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리하는데 어려웠다. row 개수를 17000개 정도로 줄여놓았기에 그냥 엑셀로 전처리해버려?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럼 나중에 100만개 혹은 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때 막힐거란 생각이 들었다.
포기할까 생각을 몇 번을 했다. 아무리 찾아도 내가 원하는 쿼리를 짜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분들께 여쭤봐도 다른 분들은 SQL보다는 pandas를 주로 사용하시기에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어제도 고민하며 찾아보고 오늘 아침 출근해서도 찾아보는데 어휴 답답해... 찾을 수 없었다.
회사에 SQL 능력자가 있음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100만번은 했다. 라고 하지만 Data Engineer 직함을 맡은 내가 제일 전문가여야 했다. ㅡ,.ㅡ... 찡찡대기는 커녕 부끄러워해야할 상황이었다.
스트레스가 많이 차올랐다. 다들 점심먹으러 갈 때 즈음 몇 일전부터 묵님과 다니기로 한 복싱 도장에 갔다. 어제 체중을 측정 했는데 13키로 이상을 쪘다는 걸 알고 까무러칠뻔 했다.
역시 우울증은 무서운 병이라는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구직에만 몰두하던 때, 돈도 멘탈도 슬슬 다 떨어져갔다. 그래서 그런지 라면이나 밥 혹은 다른 탄수화물 기반의 저렴한 음식으로 폭식을 하기 시작했다. 폭식과 잠 이 두가지만 하다가 잔 적도 많이 있었다. 당연히 무력감은 보너스로 따라왔다. 폭식을 해도 허기졌다. 미칠거 같았다. 그나마 약을 먹는데도 이정도였다. 물론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감정 컨트롤을 못한다거나 그런 일은 없었다. 거기선 최대한 절제했다. 하지만 몸은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혼자 끙끙대며 버텼다. 그렇게 몸은 망가져갔고 그럼에도 버텼다. 모두연에 갔는데 소장님과 원석이형이 오랜만에 보자마자 "왜 이렇게 살쪘어요?"라고 물어보셨다. 서운함이 든다기보다 무서웠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확연히 보일만큼 살이 쪘구나. 심각하구나'라는 공포감이 들었다. 이러다가 정말 심각한 비만 되는게 아닌지 무서웠다.
취직을 하고난 뒤엔 폭식이나 야식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미 살이 차오를 때로 차오른 뒤였다.
만약 우울증 증세가 있다면, 그리고 야식이나 폭식을 많이 먹는다면, 병원에 가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심각해질 수 있다.
사실 고백하자면, 예전에 렛미인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우울증으로 갑자기 살이 훅 찐 사람들이 나왔을 때 나는 우울증 때문이라는 걸 100%까지는 신뢰하지 않았다. 물론 영향이 있을거라는 건 인정했지만 어느정도 핑계를 댄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아니었다. 질병으로 인한 결과였다. 사람은... 역시 자기가 경험한 범위만큼 안다는 걸 다시금 배웠다.
이제라도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기르려 하고 있다. 1달 넘게 빡센 강도로 업무와 스터디를 하다보니 안그래도 좋지 않은 몸이 더 악화되었다.
점심시간에 시작한 첫 운동.
줄넘기를 시작으로 몇 개월간 하지 않았던 운동을 하다보니 몸이 버티지 못하겠다며 파업할 조짐을 보였다. 그렇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계속 밀어붙였다. 복싱의 기본자세를 배웠다.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난 뒤 헥헥대며 샤워했는데 뿌듯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몸도 내 삶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체력을 뺀 뒤 회사에서 오락가락한 정신으로 일을 했다. 갑자기 빡센 운동을 한 부작용이었다. 그래도 SQL을 이용해서 열심히 쿼리를 돌리고 수정하고 돌리고 수정하고를 반복했다. 조금씩 개선되가는 게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파일시스템으로 나름 빠른 SQL도 크기가 큰 데이터에서는 느리다는 점이었다. 쿼리 하나 날릴 때 10분 이상을 기다리기도 했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다시 찾아왔다. 요새 머릿속이 이 생각으로 가득차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빨리 더 좋게 할 수 있을까... 하둡, 스파크는 대체 어떻게 구축하고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파이프라인을 잘 구축해서 내가 좀 놀 수 있는 걸까.
강박은 중독을 일으키고 중독은 강박을 불러왔다.
회사에 새로 오실 분과 화상으로 이니셜 미팅을 가졌는데 예상대로 OS를 수강한 적이 없으셨고 지식이 없으셨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었다. 원래 크롤링은 내 책임이었으니 결자해지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팀장님의 지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다 향희님, 준섭님, 효정님을 뵈러갔다. 몇 일전에 뵈었던 향희님과는 사실 그리 친분이 깊지 않다. 4월 플레이샵때 12월에 결혼할 예정이라는 걸 들은 수준이었고 몇 번 뵌적이 없었다. 그래도 향희님께서 청첩장 주신다고 초대해주셔서 감사했다. 삼겹살과 갈비를 먹었다. 싸구려 고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육질이 좋았다. 너무 느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퍽퍽하지도 않았다.
향희님은 갈비살뼈를 뜯어드시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다. 종업원은 갈비살은 신경쓰지 않았다. 향희님이 요청해서야 구워주었다. 그러면서 종업원은 갈비살뼈는 많은 분들이 신경쓰지 않는다고 머쓱해하며 말했다.
서로 n분의 1씩 낼 줄 알았는데 향희님이 다 내주셨다. 회사 식대가 만원 남아서 만원을 긁었다. 분위기상 다 긁어야 멋있는데 지갑 사정상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정성스러운 청첩장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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