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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사결정

51% 게임 손자병법

by Diligejy 2020. 9. 12.

확률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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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

'x^2-3x+2=0'이라는 방정식은 번거롭더라도 '(x-1)(x-2)=0'이라는 식으로 변환해 답을 내야 한다. 우연히 1과 2라는 쉬운 숫자를 대입했다가 답을 구한 학생이 있을진 모르지만, 정답을 맞혔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방정식을 푸는 요령을 모르고서는 한 발짝도 더 앞으로 나갈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게임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요행으로 한두 번의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을 마치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우리 앞에 끝없이 제기되어 오는 그런 선택의 상황들과 늘 마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결정이 탁월한 결정이었는지의 여부는 결과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한두 번의낭패를 겪더라도 결국은 그것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수를 향해 떠나는 먼 여정의 첫걸음은 우리의 시선을 결과가 아닌 과정에 맞추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p.40

우리가 자주 경험했듯이 눈앞의 패배를 만회하겠다고 성급하게 다시 도전장을 내밀어봐야 골병만 더 깊어지기 십상이다. 진정 이기고 싶으면 아예 그 판에서 하시라도 빨리 빠져나오는 게 좋다. 무협지에 자주 나오는 말처럼 '군자가 원수를 갚는 데 10년은 긴 세월이 아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임기응변의 묘수를 찾기보다 차분히 내공을 쌓는 데 주력해야 한다.

 

p.72

카메라는 거짓말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카메라에 비친 모습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 이 점은 숫자도 마찬가지다. 숫자는 정직하다고 믿기 때문에 숫자로 조작한 세상의 모습에 쉽게 현혹된다. "세상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그것이다." 벤저민 디즈레일리 전 영국 수상의 말이다.

 

p.101~102

확률에 대한 이해가 분명히 서 있거나 게임 상황에서의 인지적 오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경마나 카지노, 슬롯머신, 복권 등과 같이 불리하게 설계된 게임에는 절대로 목숨을 걸지 않는다.

 

역설적인 얘기 같지만, 도박을 도박같이 해서는 결코 돈을 딸 수 없다. 감정의 율동을 철저히 차단한 채 끊임없이 확률을 따지는 무미건조한 정신노동을 감내하는 사람만이 돈을 딸 수 있다. 우연의 요소, 즉 잃을 위험이 사라진 게임은 스릴과는 무관한 단조로운 노동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스튜이 엉거 같은 전설적인 포커 고수도 집중된 노력과 기술을 통해 수천만 달러의 돈을 딴 후에 크랩이나 룰렛같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도박에 베팅해서 그 돈을 모두 잃어버리곤 했다고 한다. 그들은 '고통스런 노동'에서 벗어나 '진정한 도박'을 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p.103

도박을 이해하는 사람은 '기댓값'에 대한 개념이 정립돼 있는 사람이다. 무엇인가에 투자(베팅)를 할 때 돈을 딸 것인지 잃을 것인지, 또는 얼마를 따거나 잃을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투자의 지표를 기댓값이라고 한다. 기댓값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가능한 모든 결과와 그 확률들을 확인한 다음 그 각각의 결과들에 대해 그 확률을 곱한 후 나온 값들을 다 더하면 된다. 기댓값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해, 선택 가능한 여러 가지 대안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대안이 무엇인지 측정할 수 있고, 그렇게 측정한 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이다.

 

p.110

게임을 지배하는 것은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며, 그러므로 전술의 열세는 전략으로 만회할 수 있지만, 전략의 열쇠는 전술로 만회할 수 없다는 것.

 

p.132

운이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실, 특히 실패한 과거에 대한 평가적 개념인 경우가 많다.

 

p.133

다음 10번째 내기에서 무슨 면이 나올지는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알 수 없고 또 통제할 수도 없다. 바로 우연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다만 우리는 그 불확실성의 정도를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인데, 동전던지기에서 원하는 면이 나올 확률은 2분의 1이고, 주사위 던지기에서 원하는 면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라는 식이다. 이처럼 우연의 정도가 정량적으로 표현되면 미래의 결과를 뜻대로 지배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유불리의 평가는 가능해지므로 우리는 훨씬 더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우연이란 이처럼 과거의 궤적과는 무관한, 미래를 향한 전략적 개념이다.

