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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한비자

by Diligejy 2020. 2. 13.
한비자
국내도서
저자 : 한비자 / 김원중역
출판 : 휴머니스트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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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29
그는 감정적인 인간이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보았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한비자>에 소개된 일화 하나를 소개해 보면 그가 말하는 인간관계란 이런 것이다.

위나라 사람 부부가 기도를 드리는데, 축원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무사하게 해 주시고 삼베 백 필을 얻게 해주십시오." 그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어찌 그리 적은 것이오?" 대답하여 마랬다. "이보다 많으면 당신은 첩을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저설 하>

한 이불을 덮고 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산다는 말이다. 인간의 성품은 선하지 않고 모든 것이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한비자의 비유는 허를 찌르는 묘미가 있다. 그러니 한 이불 속의 부부도 아니고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닌 군주와 신하, 백성과 백성 사이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심지어 한비자는 풍년이 들어 나그네에게 곡식을 주는 선행도 식량이 남아돌기 때문이라는 현실론으로 이해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한 나라의 백성을 책임지는 군주는 늘 냉철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법에 따라 형벌을 집행하자 군주가 이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자함을 드러내는 것이지 다스림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릇 눈물을 흘리며 형을 집행하지 못하는 것은 인이고, 형을 집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법法이다. 선왕이 법을 우선하고 눈물에 따르지 않은 것은 인으로는 다스림으로 삼을 수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두>

이런 맥락에서 강력한 권력을 보유한 군주 역시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지 않는다. 군주가 하고자 하는 바를 내보이면, 신하는 잘 보이려고 스스로를 꾸밀 것이다." <주도>라고 하면서 아랫사람에게 책잡힐 언행을 하지 말 것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신하 역시 자신의 속내를 군주에게 드러내지 말고 군주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만 목숨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고 보았다. 

p.115~117

예전에 월나라 왕이 용맹함을 좋아하자 백성들은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초나라 영왕이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하자 도성 안에는 굶는 사람이 많아졌으며, 제나라 환공이 질투하고 여색을 밝히자 수조라는 자는 스스로 거세해 내시가 되었고, 환공이 맛을 즐겨 찾자 역아는 자기의 맏아들을 쪄서 진상하였다. 연나라 왕인 자쾌가 어진 사람을 좋아하자 자지는 나라를 물려주어도 받지 않을 것처럼 거짓을 부렸다.

그러므로 군주가 [어떤 일을] 싫어한다는 것을 보이면 신하들은 단서를 숨기며, 군주가 좋아하는 것을 보이면 신하들은 능력 있는 것을 꾸민다. 군주가 하고자 하는 일을 드러내면 신하들은 자신을 꾸밀 기회를 얻는다. 그래서 자지는 자신이 어진 것을 좋아한다고 꾸며서 군주의 지위를 빼앗은 자이며, 수조와 역아는 군주의 욕망을 이용해 군주의 권한을 침범한 자이다. 그 결과 자쾌는 반란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고, 환공은 벌레가 문밖으로 기어나올 때까지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였다. 이렇게까지 된 것은 무슨 까닭인가? 군주가 본마음을 신하들에게 빌려주었기 때문에 일어난 환난이다. 신하들의 본마음은 반드시 그의 군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이익을 귀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군주가 그 속마음을 가리지 않고 그 단서를 숨기지 않아 신하들로 하여금 그 군주의 권한을 침해하게 만든다면, 그 신하들이 자지나 전상처럼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한다.

"군주는 좋아하는 것을 버리고 싫어하는 것도 버려야 신하들이 본바탕을 드러낸다."

신하들이 본바탕을 드러내면 군주의 [눈과 귀는]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p.123~124

말을 듣는 방법은 그 모습이 마치 술에 매우 취한 것과 같다. 입술이든 이든 먼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이든 입술이든 더욱더 어리석은 것처럼 하여야 한다. 저쪽에서 스스로 진술하면 나는 그것을 통하여 알게 되니 옳고 그름이 수레바퀴처럼 달려오더라도 위에 있는 군주는 이에 맞서서 상대하지 않는다. 텅 비고 고요한 상태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도의 성정이다. 여러 가지 사물이 뒤섞여 비교하면서 맞서는 것이 사물의 형상이다.

p.124

무엇인가를 좋아하면 일이 많아지게 되고 미워하게 되면 원한을 만들게 되므로, 좋아하는 감정도 버리고 미워하는 감정도 버리고 마음을 비워서 도가 머물게 될 집으로 삼아야 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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