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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 동의하진 않지만 관찰해야 하는

by Diligejy 2019. 12. 27.

상상 그 이상의 전율이라고 포스터에 써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별로 재미없고 우울하기만 하며 영화의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평점을 보니 굉장히 높은 평점을 유지하고 있는데, 어떤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는지 잘 이해 가질 않는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정의하면 입양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며 정신병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회가, 사람들이 받아주질 않았고, 운이 전혀 따르지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살인이 정당화될 순 없다.

이 영화에 대해서 계속 비판했지만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질이 좋다거나 내용이 좋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다. 냉혈한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더더욱 아니다.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극단주의가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극단주의자들의 생각이 어떤지 조금이라도 알아보기 위한 학습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종교적인 차원에서라면 이런 불법행위는 악한 행동이고 이해할 수도 이해되서도 안되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이런 행위를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마치 프로파일러처럼 말이다. 프로파일러가 범인의 심리를 알아볼 때 그들에게 동의하고 이해해서 알아보는 게 아니듯, 이 영화를 보면서 구역질이 나더라도 조금 더 깊이 관찰하려 노력할 때 이 영화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멀리 갈것도 없다.

이 장면을 보면서 떠오르는 게 없었나?
나는 일베와 태극기부대를 떠올렸다. 조커라는 영화와 한국이라는 현실이 너무 많이 겹치기에 영어로 된 영화이지만 한국 영화로 오인할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조커는 살인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 랜들이 총을 쥐어주지 않았다면 조커가 정신병이 있다 해도 겁이 많기에 안했을 수 있다. 조커도 말하지 않았나. 자신에게 총 쥐어주면 안 된다고. 

근데 랜들은 생각 없이 쥐어주고 배신까지 때린다. 어쩌면 조커만 괴물인게 아니라 랜들도 괴물일지 모른다.

영화에서 계속 조커만 포커싱을 맞추기에 드러나지 않지만 랜들이란 인물은 충분히 소시오패스적이고 분장한 조커만큼 무서운 인물이다. 랜들 같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해보자. 노후대책이 빈약한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정부에서 어르신들에게 일당 주고 시위시켰잖나. 물론 모든 어르신들에게 일당을 주진 못했겠지. 
그런데 영화에서 조커가 발화점이 되어 조커 시위가 발생하듯,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이 모이고 모여 집단을 형성했다.
그리고 조커 시위 참여자들처럼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이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으며 인지부조화를 해결한 뒤 그걸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나.

어렸을 적 미술수업시간에 데칼코마니 했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이 우울하고 잔혹하고 재미없는 이 영화는 더 잔혹한 현실을 비웃기 위해 데칼코마니를 했던 건 아닐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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