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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글/자기발견

[찡찡 & 이런저런 잡문]

by Diligejy 2020. 7. 23.

1. 분명 저번주에 수면다원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의사는 "수술도 아니고 간단한 '시술'"을 받으면 코에 공기가 막히는 장애물이 뚫리고 이를 바탕으로 양압기를 착용하면 엄청난 수면 개선 효과가 있다고 했다.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고 하기에 나는 매우 간단하며 바로 일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고 업무와 세미나 일정을 수술 바로 직후부터 하도록 짜놓았다. 그리고 업무가 끝나면 바로 영어수업에 가서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1주일에 1번 있는 영어 수업은 빠지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근데 이게 왠걸, 전혀 내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하긴 간단하다고 설명했던 의사는 수면의학을 전공한 '신경과'의사였고 실제로 수술을 진행한 의사는 다른 층을 쓰는 이비인후과 의사였다.

이런걸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당연히 부랴부랴 죄송하다며 취소했다. 손실이 너무 컸다.

사실 아픈것보다도 숨못쉬는 것보다도 이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터지는 상황이 너무 무서웠다. 뭐 누구처럼 어떤 상황이 있으면 부모가 도와준다거나 형제가 도와준다거나 하는 헬프찬스도 없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이 온전히 나 혼자 감당해내야 하기에 내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내겐 너무 무섭다.

수술대에 오르고 초록색의 수술용 면대를 내 얼굴에 올리고 마취가 시작되며 수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갑자기 내가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상황이 오는 상상이 떠올랐는데 그 때의 두려움이 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매스를 잘못 휘둘러 얼굴에 생긴 상처보다 더 무서웠다.

2. 의사가 정말 고객을 위했더라면 수술을 권할 때 분명히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솜 뭉치 빼기전까지 한 몇일 고생하셔야 하니까 직장에 병가를 내달라고 하던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알아보셔야 합니다."

환자에게 '간단한'이란 속성과 '수술대신 시술'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면 환자는 당연히 그에 따라 바로 일상생활과 업무에 차질이 없겠구나 라고 생각한다. 의사 자신의 입장에서야 의료사고가 날 리스크도 낮고 시간도 얼마 안걸리며 돈이 되는 간단한 수술이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이 존재한다.

사실 이런 실수는 비즈니스에서도 많이 일어난다.

'우리 제품이 기술력이 경쟁사에 비해 뛰어나'
'우리 AI 개발팀이 다른 팀보다 잘 하지'
'우리꺼는 뛰어나니까 분명 영업을 뛰면 우리꺼를 써줄거야'
'이렇게 공모전을 열면 누군가 와서 참여하고 거기서 컨텐츠를 뽑아낼 수 있겠지'

엔지니어링 논리에만 익숙하신 분들이 기획을 하면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데 자신들의 입장과 기술만 보고 고객을 보지 못한다.

기술력이 뛰어난지 아닌지 사실 잘 못 느낄때가 많다.

Performance Rate에서 0.1이라는 수치가 차이나면 대단해보이더라도 UI나 UX면에서 밀리면 고객들은 굳이 귀찮게 설치하고 이것저것 해야하는것보다는 간단히 쓸 수 있는 웹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아니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더 공격적으로 어떻게든 한번이라도 잠재고객을 만나서 대화하고 빠르게 반응하며 어떻게든 우리의 제품을 소개하는게 영업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어쩔 때 보면 기술력이 밀린다고 하는 회사가 갑자기 메이저급 클라이언트를 뚫어버리는 기염을 토하곤 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단순히 기술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배우곤 한다.

공모전을 여는것도 마찬가지다. 회사 입장에서야 안그래도 아껴야 하는 현금을 주는 거니까 뭔가 시혜를 베푸는듯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걸 참여하는 고객입장에선 그게 아니거든. 여러가지 공모전을 살펴보며 상금을 비교하고, 이 공모전에서 수상했을 때 내게 가져다주는 스펙을 비교하고, 그리고 앞으로 비즈니스적 가치 등을 다 고려하면서 자신이 가진 시간과 능력을 최대한 더 높은 가치로 끌어내려 하지 아무거나 막 지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고객에게 이걸 하면 어떤 게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회사와 참가자 모두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물론 돈이 많다면 걍 상금을 확 올려버리면 된다. 무엇보다 상금이라는 변수가 가진 파워가 크긴 하니까.

3. 그나저나 물과 음식을 먹을 때마다 고통이 너무 심해 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피를 많이 쏟았으니 물을 마시지 않으면 큰일이 날거 같아 고통을 참고 물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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