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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 뒤끝마다 치르는 홍역이 있다. 바로 명절을 지낸 뒤 울혈심부전증으로 입원하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현상인데, 지나치게 짠 음식이 문제의 원인이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보듯이 미국도 명절이면 가족들이 모여 커다란 칠면조 요리를 비롯해많은 요리를 나누어 먹는다. 그래서 1년 내내 식이조절을 잘 해오며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해오던 노인들이 은연중 염분이 많은 명절음식을 과식하면서 한계선을 넘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체내에 염분이 많이 들어가면 수분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심장의 운동이 더욱 활발해지는데, 노인들의 허약해진 심장이 이를 견디지 못해 심부전을 일으키게 되고 이어 폐울혈 등이 발생해 호흡곤란으로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나쁘게는 사망에 이르며, 설령 안정을 찾더라도 장기간의 입원과 비싼 치료비를 물어야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난제로,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골칫거리가 되어왔다. 미국처럼 병원비가 비싼 나라에서 심부전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이 예사이다.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는 가족이나 정부, 민간 의료보험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현상은 끔찍한 재앙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고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2000년대 들어 전문 의료기관도 정부 연구소도 아닌 곳에서,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들에 의해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되었다. 엉뚱하게도 그곳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연구소였는데, 의사 자격증과 컴퓨터 과학 분야 박사학위를 함께 갖고 있는 연구원들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임상 경험과 컴퓨터 과학 지식을 결합해, 심부전 병력을 가진 환자가 한 달 내에 재발하여 입원할 확률을 계산하는 꽤 정확한 예측 모형을
개발해냈다. 병원에서는 기존의 진단 결과와 병력을 토대로 환자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그 위험도를 계산하고,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의 경우 별도의 퇴원 후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명절 때 폭식을 삼가라거나 폭염 때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등의 주의사항을 주기적으로 교육하고, 명절 직전이나 폭염 에보가 있을 경우 경고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다. 물론 이런 서비스 가입에도
개인적, 사회적 비용은 들어간다. 하지만 심부전으로 쓰러진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면 잠재 위험 환자 수십, 수백 명의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에방관리 시스템은 건강관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해법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결책에는 고위험 환자를 정확하게 선별해낼 수 있는 예측 시스템이 필수이다. 이러한 시스템 개발을 가능하게 만든 이면에는 다름 아닌 빅데이터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원들은 의학적 지식도 물론 갖추고 있었지만 철저하게 데이터 중심으로 에측모형을 파헤쳐 들어갔다. 이들은 병원의 전산화된 기록에서 환자 30만 명의 수백 가지 요인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들 데이터 사이에서 광범위한 연관 관계와 영향 모형을 추출 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예측 모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바꿔 말해 수많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진료 경험에 대한 빅데이터가 없었다면, 그리고 연구원들에게 이를 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데이터 분석 능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Hey, T. (2010). The Next Scientific Revolution : How data mashups can help save the world. Harvard business review, 5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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