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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일본소설

문장만 건졌다 - 골든슬럼버

by Diligejy 2020. 5. 16.

 

골든 슬럼버
국내도서
저자 : 이사카 코타로(Isaka Kotaro) / 김소영역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0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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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군 복무할 때 선임이든 후임이든 다들 이 소설을 좋아하기에 골든슬럼버를 언젠가 한 번은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영화화되었다고 해서 읽어봐야지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지만 귀차니즘 덕에 읽지 않았다.

 

내용은 단순하다. 어느날 갑자기 총리가 드론의 폭탄 투하로 사망하고 경찰은 한 남자를 지독하게 쫓는다. 그 남자는 사건과 전혀 관련 없지만, 이미 정체를 알 수 없는(소설에서 끝까지 가르쳐주지 않는) 세력이 이미 판을 다 설계해 놓았다. 그 촘촘한 구조 속에서 이 남자는 위태롭게 살아남고 도망치지만, 결국 자신의 얼굴을 바꿔 다른 사람인 척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몇 몇 문장은 주워갈 게 있었지만 저자의 의식에 나는 가까이 가질 못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비현실적이어서? 그런거 같지도 않다. 지금 이 시기만 보더라도 하루하루 쇼킹한 뉴스들이 너무 떠서 이 소설이 실제로 벌어진다 해도 그리 놀랍지 않을거 같다.

 

윗분들이 이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건 좌우/세대를 막론하고 이미 학계정설로 남은지라 당연한 거고

 

어쩌면 너무 당연한 얘기를 길게 서술해서 저자의 얘기가 지루했는지도 모르겠다.

 

도망치라는 얘기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현대국가에 살면서 도망치라는 얘기가 마치 불로초를 찾는 진시황마냥 얼마나 어이가 없는 소리인가) 그다지 재미가 없었기도 하다.

 

그래도 500페이지 가까이 읽었는데 스크랩한 부분이 7개는 되었으니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p.21

정치가가 죽게 되는 건, 병에 걸리거나 비리가 들통 나 자살하는 경우뿐이니까.

 

p.257

치켜세웠다 버리는 게 세상 사람들 취미야.

 

p.259

"이미지." 사사키는 짧게 말했다. "이미지란 게 그런 거 아닌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사람은 이미지를 갖게 되지. 세상은 이미지로 움직여. 맛은 똑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레스토랑이 번창하는 것은 이미지가 좋아졌기 때문이야. 서로 모시려고 아우성치던 배우의 일감이 떨어지는 건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고. 총리를 암살한 남자인데도 큰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지."

 

p.450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야? 잘 들어, 이게 네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다.

 

p.454

욱하는 객기만 부릴 게 아니라, 좀 냉정하게 순서를 밟는 게 인간이라는 동물이야.

 

p.455~456

인간의 최대 무기는, 오히려 웃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그렇게 대꾸해주고 싶었다. 제아무리 곤경에 빠지고 비참한 상황에 놓여도, 그래도 만약 웃을 수만 있다면, 분명 결코 웃을 수 없겠지만, 웃을 수만 있다면 무언가가 충전된다. 그것도 사실이다.

 

p.505

거대한 존재와 적으로 겨룰 때는 남이야 뭐라고 하건 자신의 정체까지 버려가면서라도 도망쳐야 한다. 홍수를 만났을 때는 짐이고 옷이고 다 내버리고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 잃는 것이 너무도 크지만, 인생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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