 

p.141

확률론은 이처럼 우연을 예측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성공은 정작 그것의 모태가 된 도박의 세계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확률론이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발언할 수 있었지만,  바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내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확률은 동전 던지기의 결과가 앞면일지 뒷면일지, 룰렛 공이 검정색 포켓에 들어갈지, 빨간색 포켓에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내려주지 못했다. 단지 동전을 던지거나 룰렛 원판을 돌리는 횟수가 무한히 증가하면 대수의 법칙에 따라 50대50의 비율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예상할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확률은 장기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예측을 할 수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 즉 다음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관해서는 침묵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정작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확률을 거부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판의 결과이지 평균적인 판의 평균적인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p.145~146

승산이 b대 a일 때 맞추는 횟수가 틀리는 횟수보다 s만큼 커져 밑천을 두 배로 불리고 끝낼 가능성을 수식으로 나타내면 b^s 대a^s이다. 이 책은 수학책이 아니므로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증명하는 과정은 생략한다. 이 공식에 따르면 룰렛게임의 승산은 9대10이니 500만원을 한꺼번에 걸었을 때 밑천을 두 배로 늘리고 게임을 끝낼 승산은 9^1대10^1, 즉 9대10이다. 250만원을 거는 경우에는 맞추는 횟수가 틀리는 횟수보다 두 번 더 많아야 하므로 9^2대10^2, 즉 81대 00이다. 거의 8대 10에 근접한 수치이다.

 

제곱의 속성상 s가 커질수록 밑천을 두 배로 늘리기는 더 힘들어진다. 500만원을 10분의 1씩 쪼개어 50만원씩을 베팅한다고 하면 s는 10이 되고 승산은 9^10대10^10으로 거의 1대2에 가깝게 된다. 한 번에 25만원씩 베팅하면 s는 20이 되어 승산이 1대8 정도로 낮아지고, 한 번에 10만원씩 걸어 s가 50인 경우에는 승산이 1대 500으로 낮아진다. 한 번에 1만원씩 걸어 s가 500인 경우는 어떤가? 이 경우 승산은 9^500대10^500이다. 10분의 9는 1보다 약간 적은 숫자이지만, 이것을 500번쯤 제곱하면 엄청나게 작은 숫자가 돼 버린다. 불교에서 보통 작은 수로 일컬어지는 청정보다도 100분의 1쯤 작은 수가 돼 버리는 것이다. 어느 정도 작은 수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을 것이므로 알기 쉽게 로또 당첨확률과 비교해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로또 : 0.0000001

파워볼 : 0.00000001

룰렛 : 0.00000000000000000000001

 

소수점 아래 동그라미가 22개나 더 붙은 이런 숫자는 우리의 숫자 관념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크기의 숫자가 아니다. 100억원대의 당첨금을 내는 미국 파워볼의 당첨확률도 이것에 비하면 거저나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 절망적일 수는 없다. 이런 확률을 기대하느니 그 돈으로 속 편하게 최고급 음식으로 몸보신이나 하는 게 좋다. 혹시 아는가. 조개구이를 먹다가 탁구공만 한 흑진주라도 하나 건질는지.

 

룰렛과 같이 승산이 불리한 게임을 뒤집을 묘책은 없다. 특정한 액수의 금액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눈 딱 감고 한 번에 전부 다 집어넣는 것이다. 위험을 분산시킨답시고 베팅의 횟수를 늘릴수록 목표는 더욱 요원해진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역설적으로 목표에 도달하기 가장 어려운 방법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가 칼낱 같은 결정으로 역사의 물꼬를 바꾼 위대한 영웅들의 생애에서 보듯 게임의 구조 자체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설정돼 있으면 과감하게 확 지르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일 때가 많다.

 

p.159

우리가 좋은 선택을 찾기 위해 늘 고민에 빠지는 것은 우리의 인생이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중의 결과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올바른 선택을 내리기 위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깨닫는 것이지, 용한 점쟁이의 신통력에 의지해 천기를 미리 엿듣는 것이 아니다.

 

p.177

에드워드 소프는, 그의 나이 서론인 1961년 1월 <부의 공식 : 블랙잭 승리 전략>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은 나중에 <딜러를 이기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돼 전 세계 도박인들의 안목을 한 치수 정도 올린 불후의 고전이 되었다.

 

그는 왜 블랙잭에 주목했을까. 그것은 블랙잭만이 플레이어가 카지노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게임 중 블랙잭만이 유일하게 '기억'을 남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만약 첫 번째 패에 에이스가 나오면 아직 나오지 않은 나머지 패 중에 에이스 한 장이 없다는 의미이다. 다음에 에이스를 뽑을 확률은 줄어드는데, 이를 비율로 계산할 수 있다. 즉 블랙잭은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연속확률의 게임이다.

 

p.180~183

켈리체계를 수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Gmax = R

 

기서 Gmax는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부의 성장률, 즉 '최대수익률'을 의미하고, R은 시간단위당 몇 비트 혹은 몇 바이트로 표시되는 '정보율'을 의미한다.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는 대단히 어려운 공식이다.

