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3
종래의 견해는 우리에게 "편향에 치우치지 말라"고 열심히 설득한다. 낙관주의와 비현실적인 자기평가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이다. 이들의 충고는 우리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에 대한 결정에서는 옳다. 정확성 이외에는 판단할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을 쳐서 홀 안에 넣는 것처럼, 어떤 일이 벌어지도록 할 수 있는 영향력을 우리가 행사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p.50~51
긍정적인 환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도록 이끈다. 이 환상은 우리가 역경에 맞서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우리가 더 빨리 회복하고 쉽사리 패배를 인정하지 않도록 만든다. 긍정적 사고는 창의성을 한층 더 발휘하고, 새로운 일 처리 방식을 찾아내며, 경쟁에 직면했을 때 목표를 관철하도록 사람들을 자극한다.
셀리 테일러와 조너선 브라운은 긍정적인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친구가 더 많고 사회적 유대감이 더 끈끈하다고 밝혔는데, 2가지 모두 행복의 주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우울증이나 노이로제 없이 사회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으레 3가지 종류의 왜곡 성향을 보여준다고 결론 내렸다. 다시 말해 그들은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자기확신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개인 통제 수준을 과장하고, 미래에 대해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를 갖는 성향이 있었다. 요컨대 건강한 사람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인 것이다. 이런 환상이 없으면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불행 따위와 어울리게 된다.
p.57~58
사람들은 일관적으로 자신의 통제 수준을 과대평가하지는 않았다. 더 간단히 설명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다. 통제력이 낮을 때는 과대평가하는 반면, 통제력이 높을 때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연구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은 사람들 사이에 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고 말해왔따. 하지만 이는 온당한 결론이 아니다. 주사위를 던지거나 로또 숫자를 고르는 것과 같은, 통제력이 낮거나 없는 경우를 살펴보는 실험만 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만 볼 수 있었을 뿐 반대의 상황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돈 무어와 그의 동료들은 이를 '통제의 환상의 환상'이라고 불렀다. 별로 놀랍지는 않으나 정확한 결론보다는 통제의 환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극적인 결론을 사람들이 오히려 선호해왔다는 얘기다. 우리는 두 방향 모두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실제로 범하고 있는 것이다.
p.67
그간의 의사결정 이론들은 통제의 환상에 대해 신물이 날 정도로 경고했지만 훨씬 더 중요한 교훈은 간과했다.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의 경우 통제력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교훈 말이다. 모름지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뭔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오류를 범하는 게 훨씬 낫다. 장점은 크고 단점은 작으니 말이다.
p.69
훌륭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두 번째 열쇠는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경쟁자보다 더 잘해야만 하는 상황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p.74
프린스턴대학교의 애비너시 딕시트 박사와 예일대학교의 베리 네일버프 박사는 전략적 사고에 대해 "상대를 능가하기 위한 기술이며, 상대도 마찬가지로 나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성공이 절대적 성과보다 오히려 상대적 성과에 의해 결정될 경우 전략적 사고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82-83
상당수의 경쟁 상황에서 성과는 상대적이지만 보상의 특성은 명확하지 않다.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명시된 보상 규칙도 없는데다, 각자 어떤 성과를 올리고 있는지 게시해 모두가 볼 수 있는 순위표도 없으며, 문제를 읽어주고 즉시 정답 여부를 판별해내는 퀴즈쇼 진행자도 물론 없다. 심지어 확실하게 정해진 종료시점조차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을 걸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런 경쟁 상황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것들로 점철돼 있다.
종료시점이 제각기 다르고 경쟁자들이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절대적인 득표수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우리는 선거를 상대적 성과의 예라고 생각한다. 상대 후보자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해야 하고, (당선과 낙선이라는) 보상의 기울기가 매우 크며, (선거일에 투표가 끝나는) 아주 명확한 종료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미트 롬니는 200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천받기 위해 유세 활동에 수백만 달러를 들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메사추세츠, 미시건 등지의 후보 지명에서 잇따라 2인자로 밀려났다. 그는 결국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존 메케인을 지지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쪽 측면에서 보면 롬니는 승자 독차지 방식의 경합에서 패배한 듯 보였다. 2008년은 분명히 그의 완패였다. 그러나 롬니는 종료시점이 하나 이상인 또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다. 2008년을 양보함으로써 그는 4년 후인 2012년에 공화당 후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던 것이다. 두 후보는 같은 투표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었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상은 서로 달랐다.
