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9
횡단보도를 건너고 나서 뒤를 돌아다본다. 불과 5초 전에 내가 걷던곳을 자동차들이 쌩 하니 지나치고 있다. '지금'의 시간이 5초 전이거나
'여기'의 공간이 횡단보도 한가운데라면, 나는 여지없이 자동차에 치였을 거다. 그 5초 동안 나는 횡단보도에서 인도로 공간을 옮긴 것이지만,
달리말하면 시간이 5초만큼 지난 것이기도 하다. 공간과 시간이 연관되어 있음은 아인슈타인이 말하지 않더라도 분명하다.
p.37
역사란 연속과 연속, 연장과 단절, 우연과 필연, 차이와 반복이 부단히 중첩되는 현장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연속이고 어느 것이 단속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p.43
문자의 탄생을 문자 기호가 생겨나는 것으로 보지 않고 문자가 통용되는 것으로 보면, 문자의 성립보다 사회의 성립이 더 앞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문자가 탄생한 시기부터 역사시대로 규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역사학에서 보는 최초의 도시 B.C 8000 예리코(요르단 강벽 성곽 흔적)
(인류학에서는 현재 이라크 남부 에리두를 꼽음)
최초 문자 B.C 3000
5000년간 그림이 기호화되어 문자가 되는 시간?
p.59
황허문명은 농경적인 성격이 가장 강했다. 오리엔트 문명은 농경과 목축을 병행했으나(최초로 개, 소, 양, 가금류 등 가축의 사육이 이루어진 곳은 오리엔트다) 황허 유역에서는 목축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처음부터 농경을 바탕으로 문명이 전개된다. 그 이유는 지리에서 찾을 수 있다.
황허 유역은 메소포타미아 나일강 삼각주보다 넓으며 커다란 사막 같은 지리적 난관도 없다. 쉽게 말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황허는 수량이 풍부한 큰 강이므로 범람을 막고 잘 통제한다면 어렵지 않게 도시화를 이룰 수 있다.
나일 강의 파라오도 치수를 능기로 삼았지만, 황허를 지배하려면
치수가 더욱 중요하다. 게다가 황허유역은 치수에 성공하면 이집트처럼 좁고 긴 국가나 메소포타미아처럼 도시국가가 아니라 선線개념의 영토국가가 탄생하기에 좋은 배경이다.
p.60
황허 문명은 출발부터 농경이 중심인데다 자체 인구와 면적이 충분했으므로 오리엔트 문명처럼 다른 지역과 굳이 교류할 필요가 없었다.
오리엔트 세계에서는 일찍부터 국제사회를 이루고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가 문명의 주도권을 탁구공처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했지만, 중국에서는 그와 달리 처음부터 시종일관
황허유역이 문명의 강력한 중심을 형성했다. 이름도 그에 걸맞게
'가운데 벌판' 즉 중원中原이다.
두 메이저 문명간의 그런 지리적 차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환경과 조건이 달랐기 때문에 훗날 오리엔트 문명은 서쪽의 유럽으로
이동해 오늘날의 서양 문명까지 연결되었고, 황허 문명은 시대를 통틀어 내내 확고부동한 동아시아 역사의 중심으로 기능하면서 오늘날의 동양문명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보면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의 차이는
두 문명이 탄생을 할 때부터 지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 셈이다.
확고한 중심을 기반으로 출범한 동양 문명은 초기부터 뿌리가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동성이 떨어져 폭넓은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
문명권의 반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커졌어도 문명의 성격이 다양해지지는 않았다. 이에 비해 서양 문명은 기반이 부실하게 출범했으나
그런만큼 유동적이고 변화의 폭이 컸다. 동양문명의 정태성과 서양문명의 역동성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p.61
서양 문명에서 바닷길은 고대의 고속도로다. 동양 문명의 중심은 중국의 중원이라는 땅덩어리였지만, 그에 해당하는 서양문명의 중심은 지중해라는 바다였다.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의 근본적인 차이는 대륙 문명과
해양 문명의 차이다.
p.61
지리적 요인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부수적 요인도있다.
지중해 일대의 지역들은 자급자족체제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교역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
p.62
고대에 경제적 교류는 둘 중 하나였다. 상대의 힘이 강하면 물물교환의 교역을 하고 상대의 힘이 약하면 약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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