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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자기발견

놓치지 마. 지금을.

by Diligejy 2019. 12. 27.

순간 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 집의 승리를 가능케 한다.
순간을 놓친다는 건 전체를 잃고 패배한다는 걸 의미한다.

[미생]

긴장했었다. 사랑니를 뽑기 위해 휴가를 냈고, 오늘 하루를 날릴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다가오니 너무 두려웠다. 마취를 하고 검사를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1년전에 오른쪽 사랑니를 뺄 때와 달리 지금은 왼쪽 사랑니가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기에 동의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무리 잘 뽑는 선생님께 갔다고 하지만 혹시나 신경손상의 위험이 있진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했는데 그래도 잘 풀려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뽑는 그 순간만은 선생님이나 나나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별 걱정 없을거라며 안심시켜주셨지만 그럼에도 사랑니를 뽑는다는 위험이 변하진 않았다.

스그득스그득 
쉬이이이이이이이잉 

공사장에 날법한 소리들이 입 속에서 나고 있었다. 워낙 이가 크기 때문에(모양이 딱 부사 사과 닮았다) 몇 개로 쪼개서 뽑아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2번째 쪼갤 때 이를 쪼개는 기기가 내 코 위에 있었는데 이를 쪼개며 나오는 기기 매캐한 냄새가 숨쉬는 걸 방해했다. 뿌리는 억지로 뽑지 않고 위험부담이 없을 때 뽑겠다고 하셨는데 뿌리까지 뽑을 수 있다며 뽑아주시고 염증이 있는 부분을 긁어내며 마무리 되었다. 

얼얼했지만 그래도 버틸만했다. 혹시 몰라 물려준 거즈를 4시간 넘게 꾹 물고 있었다. 빨리 아물길 바래서였다. 가끔 통증이 있고 뻐근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죽음에 가까운 통증을 느끼진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이 글을 못썼겠지.

그럼에도 겁이 많아 일부러 잠에 들려 노력했다. 겁이 정말 많긴 많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해 3시가 되서야 팥죽을 조금씩 먹었다. 긴장해서 그런지 많이 배고프진 않았다. 

저녁시간즈음 거즈가 너무 답답했다. 숨쉬는 것도 방해하고 시간도 꽤 지났기에 거즈를 꺼냈다. 피와 진물로 얼룩져 있었다.

팥죽으로 배가 차지 않아 호박죽을 먹었다. 근데 역시 죽은 죽일 뿐 배가 차질 않았다. 롯데마트에서 세일하는 전주비빔 삼각김밥 2개를 먹었다. 역시 밥이 들어가야 포만감이 찬다. 그러고도 배고파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이제야 휴 한 숨 돌렸다.

영화 조커를 뒤늦게 봤다. 역시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방에서 보는 건 퀄리티 차이가 너무 난다는 걸 느꼈다. 사운드나 몰입도가 너무 달랐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내겐 너무 별로인 영화였다. 이 영화를 엄청 재밌게 봤다는 친구가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조커가 조커를 매장시킨 머레이를 총으로 쏠 때 통쾌했다고 말했다. 공감하지 못했다.

내겐 그저 우울한 영화였는데 친구에겐 통쾌한 영화였다. 높은 평점을 준 사람들은 아마 친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평점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원래 일요일까지 아무 일도 못할까봐 일정을 비워놨는데 의외로 밥도 잘 먹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다. scrapy크롤러를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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