p.85
종료시점에 관해 말하자면,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은 전형적으로 지속적이며 종료시점에 대한 제한은 없다. 유타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입찰 마감일처럼 명확한 종료시점이 있는 일부 사례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회사 전체의 사활과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하나의 단일 프로젝트와 연관돼 있을 뿐이다. 기업들은 계속해서 서로 경쟁을 하는 과정을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정확한 종료시점ㅇ르 정해 승자를 발표하고 나머지 업체는 문을 닫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경쟁 업체보다 우수한 성과를 추구하고, 공격적인 경쟁 전략을 펼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정해진 날짜에 단 한 곳의 최고 성과 기업이 돼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성공이란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문제일 때가 많은 것이다. 산업마다 다를 수는 있다. 어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몇 년에서 몇 십 년 동안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 스니커즈, 엠앤엠즈, 허쉬스, 밀키웨이, 베이비루스 등 내가 어릴 적이 맛있게 먹었던 초콜릿 제품은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그 시절 먹었던 똑같은 바로 그 제품이다.
p.86-88
최근의 한 연구는 여러 분야의 산업에서 경쟁적 우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퇴보 속도는 평균적으로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기술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손쉽게 대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을 수 있다. 경쟁 업체들은 선두 기업을 모방한다. 컨설팅 업체들이 가장 좋은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이 이 회사 저 회사 직장을 옮겨 다니므로 업체들이 평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현상으로 볼 때 더 이상 기업들은 현 상태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괜한 고집을 부리다가 불가피하게 성과를 갉아먹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임원들의 경우 성공적인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종료시점을 파악하고, 성과 분배를 이해하며,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하는 등의 활동보다 더 많은 활약이 요구된다. 첫 번째 과업은 성과의 특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경쟁은 얼마나 치열한가? 현재 성과의 기울기는 어느 정도며 시간이 지나면서 기울기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몇 안 되는 최고 업체 중 하나로 성장하는 게 주요 과제가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구조조정이라고 알려진 과정을 통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수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의 기업만이 존속하게 될 것이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경영자들은 '열망(aspiration)'과 '생존(survival)'이라는 2가지 측면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열망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성공할 경우 최소한 당분간만이라도 선두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위험한 내기를 걸어야 할 만큼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는가? 생존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내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무엇인가? 퇴출 위기를 넘기고 적어도 살아남아서 훗날의 싸움을 기약하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경영자들은 결정을 내릴 때 보통 이 2가지 측면에 주안점을 두게 된다. 열망이라는 측면에서 성취를 이루고 싶으면서도,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싶기 때문이다.
p.91-93
곧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제 우리는 '근거 중심 경영(evidence-based management)'에 대해 듣게 됐다. 경영자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실증적 데이터를 토대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그 취지였다. 그런데 이는 경쟁을 수반하지 않는 사업상의 결정(어떻게 재고를 관리하고 결함을 줄일지 등에 관한 결정)을 하는 데는 합당할 수 있지만, 회사의 전략적 경영을 위해서는 이것 말고도 매우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회사의 성공은 상대적인 성과를 요구한다. 회사들이 서로 경쟁을 벌일 경우 한 회사의 성과는 다른 회사들의 성과와 연관되며, 보상의 기울기가 상당히 큰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IBM의 전설적인 경영자 토마스 왓슨 주니어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본질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사례를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1956년 한 동료가 왓슨에게 IBM의 가격 정책에 관한 정보를 컨설팅 전문 업체인 부즈앨런해밀턴(Booz Allen Hamilton) 소속의 존 번스(John Burns)와 공유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왓슨은 망설임 없이 긍정적인 대답을 해줬다.
"당연하지, 그는 주치의 같은 존재야. 그에게는 숨김없이 모든 것을 말해야 하네."
몇 달 뒤 번스는 당시 IBM의 가장 강력한 경쟁 업체 중 한 곳이었던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의 회장직을 제안받았다고 고백하면서 왓슨에게 자신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이의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왓슨은 펄쩍 뛰었다.
"당연히 이의가 있지, 존! 그동안 자네를 믿고 조직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공유하지 않았는가!"
IBM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자문 위원이 경쟁 업체의 회장이 된다는 소식은 왓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 <파이낸셜타임즈>의 존 개퍼가 쓴 다음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번스와 조직 내부 정보를 공유한 왓슨의 행동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다.
"자문 위원은 의사와는 다르다. 환자는 의사가 자신을 치료하면서 얻은 의료 지식을 활용해 다른 환자를 치료하는 데 거부감이 없을 뿐더러 보통은 그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은 다르다. 기업이 자문 위원을 두는 이유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경쟁업체들에게 타격을 입히고자 하는 이유도 있는 것이다."
