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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본소설41

양을 쫓는 모험(상) p.71 당신의 인생이 따분한 게 아니라 당신이 따분한 인생을 추구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나요? 2018. 2. 8.
여자없는 남자들 p.37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히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뭐랄까, 보다 총체적인 문제야. 더 애매하고, 더 제멋대로고, 더 서글픈 거야. 드라이브 마이 카 中 p.49가후쿠 씨,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 드라이브 마이 카 中 p.51아무리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자기만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 하지만 나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분명하게 들여다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나 자신의 마음과 솔직하게 타협하는 것 아닐까요? 진정으로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나 자.. 2017. 12. 31.
제노사이드 p.59 콩고에는 남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좋은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핀 포인트 폭격 같은 세련된 전술도 없다. 대의도 이데올로기도 애국심도 없다. 있는 것은 일체의 허식이 사라진 섬멸전뿐이다. 지하자원 쟁탈과 민족 간의 증오, 날붙이와 소총에 의한 살육. p.66전차에 타서 마치다로 향하는 길에서 겐토는 머리를 흔들었다. 자기 주변의 세계가 갑자기 변한 느낌이었다. 여태 부모로만 봤던 두 사람이 부부라는 특별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그것은 부모의 존재를 두 사람의 인간으로 보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마냥 어리던 시절은 이제 아마도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는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라는 존재는 죽음을 통해서 자식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큰 교육을 하는 .. 2017. 10. 14.
봄에서 여름, 이윽고 겨울 p.53시간은 사정없다. 사정없이 흘러가고 사정없이 슬픔을 지워낸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딸의 죽음을 신문에 실린 생판 모르는 타인의 부음과 마찬가지로 무덤덤한 사실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미치도록 무서워졌다. p.56슬픔을 억누르고 현실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런데 자신이 계속 도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녀를 지켜주어야 한다. 아니, 지키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힘을 모아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부부가 아닌가. 히라타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p.95팔다 남은 음식이다. 히라타는 곧잘 저녁식사분을 처분하는 할인가로 아주 싸게 사온다. 딸을 잃은 뒤, 그런 가난하고 쓸쓸한 식탁이 몇 번이나 계속됐다. p.131~132아내가 터무니없는 행동으로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생계를.. 2017. 7. 22.
렉싱턴의 유령 p.60~61 "내가 권투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거기에 깊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 깊이가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때리는 거나 맞는 것 따위는 그야말로 아무래도 좋은 것입니다. 그런 건 단지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람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으면, 설사 진다고 하더라도 상처 받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모든 일에 이길 수만은 없는 법이지요. 사람이란 언젠가는 반드시 지게 마련입니다. 중요한 건 그 깊이를 이해하는 것이지요. 권투는-적어도 나한테 있어서는- 그러한 행위였습니다.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오르면 때때로 나 자신이 깊은 구덩이의 밑바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끔찍하게도 깊은 구덩이입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고, 누구도 나를 볼 수 .. 2016.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