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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이론&사상

경제학의 향연

by Diligejy 2017. 10. 24.

p.13

경제학은 천문학이 아니다. 왜냐하면 경제학의 결론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작용하는 정부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세계라면 이 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불완전한 세계에서 이 말은 사람들이 스스로 믿고 싶어하는 바를 알 만큼만 경제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된다는 뜻이 된다.


p.22

로널드 레이건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현실의 정치적 성공은 대중들이 현재 인식하고 있는 이익에 무작정 호소함으로써가 아니라, 그들이 인식하고 있는 이익을 재정립하고 자신이 주도할 수 있는 변화를 통해 그들의 불만을 조절할 방법을 찾아내는 데에서 얻어진다.


p.25

정치가들이 교수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의사 소통이 안 되어서가 아니다. 다만 정치가들이, 각별히 다른 정치가들로부터 권력을 쟁취하고자 할 때, 듣고자 하는 바를 들을 수가 없어서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다. 다른 그룹, 즉 정책 기획가들이 그 간격을 메우려고 나섰다.


p.26

정책 기획가인가 아닌가를 구분 짓는 것은 출신 경력이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무슨 말로 강연하느냐 하는 점이다.


p.47

대학 교수와 정책 기획가를 구분하는 기준의 하나가 선호하는 모형의 유형이다. 정책 기획가는 일반적으로 은유적 형태의 모형을 선호한다.


교수들은 일반적으로 수학적인 모형을 선호한다.


수학적인 모형은 압축적일 수 있지만, 등식으로 표시하여 계산하기 어려운 것은 무시하게 만든다. 은유적인 모형은 구체적이고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사항마저 은유적으로 표현하게 되고, 이에 따라 전적으로 은유법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멋진 문장이 조잡한 개념적 또는 사실적 오류를 감추고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p.51

경기 후퇴에 대한 케인스 학파의 기본적인 해답은 언제나 통화 확대에 있다. 그러나 케인스는 이 방법도 때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특히 경기 후퇴가 통제 범위를 벗어나 정말로 불황이 될 때가 그렇다. 일단 경제가 불황에 깊이 빠지면, 가계 그리고 특히 기업은 아무리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지출 증가를 꺼릴 수 있다. 이 때는 통화가 아무리 확대되어도 단지 가계와 기업의 보유량만 늘릴 뿐이다. 통화 정책이 비효율적이 되는 이 같은 상황이 이른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다.


유동성 함정에 대한 케인스 학파의 해결책은 정부로 하여금 민간 부문이 하려 하지 않는 것, 즉 지출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 통화 학대가 비효율적일 때는 재정 확대 - 정부 차입으로 충당되는 공공 사업 계획-가 대신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정책 권고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배수의 진을 치는 전략, 즉 통화 정책에서 평상적인 대증 요법이 실패하였을 때에만 사용될 수 있는 극약 처방인 것이다.


p.55

프리드먼은 그러한 적극적인 정책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해롭기까지 하여 오히려 개선하고자 하는 경제적 불안정을 악화시키므로 단순하고 기계적인 통화 준칙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논하였다. 바로 이것이 "통화주의(Monetarism)"라고 알려진 학설이다.


프리드먼은 사실을 논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대공황을 유발하였던 극심한 불황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경기 후퇴는 케인스의 시나리오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경기 후퇴는 민간 부문이 고정된 화폐의 보유량을 증가시키려고 해서 일어났던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통화량의 감소로 인하여 일어났다.


p.56

프리드먼의 논의에 따르면, 연방준비이사회가 경기 후퇴를 알아차리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확신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조치 자체가 현실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이미 늦고, 늦어진 그 만큼 경기 후퇴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과도한 확장기에 들어서 있는 경기를 더욱 부양시키는 꼴이 되어 버린다.


p.58

근본적으로 통화주의란 진지한 사상가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범위가 넓은 통화량은 현금이나 현금에 가까운 대체 수단의 유동성을 재는 척도라기보다는 전체 금융부문의 규모를 재는 척도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와 같이 범위를 폭넓게 잡으면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는 데 문제가 생기게 된다. 만약 프리드먼 식의 폭넓은 통화 개념이 경기 후퇴기에는 항상 축소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것은 통화 정책이 경기 후퇴의 원인이 된다는 말인가, 아니면 경기 후퇴 기간 중 금융 부문의 규모를 포함한 경제의 전 부문이 하강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인가?


