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75 유혹의 학교 p.5 여자는 생각만큼 도덕적이지 않다. 유혹할 줄 모르는 남자를 도덕으로 외면할 뿐. p.12유혹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양 함께하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듯 함께 가고,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양 함께 듣고 새기는 일이야. 마치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히는 듯이. 그야말로 생의 감각이 폭발하듯 살아 오르는 가장 관능적인 순간이 아닐까? p.16이곳은 모든 관계가 유혹에 기반을 뒀다고 생각하는 사회야. 서로를 유혹하고 유혹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하지. 눈앞의 결과를 위해서만 유혹하는 게 아니라 존재의 방식으로서 유혹한다고나 할까.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그것을 통한 관계 형성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부족하면 섭섭함을 느낄 정도지. 유혹은 상대방에게 정성을 다하는 태도이기도 해. 부담스러우면 당연.. 2017. 7. 25. 나는 오늘도 하드보일드를 읽는다 p.51운명이 있다고 믿는다. 타고난 운이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운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결정된 영화 같은 것은 아닐 게다. 겨울이 와도, 여름이 와도 저마다 모양은 다르다. 누군가는 혹독한 겨울에도 굳건하게 살아남는다. 누군가는 몸서리치다가 얼어 죽기도 한다. 똑같은 시련이 주어져도, 많은 경험을 통해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힘을 기른 후에 맞이하는 시련은 다르다. 그러니까 시련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자신이 어떻게 나아갈지를 선택하는 것. p.61히라타도 마스미도 자신의 운명에 맞서기 위한 모험을 감행한다. 그것이 끔찍한 진실이건, 화사한 거짓이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선택에 후회는 없.. 2017. 7. 10. 파산수업 p.14 위기를 관리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p.28~29내가 벌레가 되었다고 치자. 벌레로 변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그레고르는 가정의 '돈줄'에서 어느새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요구만 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달라고 이야기하지만, 거기에는 어떻게 보이기 바라는 자신의 모습이 이미 투영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도, 사회적 의무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가족에게조차 '벌레 같은 모습'은 보여주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은 가족이기에 앞서 아주 이기적인 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가족 구성원의 바탕에는 사실 불행을 떠맡지 않고 싶은 개인의 이기심이 깔려.. 2017. 5. 27. 사자도 굶어죽는다 p.17 항우는 싸워서 이기면 배고픔이 저절로 해결된다고 믿었다.하지만 유방은 군사들을 먹여야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p.19생존이란 먹고 사는 것에서 시작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어떤 먹이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생존의 높낮이를 결정한다. p.72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찾는 것이다. p.104본질을 이해하면 일정한 방향성을 갖게 된다. p.113박회장의 좌우명은 '응립여수 호행이병(應立如睡 虎行以病)'이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이 든 듯 걷는다' p.152처음부터 너무 직접적으로 나올 경우, 꺾일 줄 모르는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처음에는 유혹자의 분위기를 풍기면 안 된다. 유혹은 우회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목표물이 서서히 자신의.. 2017. 2. 25. 말하다 p.21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와 [마담 보바리]의 보바리 부인은 자살하고 만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옛사랑을 얻기는커녕 엉뚱한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젊은 생을 마감한다. 문학은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없지만 실패가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 때로 위엄 있고 심지어 존엄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생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소설을 읽어라. p.25~26비관적 현실주의를 견지하려면 남과 다르게 사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치 수용소에서 면도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다수였을까요? 아닙니다. 대부분의 수감자들은 헛된 소문들에 휩쓸려다녔습니다. 소련군이 지척에 와 있고 일주일 안에 해방된다, 같은 낙관적 소문부터, 아니다, 내일 우리 모두 가스실로 끌려간다, 같은 비관적 루머까지 .. 2016. 11. 14. 만약은 없다(2) p.181~190 40대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 S의 증세는 날로 악화되어갑니다. 발병 초기에 환청이 조금 들리기 시작할 때는 정말 열심히 치료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진료도 빼먹지 않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정신은 온통 혼미해지고 침은 바가지로 받아야 할 정도로 쏟아지더라구요. 손발은 어찌나 마음대로 움직이는지 몸은 또 왜 그렇게 앉아 있을 수도 없게 근질거리는지 약을 끊으면 환청이 들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병은 나아지지 않고, 부작용에는 지치고,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도 약해지니 그냥 집에 우두커니 있었습니다. 병 수발하다가 지쳐버린 남편은 몇 년 전에 도망가버렸어요. 그래서 환청, 환시, 환후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제.. 2016. 10. 22. 이전 1 ··· 5 6 7 8 9 10 11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