 자국 통화의 최저 환율제를 폐지했다. 그 결과 유로당 1.2프랑이 1.0프랑 수준으로 떨어져(스위스 프랑의 가치 상승) 스위스 프랑으로 대출받은 다른 나라들의 채무가 자국 화폐로 표시할 경우 엄청난 증가로 나타나게 되었다. 유럽 국가들은 대출을 받을 때 유로나 스위스 프랑으로 표시해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시엔키에비츠의 고국인 폴란드의 경우, 가계 부채의 37%가 스위스 프랑으로 빌린 부채인 것으로 추정돼 가계의 불만이 높아졌다. 폴란드의 약 55만 가구는 갚아야 할 빚이 난데없이 늘어난 것이다. 크로아티아와 폴란드, 체코 등은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안정돼 있고 금리도 낮아 얼마동안 스위스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로 부동산에 투자했으나 스위스 프랑의 가치 상승으로 자국 화폐로 표시한 채무가 증가해 곤경을 겪게 된 것이다.
세계화 시대 통화 가치의 변화가 빚을 줄이기도 늘리기도 한다. 빚으로 채워진 욕망이 세계와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의 상태는 '쿼바디스(Quovadis, 어디로 가시나이까?)'다.
p.83
이같은 부채 증가 속에서도 가계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유례없이 낮은 이자 덕이다. 가처분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원리금 갚는 데 사용하는 상황에서 살림이 쪼그라들고 소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민간 소비 부진이 세계 경제가 안 좋아 발생하는 경기적 요인인지 원리금 상환 부담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인지가 그래서 논쟁이 된다. 누군가 어지러운 생각에 빠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쿼바디스?
p.86
생애소득 가설은 경제학자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주장한 절대소득 가설에 대한 논리적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절대소득 가설'의 핵심은 당기소득의 절대적 수준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이러한 예는 많지 않다. 실제 생활에서 소비가 당기소득의 절대 수준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보자. 일용직 노동자들은 그날 돈을 많이 벌면 그날 소비를 많이 하고 그날 돈을 많이 못 벌면 소비를 줄이는 성향을 가져 케인즈의 절대소득 가설에 부합한다. 그러나 일용직 노동자들을 제외한 다른 대다수의 사람들은 케인즈의 절대소득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다.
모디글라이니는 사람의 생애가 소득이 높은 시기에서 낮은 시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생 동안 소득이 변화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은퇴 때문이다. 물론 도중에 실직을 하는 경우도 있고 요즘 같이 구직이 어려운 청년의 경우는 캥거루족으로 살아가는 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저축을 하기는커녕 부모 돈에 의존하게 된다. 여하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퇴 후에 소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비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생활 수준을 대폭 낮추기를 바라지 않는다. 은퇴 후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 직업을 갖고 있는 동안 저축을 하고 올바른 재무 설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p.91~93
그의 이름은 스웨덴 사회민주주의의 상징인 군나르 뮈르달이다. 그눈 경제학이 정책을 통해 시민의 안녕과 복지에 봉사할 수 있게 실천적 지침을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인종 문제, 스웨덴의 복지국가 건설, 아시아의 경제 발전에 특히 관심이 높았다. 그의 핵심 이론은 '누적적 인과 이론Cummulative causation theory'이다. 무엇이 누적되고 인과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인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그는 나라와 나라 간의 경제 발전을 불평등의 시각으로 본다.
"경제가 발전해도 약소국은 뒤처지고 가난한 상태로 남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누적적 인과 과정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 말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그가 내뱉은 말이라면 귀를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더 놀라운 것은 그는 노벨상 수상을 거부하며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들으면 정색할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1957년에 출간된 <경제 이론과 저발전 지역>이라는 저서를 살펴보자.
A지역과 B지역이 있다. 두 지역은 각각 경제 활동을 벌이면서 서로 생산물을 거래하고 노동이나 자본도 이동한다. A지역의 한 기업이 기술 진보에 성공해 신제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신고전학파의 비교우위 이론에 따르면 A지역의 기술 진보가 두 지역의 경제 성장을 이끈다. 기술 개발로 A지역 기업가의 수익과 근로자의 소득이 증대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A지역 사람들의 소득이 증대해 B지역 제품의 수요도 추가적으로 늘어나, B지역 기업가와 근로자의 사정도 조만간 호전될 것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한 지역(부자)의 성공이 다른 지역(빈곤층)의 성공으로 연결되는 '낙수 효과'를 중시한다. 그러나 뮈르달은 다른 시각을 보인다. 그는 빈곤은 빈곤에 의해 더 영속화되고 풍요는 풍요에 의해 더 촉진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뮈르달은 A지역(중심부)의 성공이 B지역(주변부) 제품의 수요 증대로 이어질 '파급 효과spread effect'를 부정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지만 결국 그는 중심부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주변부 국가에 재투자되지 않고 중심부 국가로 투자된다고 보았다. 왜일까? 주변부는 투자 유인에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파급 효과를 실제로 누릴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주변부 국가는 교통통신망이 효율적이고 교육 시스템이 선진적이며 아이디어와 가치가 역동적으로 넘치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더군다나 뮈르달은 생산요소의 이동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지역에 비해 A지역의 임금, 이자, 이윤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노동과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가 B지역에서 A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역류 효과backwash effect'가 발생해 두 지역의 경제 격차를 확대시킨다고 본 것이다. 이는 불균형의 효과를 누적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주변부인 B지역은 노동과 자본이 유출되어 생산 능력이 축소되고 소득창출 능력이 약화된다. 소득 감소는 다시 지역 내 네트워크 외부 경제 효과 발생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을 어렵게 해 가뜩이나 부족한 파급 효과를 한층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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