p.59

사실상 프리드먼은 연방준비이사회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원칙은 인정한다. 단지 그는 경제 자체라는 범위가 더 넓은 목표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총통화량을 안정시키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p.61

케인스의 경제학은 결코 경제의 무제한적인 확대를 요구하지 않는다. 경제가 완전 고용 수준까지 확대되는 것을 요구하지 그 이상은 아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화폐 공급을 줄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완전 고용에 이를 때까지 경제를 확대하라. 다만, 그 이상은 안 된다"는 간단한 처방은 막상 실행하려고 할 때 어려움에 빠진다. 그 난점 중의 일부는 기술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통화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이유로서, 경제를 아주 정확하게 조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완전 고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p.67

중요한 것은 프리드먼의 스태그플레이션 분석이 갖는 한계를 인식하는 일이다.


프리드먼이 보여준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궁극적으로 초래하는 일 없이 "완전 고용"이라는 인위적인 목표를 노려 통화 확대 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바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실제 인플레이션 율이 노동자와 기업이 기대하는 인플레이션 율과 다소 비슷할 때 얻어지는 실업률 수준으로 경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핵심은, 프리드먼의 자연 실업률이란 주장 속에 내포된 어떤 것도 민간 경제가 자체 기구만으로 움직일 때 실업률을 자연 실업률에 가깝게 다소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경제는 어느 정도 자연 실업률을 시현하겠지만, 자연 실업률을 중심으로 격심하게 진동할 수도 있다. 


p.71

루카스는 예측 가능한 모든 통화 정책이 비효율적이라고까지 논하였다. 연방준비이사회가 공식 실업률이 1% 증가할 때마다 통화 공급을 1% 증가시키는 규칙적인 정책을 취하고, 이러한 정책이 세간에 알려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기업들은 그 규칙적인 정책을 그들의 기대와 가격 책정에 도입하여 실업률 통계 수치가 올라갈 때마다 가격을 인상하게 되므로, 결국 통화 확대는 산출물이 아니라 오직 가격에 영향을 끼칠 뿐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진다고 루카스는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통화 정책이 "작동"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측할 수 없게 되었을 때뿐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작위적인 것이다. 그러나 무작위적인 통화 정책은 정의에 따라 산출물을 더욱 불안정하게 할 뿐이다!


p.73

거시경제학자들은 그저 어느 한 가지 상관 관계를 관찰하고 나서 그것은 얼마든지 적용 가능한 관계를 나타낸다는 식으로 신념의 단계로 넘어 간다. 물론 그들은 틀렸다!


p.75

케인스 경제학은 항간에 알려진 대로 단지 경기 후퇴기에는 통화 공급을 늘려 주고 불황기에는 공공 사업을 시행하는 정책이 전부가 아니다.


p.79

한 나라를 가난하게 하는 것은 경기 후퇴나 물가 앙등, 내전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나라를 부유하게 하는 것은 생산성 성장(productivity growth)이 유일하다. 장기적으로 보아서 천재지변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의 성장률은 평균적인 노동자 한 사람이 한 시간에 생산해 낼 수 있는 양의 연간 증가율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p.81

생산성 둔화가 명백해진 처음 몇 년 동안에는 석유 가격이 전세계적으로 상승한 탓이라는 비난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얼마 후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은 설명을 포기하였다. 높은 에너지 가격과 결부된 혼란으로 성장률이 2, 3년간 평균 이하라는 정도는 설명할 수 있었지만, 성장률 하락의 규모와 지속성이 너무도 컸기에 석유 가격만큼이나 중요한 그 어떤 것으로서도 설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p.83

새로운 기술은 그것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수십 년 동안은 피상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며, 최소 한도의 알반화에 도달해야 비로소 꽃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후 30년 동안은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몇 가지 핵심 기술의 상호 작용을 이해함으로써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 기술들은 대개 1차 세계 대전 이전부터 존재하였지만, 장기간의 침체와 전쟁 때문에 충분히 이용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하던 과거의 아이디어들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후원하에 완전히 이용되면서 생산성에 극적인 효과를 낳았다.


p.94

펠스타인이 지적한 것은, 투자 의욕을 감퇴시키는 세금은 어느 경우에도 나쁘지만 특히 1970년대에는 인플레이션에 가속도가 붙고 있었기 떄문에 더욱 나빴다는 점이다.


p.97

사실상 사회 보장 제도는 더 부유하고 인구도 더 많은 미래의 세대가 현재의 근로자 개개인에게 선물을 주는 제도이다. 좋은 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또한 사람들이 소비는 더 많이 하고 저축은 더 적게 하도록 유도한다.


