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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종횡무진 역사(6)

by Diligejy 2015. 10. 2.

 


종횡무진 역사

저자
남경태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14-07-28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동양사와 서양사, 시사와 역사가 한눈에!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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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9

교리상의 쟁점은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다신교가 지배하던 환경에서

유일 신앙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대박을 터뜨린 그리스도교, 그 핵심에는 바로 종교의 명칭이기도 한 그리스도가 있었다. 비록 그리스도교가 널리 확산된 데는 그리스도 본인보다 사도 바울의 공헌이 더 컸으나(<신약성서>의 태반이 그가 썼거나 그와 관련된 문헌이다), 그렇다 해도 그리스도가 없는 그리스도교란 무의미했다. 하지만 정작 그리스도교가

유력한 종교의 지위에 오르자 바로 그리스도가 종교발전의 걸림돌이 되었다.

 

처음부터 그리스도를 천상의 신이 지상에 내려온 존재라든가, 현세에서 신을 대리하는 존재로 규정했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전자라면 '변신'에 능한 오리엔트와 그리스의 여러 신과 같은 위상이 될 수 있을 테고, 후자라면 유대교나 후대에 탄생한 이슬람교에서처럼 그리스도를 '선지자'의 하나로 간주하면 된다. 그런데 그리스도는 본인이나 제자들이 신의 아들이라고 말한 인물이었다. 신의 변신도, 신의 대리인도 아니라 신의 아들이기에 신과의 관계가 모호해질 소지가 있다. 바로 이점에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그리스도는 신인가, 아닌가?

 

그리스도가 신이라면 천상의 '진짜 신'과 함께 신은 적어도 둘이 된다. 아무리 부자지간이라 해도 하나의 존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골간인 유일 신앙이 무너진다. 반면에 그리스도가 신이 아니라면 유일 신앙은 유지되지만 포교와 마케팅에 가장 중요한 광고 모델을 잃게 된다. 그리스도를 신처럼 섬겼던 교회들은 곧바로 문을 닫아야 하고 성직자들은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다.

 

p.142~143

330년에 콘스탄티누스가 비잔티움의 옛 터전에 신도시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고 제국의 수도를 동방으로 옮긴 것은 제국의 서부, 즉 서유럽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경제적 중심이야 원래부터 동방무역의 거점들이 있는 동부 지중해 일대라고 할 수 있지만 로마 제국의 중심이 로마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탈리아의 로마 토박이들은 제국의 고향에 해당하는 서방이 동쪽으로 옮겨간 중앙정부에 의해 경시되고 있다는 현상에 불만과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중에서도 누구보다 위기를 직감한 사람은 바로 로마의 주교들이었다.

실제로 그들이 우려할 만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니케아 공의회에서 분명히 이단으로 판정된 아리우스파가 서남아시아의 이교도들에게 그리스도교 그대로, 혹은 변형된 형태로 널리 받아들여지는데도 콘스탄티노플의 동방 정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이후 아리우스파는 단성론으로 계승되었고, 7세기에 이슬람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오히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자체가 이단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치적으로 통합된 제국을 유지하고 있을뿐더러 로마 교회의 힘도 미약했다. 따라서 서방의 주교들은 우선 이탈리아를 서방 그리스도교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생겨난 게 교황이었다.

오늘날 가톨릭 내부에서는 그리스도의 수제자인 베드로를 초대 교황으로 받들지만(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은 베드로의 무덤 자리에 세워졌다는 전설이 있다), 실제로는 로마 교회가 대책 수립에 부심하던 무렵, 바로 4세기에 생겨난 직함이다. 세속을 관장하는 황제가 동방에 주력한다면 서방에는 신성을 관장하는 황제, 즉 교황이 있어야 한다. 이런 라이벌 구도가 교황이라는 맞불작전을 낳은 것이다. 그렇잖아도 말기적 증상을 보이던 로마 제국이 476년 드디어 게르만 용병대장인 오도아케르Odoacer의 손에 최종적으로 멸망한 것은 교황에게 더욱 막중한 책임을 안겨주었다.

 

p.148~149

프랑크 제국은 왜 명실상부한 로마 제국으로 성장하지 못했을까? 종교적 지원을 등에 업었다는 점에서 옛 로마 제국보다 유리한 조건인데도 왜 제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로마 제국처럼 강력한 중심을 갖추지 못했다든가, 샤를마뉴가 설치한 속주들이 로마의 속주처럼 튼튼하지 못했다든가, 로마 시대보다 머리가 커진 주변 민족들이 더 이상 제국의 지배에 복종하지 않았다든가 등등.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시대가 달라졌다. 지중해 문명권에 그쳤던 로마 시대와 달리 문명의 중심은 유럽의 중앙으로 확대되었다. 남유럽의 라틴 문명에서 로마-게르만 문명으로 권역이 확대된 상황에서는 옛 로마식 제국 체제가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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