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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12

작별인사 오랜만에 김영하의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에 읽은 이유는 그가 오랜만에 책을 발간했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다. 예전에 만났던 김영하의 소설이 그랬듯 김영하는 자신의 색채를 잃지 않았다. 깊은 몰입감 그리고 빠른 전개를 통해 소설로 영화를 보는 느낌을 전달하는 특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약간 지식 전달에 촛점을 많이 맞춘 나머지 설명이 이전 작품 대비해서도 더 많아진 것 같다. 약간 강의록처럼 느껴진달까. 그런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김영하 개인의 색채가 남아있다는 게 그 단점들을 상쇄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예전에 봤던 [인류멸망보고서]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소설은 어쩌면 이 영화의 개정판 버전의 소설인 느낌을 주었다. 문제의식도, 전개방.. 2023. 2. 25.
오랜만에 물건 나왔다 - 라파엘로가 사랑한 철학자들 라파엘로가 사랑한 철학자들 르네상스의 거장 라파엘로는 그의 대작 『아테네 학당』에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가 치렀던 거대한 투쟁의 역사를 새겨놓았다. 아테네 학당에는 수많은 사상가가 개성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그림 속 개별 인물들의 사상을 낱낱이 알고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게 피타고라스는 이름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날 것만 같은 존재이며, 유클리드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누군가는 눈치채주길 바라며 라파엘로가 새겨놓은 수많은 지적 장치는 우리의 바로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만다.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인물들의 사상, 그리고 이들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은 무엇이.. 2023. 2. 16.
하이데거 극장 p.6 시간 속에서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한편에서는 시간 속에서 머무른다는 뜻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머무르지 않고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p.21 "동물은 철학할 수 없다. 그리고 신은 철학할 필요가 없다. 신이 철학한다면 그 신은 신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철학의 본질은 유한한 존재자의 유한한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는 이미 철학함을 의미한다. 인간 현존재 자체는 그 본질상 우연이든 아니든 철학 안에 들어서 있다." [철학 입문] 15p 재인용 p.24 무를 경험하게 하는 근본 기분을 하이데거는 '불안'(Angst)이라고 불렀다. 불안이란 어떤 위협적인 존재자 앞에서 느끼는 구체적인 두려움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음' 앞에서 느끼는 규정할 길 없는 두려움이다. 이 무의 두려움 속에서 .. 2022. 11. 29.
플라톤 국가 강의 p.13 대학생 때 왜 철학에는 철학용어사전같이 정리된 책이 없냐고 불평했다. 심오하고 복잡한 철학 개념들을 하나로 잘 정리해놓은 사전이 있으면 얼마나 공부하기 편할까 생각하곤 했다. 개념을 규정해가는 과정 자체가 철학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이다. p.16 는 플라톤이 '철학자가 마음대로 하는 독재정치'를 주장하기 위해 쓴 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 책을 읽은 학자들이 해석한 것이지 플라톤이 실제로 주장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플라톤은 전문가들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자 했고, 철학자 또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 철학자가 마음대로 다스리는 나라를 건설하자고 제안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철인통치'가 여러 학자들에 의해 해석된 .. 2022. 10. 30.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철학적 이유 p.15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를 이렇게 표현했다. "철학자는 공통의 관념을 가진 사회의 시민이 아니다. 바로 그런 점이 그를 철학자로 만든다" 철학자들은 한 가지 사고 영역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p.24 우리 모두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그려내는 우리의 모습,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을 도덕적으로 만들어준다고 판단되는 힘이다. "내가 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 할테니까"하는 식의 사고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나도 똑같이 해야지" 하는 생각도 맟나가지다. 자녀를 더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위장 전입을 한다든지 믿지도 않는 종교를 믿는다고 거짓말하는 부모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뭐라고 말하는가. "뭐, 다들 하는 일.. 2022. 10. 10.
니체 극장 https://coupa.ng/cbPE44 니체 극장:영원회귀와 권력의지의 드라마 COUPANG www.coupang.com p.10~11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결정 불가능성'의 상황은 해석자에게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내 우산을 잊어버렸다"와 같은 단순한 문장의 의미를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문장을 읽는 사람의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이다. 데리다는 니체의 텍스트 전체가 그와 같은 종류의 것이라고 말한다. 니체의 글은 문장 하나하나만 따져보면 대체로 명료하지만, 그 문장들이 모여 이룬 사유의 숲은 어두워서 한번 들어서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데리다보다 먼저, 니체의 텍스트 안에서 길을 잃을지 모른다는 그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이 카를 야스퍼스다. 야스퍼스가 보기에 니체 사상.. 2022.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