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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힘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려는 철학이나, 인과관계의 엄밀성에 기초해 지식을 쌓아나가는 경험적 사회과학과는 달리, 정치철학은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실천적 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 정치철학 역시 이성의 올바른 사용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그 중심요소는 어디까지나 실천적 지식이고, 그것에 바탕을 둔 사려 깊은 판단력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성 그 자체와 인간의 정치적 행위 사이에서 나타나고 작용한다. 정치의 영역에서 인과관계는 이성의 규칙에 반드시 종속되지는 않는다. 가치의 영역은 서로 충돌하고, 이성이 열정을 제어하기보다는 그 반대가 더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균형 잡힌 사고와 절제된 주장은 정치의 영역에서 핵심요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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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민주화 이전의 정치는 모두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지배와 억압, 폭력과 부패, 기만과 술수 등으로 동일시되었다. 따라서 민주화 투쟁은 정치적인 의도를 갖지 않는 순수한 열정이자 일체의 권력적 요소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고, 그렇게해서 도래할 민주주의는 한국 정치에 도덕적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권력을 권위주의와 동일시하고 정치를 탐욕과 타락을 상징하는 인간 행위로 이해하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 경향은, 민주주의를 하나의 통치 체제로서 받아들이고 이를 잘 운영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경시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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