 

켈리체계를 필자 나름의 안목으로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TV나 신문을 통해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다'라는 보도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날씨가 더우면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많이 찾을 것이고, 해변이 사람들로 많이 채워지면 남녀간의 접촉도 그만큼 더 늘어날 것이다. 접촉이 늘다보면 찬스도 더 많이 생기고..., 옳거니, 올 여름의 화두는 '콘돔'이다! 누군가 이런 기특한 발상을 했다고 치자. 이것이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으면 콘돔제조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주식시장의 '테마'라는 것인데,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주식시장에는 이런 유의 테마가 엄청나게 떠돈다. 그 중에는 이 책 서두에서 살펴본 '보물섬 테마'처럼 황당한 내용이 있는가 하면,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작전세력이 고의로 퍼뜨린 거짓 정보도 있고, 또 소수의 내부자만 공유하는 고급정보(이른바 '돈 되는 정보')도 있다. 켈리 체계의 요지를 한마디로 간추리면 정보의 질과 양에 비례해 돈을 걸라는 것이다. 즉 확실한 정보이면 많이 베팅하고, 확실치 않으면 무리하게 베팅하지 말고 조금만 걸라는 얘기다.

 

정보의 양은 승률로 대치될 수 있다. 즉 정보가 많을수록 승률은 올라간다. 우리가 포커나 고스톱을 할 때 바닥에 나왔던 패들을 하나라도 더 외우려고 애쓰는 이유도 승률을 높여보기 위함이다. 쉬운 예로, 내가 비록 손안에 2원페어만 들었다고 해도 우연히 상대의 손안에도 5원페어가 고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과감한 베팅으로 얼마든지 상대의 기권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먼저 치고 나서는 사람이 판을 접수할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보의 양이지 족보의 서열이 아닌 것이다. 이처럼 정보의 양은 승률과 대치될 수 있으므로 켈리체계를 달리 표현하자면 높은 승률이 예상될 때 많이 걸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적게 걸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이것은 너무나 간단한 이치여서 누구든지 다 알고 있는 얘기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의외로 잘 지켜지지 않는 원칙이다.

 

이제 우리가 가장 궁금해 하는 문제, 즉 승률이 정량적으로 측정됐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를 거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을 살펴볼 차례이다. 너무 복잡하므로 결론만 가볍게 얘기하자면 수익률이 1대1인 게임인 경우 당신이 이길 확률이 p일 때 각 내기마다 항상 당신이 가진 돈의 '2p-1'만큼을 걸고, 1대1로 이익을 얻는 게임이 아니면 'E/O'로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에서 E는 1단위 내기당 기대수익이고, O는 1단위 내기당 수익률이다).

 

말만 들어서는 무슨 뜻인지 무지하게 어려울 것이다. 구체적인 에를 들어 보자. 먼저 수익률이 1대1인 게임이다. 어떤 상자에 흰 공이 7개, 빨간 공이 3개가 들어있는데, 상자에서 흰 공을 꺼내면 당신이 이기고, 빨간 공을 꺼내면 당신이 지는 게임이라고 치자. 이 내기에서 당신이 이길 확률은 0.7이다. 이 경우 수익률이 1대1이라고 할 때 누가 당신에게 이런 내기를 제안했다면 당신은 매 게임마다 얼마씩의 돈을 걸어야 할까?

 

켈리체계에 따르면 당신은 내기를 할 때마다 가진 돈의 '2P-1(2*0.7 -1 = 0.4)', 즉 40%의 돈을 걸어야 한다. 만약 첫 내기에서 당신이 졌다면 다음 내기에서는 남아 있는 돈 600만원의 40%인 240만원을 걸어야 한다. 이것은 이겼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것은 항상 가진 돈의 40%씩을 걸어야 하며 그래야 가진 돈을 최대한으로 불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1대1로 이익을 얻는 게임이 아니면 어떻게 걸어야 할까? 이런 게임의 예로 룰렛게임에서 빨간색이나 검은색에 돈을 거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숫자에 돈을 거는 게임(걸 수 있는 숫자는 1부터 36까지 36개나 있으니 1만원을 걸어 맞추면 36만원을 돌려준다)을 들 수 있다. 앞의 조셉 제거스가 발견한 룰렛 바퀴처럼 물리적 결함으로 인해 특정한 숫자가 나올 확률이 훨씬 높은 바퀴를 당신이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특정한 숫자, 가령 7이 나올 확률이 38분의 2이고, 7이 나오는 것을 맞추었을 때 수익률이 35대 1이라면, 이럴 때는 얼마를 걸어야 좋은가? 이런 수레바퀴라면 1만원을 걸고 38번 내기를 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두 번을 이겨 70만원을 따고 36번을 져서 36만원을 잃게 된다. 손익을 합산하면 38번 내기를 할 때마다 70 - 36 = 34만원의 이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내기 1회 당 기대수익은 34/38만원이 되어, O(1단위 내기당 수익률)는 35이고 E(1단위 내기당 기대수익)는 34/38이므로 켈리 비율, 즉 E/O는 0.026이 된다. 다시 말해, 카지노에서 이런 좋은 수레바퀴를 발견했으면 당신은 언제나 가진 돈의 2.6%를 걸어야 한다. 

