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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본소설41

은하영웅전설 6 p.119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생애를 좌우할 만한 상황의 변화가 일어날 경우, 사람들은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운명'이라는 낡은 어휘를 기억의 무덤에서 끄집어낸다. p.245 인생은 원래 자기 맘대로 안 되는 거야. 어른이 된다는 건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구별하는 일이지. p.251 전략이란 상황을 만드는 기술, 전술이란 상황을 이용하는 기술 p.324 예로부터 그 얼마나 많은 명장이 전장에서 무사히 귀환했으면서도 조국에 우뚝 솟은 숙청과 추방의 문을 지나야만 했던가. 하나의 무훈은 백만의 질시와 반감을 낳고, 계단을 하나 오를 때마다 발판은 좁아지며, 넘어졌을 때의 상처는 크고 깊어진다. 고대의 어떤 제국에서, 반역죄를 이유로 억울하게 체포된 장군이 자신에게 무슨 죄가 있는지 황제.. 2022. 7. 10.
은하영웅전설 5 p.41 상황이 격변할 때, 한번 수동적인 입장으로 전락한 사람은 자신의 운명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설령 일방적인 피해자의 입장은 도저히 감수하지 못하는 기골을 지닌 자라 하더라도, 개인 수준의 기력이나 사고를 넘어선 거국적인 상황이 격동하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법이다. 출항하는 배의 갑판 위에서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한들 아무리 용을 써봤자 육지에 도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p.50 이제르론 요새는 긴 회랑의 중심에 위치하는데, 요새란 회랑 양쪽에 서로 다른 군사세력이 존재할 때 비로소 전략적 의의가 있다. 그런데 만약 회랑 양쪽을 같은 세력이 차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르론은 독 안에 든 조약돌과 마찬가지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요새 자체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곳에 주둔하는 함.. 2022. 4. 28.
은하영웅전설 4 p.12 [역사의 변천과 승패의 추이는 모두 한 순간에 결정 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 과거로 사라진 그 한순간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현재가 그 한 순간임을 아는 자는 얼마 되지 않으며, 자기 손으로 그 한 순간을 미래에 정해놓을 수 있는 자는 더더욱 적다. 게다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더욱 악의를 품은 자가 더욱 강한 의지로 미래를 대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인다.... ] (D. 싱클레어) p.12 [미래를 예지하는 것, 현재를 직접 체험하는 것, 과거를 간접 체험하는 것, 이 세 가지는 모두 매우 큰 스릴을 수반한다. 기쁨에 가득 찬 스릴, 공포에 찬 스릴, 그리고 분노에 가득 찬 스릴. 가장 큰 것이 아마도 마지막 것이리라. 이를 '후회'라는 단어로 칭하는 자도 많은 .. 2022. 4. 9.
은하영웅전설 3 p.28 지금 율리안 민츠는 생애 최초로 적을 물리친 것이었다. 그것도 아마 백전연마의 조종사였을 것이며, 분명 그동안 수많은 아군이 그의 칼날에 쓰러졌으리라. 첫 출전한 애송이 때문에 인생의 막을 내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 흥분이 몸 안쪽에서부터 체세포를 태우는 듯했으나, 용암의 열류 속에 우뚝 솟은 바위처럼 율리안의 마음 한구석에 싸늘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자신이 쓰러뜨린 적은 어떤 사내였을까. 처자식이 있었을까. 아니면 애인이...? 한 대의 발퀴레는 한 병사의 인생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무수히 가지를 쳐 사회 한구석까지 뻗어 나간다. 이것은 감상이 아니다. 한 인생을 아무런 권리도 없이 끊어버린 자가, 자신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뇌리에 새겨놓아야 할 마음인 것이다. p.49 ".. 2022. 3. 17.
불씨 1 p.50 나쁜 사람은 전부 본국사람이며 자신들은 조금도 나쁘지 않으니 우선 개혁해야 할 사람들은 본국사람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에도에 있는 무리들이 자신을 바꾸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생각만은 제발 말아주기 바란다. 그런 것들에 집착하게 되면 아무것도 추진할 수 없게 되네. 그리고 그런 문제에 연연하다가는 우리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잊게 되는 결과를 낳지.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를 잊고 우리가 사소한 감정싸움에만 매달리는 것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기에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바라는 우리들이 먼저 자신부터 변화시켜서 본국까지 여세를 몰고 가자는 거지. p.59~60 조직에서 밀려나고 따돌림을 당한 인간은 대부분 마음속에 자기를 소외시킨 자에 대해 개인적인 원.. 2022. 3. 9.
은하영웅전설 2 p.13 무수한 별들이 무수한 빛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힘은 미약했으며, 무한히 펼쳐진 공간 대부분은 연마된 흑요석과도 같은 암흑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끝이 없는 어둠, 무한한 허무, 상상을 초월하는 한랭, 이들을 인간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저 무시할 뿐이다. 우주는 광대하나,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다. 인간이란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의 범주 내에만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인간은 우주를 무미건조하게 구분한다. 거주가 가능한 구역과 불가능한 구역으로. 항행이 가능한 구역과 불가능한 구역으로. 그리고 가장 구제할 길 없는 인간들, 즉 직업군인은 적이 지배하는 구역과 아군이 지배하는 구역, 빼앗아야 할 구역과 지켜야 할 구역, 혹은 싸우기 용이한 구역과 어려운 구역 등, 온갖 공간과 별들을 분류하는 것.. 2022.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