1970년대 펠스타인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 보장제도로부터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순 수령금은 미국 내에 있는 모든 생산재 가치의 40%에 해당하였다. 따라서 만인 사회 보장 제도가 개인 연금이나 다른 개인 저축을 실제로 대체한다면, 자본 형성을 저해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


p.98

1973년 초에 그는 미국이 완전 고용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조화시키고자 하면서 안게 된 문제점들은 빈약한 인센티브에 따른 결과일 것임을 시사하였다. 그의 표적은 실업 보상이었다. 실업 보상은 물론 실업의 고통을 경감시켜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펠스타인의 주장은 이 찬양받아 마땅한 목적에 비용이 따른다는 것이다. 즉 실업이 덜 고통스럽게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임금 요구를 자제할 인센티브는 줄어들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더욱 어렵게 한다. 결국 실업 보상으로 말미암아 실업률에 대해 신경은 덜 쓰게 되었지만 미국은 실업 보상이 없을 경우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실업률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p.99

1970년대의 보수주의 재정학이 정녕 제시한 바는 미국의 조세 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세율은 지나치게 높아서 근본적으로 경제 유인을 왜곡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세율은 인하-대신에 왜곡이 덜한 세목의 세율을 올리거나 또는 지출을 줄임으로써 조세 삭감을 보전하고-하는 것이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시사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조세가 미국이 겪는 경제난의 근원이라거나 또 세율 인하를 통해 자동적으로 미국이 다시 움직일 것이란 사실을 입증하는 이론이나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p.100

펠스타인이나 보스킨 그리고 아서 래퍼의 전면적인 주장 사이에는 엄청난 지적 간격이 있었다. 그러나 대중들의 마음속에서 그들은 사실상 동맹자였다.


p.104

규제에 대한 지각 있는 보수주의자들의 비판은 과세에 대한 비판과 매우 유사하였다. 그들은 특정 유형의 행위에 대한 고율 과세를 배제하고, 평균적으로 세율이 좀더 낮고 융통성이 훨씬 많은 세제를 요구하였던 것이다.


p.116~118

가드너의 정의에 따르면, 괴짜란 과학의 정통성에 도전-그러나 평범하고 익히 알려진 방식을 따르지 않고-하는 사람이다. 그는 정통성이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한 과학적인 이유보다는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기존의 지혜를 반박하려고 하는 아웃사이더이다. 진화론을 거부하는 "천지창조파 과학자들(Creation scientists)"이나, 지구는 문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이아(Gaia)"신봉자들이 현대의 유명한 괴짜들이다. 물론 오늘날의 경제학이 생물학만큼 완숙한 과학은 아니며, 또 로버트 바틀리가 철저하게 괴짜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가드너가 묘사한 내용 대부분이 공급 중시론자들에게 기막히게 들어맞는다.


가드너는 괴짜의 확연한 특징 두 가지를 규정하였다. 첫째로 괴짜는 정상적인 토론 경로와 동떨어져 있다. "그는 연구 결과를 공인된 잡지에 보내지 않는다. ... ... 그는 자신이 설립한 조직 앞에서 발언하며, 자신이 편집하는 잡지에 기고한다. ......" 로버트 바틀리는 자축의 의미를 담은 책 [풍요의 7년]에서 공급 중시 경제학의 기원에 대해 월 가의 한 레스토랑 마이클 원(Michael 1)에서 몇 차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틀이 잡히게 되었다고 묘사하고 있다. 그와 래퍼는 바로 그 곳에서 케인스 경제학이 논리적으로 불일치한다는 사실-폴 새뮤얼슨 및 수 천명의 다른 사람들이 수백 번의 학술 토론회를 벌이면서도 놓친 통찰력-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또한 통화 정책이 경제에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밀튼 프리드먼도 잘못되었다는 사실-프리드먼과 루카스 및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 교수들이 혹독하기로 악명 높은 시카고 세미나를 30년 가까이 진행하면서도 놓친 통찰력-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저녁 식사 도중의 이와 같은 심오한 사색의 결과는 놀랍게도 대부분 [월 스트리트 저널]의 사설란이나 크리스톨의 퍼블릭 인터레스트]에 발표되었다.


가드너의 논의에 따르면, 괴짜의 또 다른 성격은 기성 학계나 인사가 자기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필경 어리석어서가 아니면 정직하지 못해서, 또는 둘 다이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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