 

이 켈리 체계가 소프의 전략을 완성시켜 주었다. 앞에서 본 것처럼 만약 정확하게 카드 카운팅이 이루어지면 플레이어는 약 2%의 유리한 확률, 다시 말해, 플레이어가 이길 확률이 51%가 된다. 즉 0.51의 이길 확률에 켈리 공식을 대입하면 2*0.51 - 1 = 0.02, 즉 플레이어는 각 게임마다 2%의 돈을 걸어야 하는데, 이것이 최적의 베팅이다. 플레이어가 가진 돈이 100만원이라면 2만원을 걸고, 5,000만 원이라면 100만원을 거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는 최소한의 돈(가령 1,000원)만 걸면서 게임을 지켜보다가 자기에게 유리한 확률이 왔을 때 가진 돈의 2%를 과감하게 베팅하는 것이다. 물론 거는 금액의 정확한 비율은 카드 통에 남아 있는 카드의 비율에 따라 조금씩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다.

 

'겨우 2%씩 걸어서 돈을 따면 얼마나 따겠어?'라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에드워드 소프도 그랬고, 그 뒤의 MIT 공대생들도 그랬지만, 그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스폰서를 끌어들여 미국 전역의 카지노에 원정도박을 다니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평생 카지노에서 잔뼈가 굵은 도박사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도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젊은 수학자가 이루어낸 것이다. 과학의 힘은 이렇게 무섭다.

 

p.195~196

우리가 확률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빈번하게 저지르는 잘못 가운데 하나가 나에게 발생하기 어려운 일은 남에게도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쉽게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관과 객관을 혼동해버리는 것이다. 내가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극히 낮다. 그것은 세상사람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그 어려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항상 일어난다. 거의 매주 빠짐없이 누군가는 인생역전의 기회를 얻는다. 다시 말해, 아무리 희박한 확률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발생한다. 우리는 '그것이 나에게 일어날 확률이 얼마인가'와 '그것이 누군가에게 일어날 확률이 얼마인가'를 구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과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있을 확률'을 구별해야 한다.

 

확률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직관은 매우 엉성하고 불안정하다. 거기에는 주관과 객관이 마구 뒤섞여 있어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가 대부분이다. 카지노와 복권발행자들은 이렇게 엉성한 사람들의 직관적 판단을 이용하여 이익을 챙기고 있다. 우리가 확률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포커에서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따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가 사물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을 때 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97

확률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다. 포커에서 개별 상황의 확률들은 잘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을 몇 개만 외워두면 실전에서 아무 불편이 없다(많은 경우에 있어서 확률의 계산은 암산 수준으로는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데, 게임 도중에 전자계산기를 펼쳐놓고 주접을 떨고 있을 수도 없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확률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리한 확률일 때 승부를 걸고 불리한 확률일 때 과감하게 패를 접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p.206~207

우리는 이익의 실현은 서두르지만 손실의 실현은 뒤로 미루며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320만원을 바로 현찰로 받을 것이냐, 아니면 400만원을 딸 80%의 확률을 고를 것이냐를 놓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320만원을 확실하게 현찰로 챙기는 경우를 선택한다. 좀 적게 챙기는 한이 있어도 한 푼도 못 따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을 바꾸어 320만원을 잃을 확률이 100%이고, 400만원을 잃을 확률이 80%인 두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이번엔 정반대로 백이면 백 후자를 택한다. 예정된 손실보다는 운만 좋으면 한 푼도 잃지 않을 수 있는 후자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수학적인 과점에서 보면 두 경우 모두 어느 한쪽을 선호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거기에 손실과 이익이 붙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수학적 판단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이익을 추구할 때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손실이 예상될 때는 손실을 막기 위해 어떤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심리적 현상은 주식투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가 만약 급전이 필요해 증권계좌에 있는 주식 중 일부를 처분한다고 하면 매입 후 20%의 수익을 내고 있는 A종목을 처분할까, 아니면 20%의 손실을 내고 있는 B종목을 선택할까? 

