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페르소나 - 썩지않게 아주오래

by Diligejy 2019. 4. 28.

 

무거운 영화였습니다.

가볍고 산뜻한 노래를 추구하는 아이유의 이미지와 달라서 놀랐습니다.

 

이 영화 중 두번째 영화인 '썩지않게 아주오래'라는 영화에서 정우라는 인물에 너무 깊이 동화된 나머지 제 마음까지도 박제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동안 아이유의 웃음을 보면 무섭겠다는 느낌까지 받을정도로 아이유는 잔혹하게 연기했습니다. 정우 역을 맡은 박해수도 마음이 찢어지는 연기를 극한으로 밀고갈 수 있는 배우였습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그저 사극 잘 하는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감정연기를 잘 한다는 걸 몰랐습니다.

 

영화에서 아이유가 묻던

'여자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라는 질문은 너무나 잔인한 질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질문내용도 답도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서 중요한건 그저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되는 관계일 뿐입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질문은 입을 통해 언어를 사용하여 어떤 내용을 묻는것인데, 얼굴의 변화와 몸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사랑한다면 그 질문에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어도 답이 됩니다. 아니 애초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사랑을 묻지 않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이미 사랑이라는 감정, 호감이라는 감정조차 없어진 아이유는 지루함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상대에게 자신은 이미 마음이 없다는걸 노골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런 아이유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정답을 얘기해보겠다며 발버둥치는 정우에게, 아이유가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것을 정우가 지켜보며 견디는 장면보다 더 애처로움을 느꼈습니다. 그 때부터 이미 심장도 어떤 장기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자신의 심장마저 내놓은 뒤 넋이 나간 정우의 모습을 보고 앞으로 정우의 미래가 어떨지 역겨운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정우가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를 버린 나쁜 놈이라는 건, 이 영화에서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 해도 이런 고통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정우가 나쁜놈이니까 벌받은거야 라는 합리화를 시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저 한 사람의 고통만이 보일 뿐입니다.

 

우연인걸까요? 심장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습니다. 생각은 정리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몸은 즉각 정리하려하나봅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커 - 동의하진 않지만 관찰해야 하는  (0) 2019.12.27
나이브스 아웃 - 지옥 속에 핀 연꽃 하나  (0) 2019.12.13
암수살인  (0) 2018.11.07
야반가성  (0) 2018.10.31
협상  (0) 2018.10.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