 

A종목이다. A종목을 처분할 때는 내 판단이 옳았다는 자부심과 이익이 확인되지만, B종목을 처분할 때는 매수 판단을 그르쳤다는 후회와 손실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종목을 매수했다면 보다 빨리 매도하려 한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거나 잘 움직이지 않는 종목을 매입한 경우에는 오를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좋은 주식은 너무 빨리 팔아서 문제이고, 나쁜 주식은 너무 오래 쥐고 있어서 문제가 된다.

 

p.224

서봉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었다.

 

하수가 지는 것은 지킬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수가 지는 것은 자신을 먼저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을 모르면서 응용하려 하거나 기본을 모르면서 멋을 부리려 하기 때문이다. 바둑의 기본은 '지키는' 것이다. '수비'가 기본이다. 상수의 진영에 뛰어 들어가거나 상수의 돌을 공격하는 것은 나의 약점을 충분히 돌본 후에 생각한다.

 

p.227

상대가 판 함정에 휘말려 어렵게 쌓은 돈탑이 쉽게 허물어지는 일이 없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경계를 강화하는 것이 수비의 출발이다. 좋은 패를 들었는데 상대방이 더 좋은 패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지는 것은 공격의 실패이지 수비의 실패가 아니다. 수비의 실패란 좋지 않은 패로 무리한 승부를 하여 쓸데없이 자본을 축내는 것이다. 위험한 상대는 뻥 뚫린 광야에서 M60 기관총을 무차별적으로 난사해대는 람보가 아니라 정글 속 어둠에 깊숙이 몸을 숨긴 채 내 뒤통수를 노리고 있는 저격수이다.

 

p.229

전문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계약을 맺지만, 보통사람들은 항상 최상의 결과만 상상하며 도장을 찍는다. 전문가는 '위험'에 유념하고 비전문가는 '대박'에 유념하는 것이다.

 

p.298~299

승부사들은 결코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 아무리 변화의 여지가 없는 외길 수순처럼 보여도 반사적으로 반발을 먼저 떠올린다. 승부가 곧 생활인 승부사들에게 있어서 반발은 본능처럼 몸에 밴 습관처럼 보인다.

나폴레옹은 전쟁의 역사에서 가장 확고하게 증명된 원칙 중 하나는 "적이 원하는 대로는 절대로 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이유를 따질 필요조차 없이 단지 '적이 원하는 것'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그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전쟁 영웅 보응 우옌 지압도 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유명한 '3불(不)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첫째,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말아야 하고,
둘째, 적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말아야 하며,
셋째, 적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가 낮에 싸우려고 하면 밤에 싸우고, 평지에서 싸우려고 하면 정글로 유인하고, 화력을 앞세워 전면전으로 싸우려고 하면 게릴라전으로 기습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3불 전략을 바탕으로 20세기 중후반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중국에 이르기까지 각 대륙을 대표하는 초강대국 세 나라와의 전쟁을 모두 승리로 이끄는 기적을 일궈냈다.

승부사들이 결과의 선악을 떠나 상대의 주문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승부사들은 오랜 승부의 경험을 통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뼈 속 깊이 새긴 것이다.

 

p.325

미야모토 무사시는 <오륜서>에서 전투 시의 '눈 운용법'에 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전투 시에는 눈을 크게 뜨고서 전체를 두루 살펴야 한다. 사물을 보는 눈은 '관(觀)'과 '견(見)'의 두 가지 눈이 있다. '관의 눈'이라 함은 상대방의 생각을 간파하는 마음의 눈을 말하며, '견의 눈'이라 함은 육안으로 상대의 현상을 보는 것을 이른다. 싸울 때는 '관의 눈'을 크게, '견의 눈'을 작게 뜨고서 먼 곳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가까운 곳의 움직임을 통하여 대국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다시 말하면, 병법에서는 상대의 눈과 칼 끝, 주먹의 움직임을 통하여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적의 칼끝 움직임을 잘 파악하여 적의 표면적인 행동에 조금도 현혹되지 않는 것이 병법의 주안점이다.

 

p.337

독일의 범죄학자 헨티히(Hentig)는 '피해자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영역을 개척한 학자다. 그는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유형으로 어리석은 사람, 탐욕스런 사람, 그리고 파멸된 사람의 세 가지 유형을 든 바 있다. 이 중에서 범죄자의 먹이가 되기 가장 쉬운 유형은 무엇일까?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파멸된 사람'이다. 즉 절망, 좌절, 분노나 자포자기 등의 심리상태에 빠져 완전히 저항의지를 상실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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