만일 여러분이 환자라면 담당 의사가 여러분의 진료 정보를 공유해 다른 환자를 돕는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에게 해가 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그렇지 않다. 시장점유율, 수익, 이윤 등의 관점에서 측정했을 때 기업의 성과는 상대적이며 기울기가 큰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성공이 다른 경쟁업체들의 희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성과가 절대적일 때는 현명한 조치였던 것이, 상대적이고 보상의 기울기가 큰 경우에는 자살과 다름없는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p.95
경쟁이라는 요소는 배제한 채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를 시행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마치 사람들에게 다른 이들의 행동에 대해 신경 쓰지 말고, 선택과 판단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성과가 절대적이라는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분야에서 성과는 상대적으로 봐야 한다. 비즈니스, 정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염두에 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 때가 상당히 많다. 이때의 목표는 그저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것이다. 성과의 분배가 명확하게 명시되는 경우도 간혹 있긴 하지만, 경쟁의 강도와 보상의 특징 그리고 경쟁의 종료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필요한 정보를 모두 입수하지 못한 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다.
p.111
과감한 행동을 취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지만, 성과가 상대적이고 성과의 기울기가 매우 큰 상황에서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몸을 사리고 안전만 추구한다면 거의 틀림없이 실패하게 될 거라는 점이다. 앞으로 치고 나오기 위해 큰 위험도 마다않는 경쟁자들에게 따라잡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중요하게 여겨진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982년에 이미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은 자신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경영서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성공의 첫 번째 원칙은 행동 지향적 편향"이라고 주장하면서 '행동 지향적 편향'을 "반복되는 분석과 위원회 보고를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무엇이든 행동을 취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정의했다.
스탠퍼드대학교 경영과학 교수 로버트 서튼은 혁신을 위한 규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성공과 실패를 포상하라.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경우는 처벌하라.'
p.121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무지와 자신감뿐입니다. 그러면 성공은 떼어놓은 당상입니다."
- 마크 트웨인이 푸트 부인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p.129
정치에서부터 천재지변, 스포츠,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례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자신감은 만족스러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장치다. 성공 사례라면 그것을 건전한 자신감의 결과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었다고 하면 대부분 수긍한다. 그런데 실패한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감이 지나쳐서 그렇게 된 거라고 여긴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하지만 않았더라면 잘해냈을 거라고 말이다.
p.144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상대적인 성과와 결합돼 있는 경우, 자신에게 박차를 가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 이상의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것이다. 과장된 수준의 자신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그저 유용한 정도를 넘어 경쟁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는 필수적 요소가 된다.
문제는 미리 이런 수준의 자신감이 필요한 상황인지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공식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흔히 일이 벌어지고 난 다음 추론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좋은 것으로 판가름되면 우리는 자신감의 수준이 적당했다고 결론 내린다. 그러면 건전한 자신감이 철철 넘치게 된다. 상황이 안 좋은 것으로 판명되면 우리는 자신감이 너무 과했거나 너무 부족했다고 단정 짓는다.
실제로도 빠져나가기 쉬운 흔한 방법이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적절한 수준의 자신감을 결정하는 일은 과거의 성취와 단순히 비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결과에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물론 경쟁의 특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 성과가 상대적이고 기울기가 큰 경우라면, 매우 높은 수준의 자신감은 지나친 게 아니라 필수적인 요건이다.
p.166
더 중요한 일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질문들을 제기하는 것이다. 기저율은 주어지는가 찾아야 하는가? 기저율은 고정 수치인가 아니면 변동 수치인가? 만약 두 질문에서 후자의 경우라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가? 현실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 인지적 편향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보다 이런 질문들이 궁극적으로 더 중요하다.
p.191
최고의 골프 선수들은 그저 연습만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계획적인 연습을 하는 것이다.
p.194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는 결정을 하고 난 후 성공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수단적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선택한 목표가 바람직하며 달성가능한지 등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은 피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해봐야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결단력과 의무감의 수준을 떨어뜨릴 뿐이기 때문이다."
수단적 사고방식은 그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것들에 초점을 맞추게 하고 의심을 날려버리도록 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얼마만큼 자신감이 적당하고 얼마만큼이 과한가라는 질문에 정확한 자신감의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다. 낙관주의나 자신감이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상태를 유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높였다 낮췄다 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실행의 순간에는 높은 수준으로 자신감을 강화해야 하지만, 피드백으로부터 배우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는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p.197-198
우리는 골프가 왜 자신감의 게임인지 확인했다. 마크 오메라가 말했던 것처럼 공이 들어갈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퍼팅을 하려고 서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샷을 하기 전에 골퍼는 문제를 객관적이고 치우침 없이 바라봐야 한다. 핀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고, 바람의 세기는 어느 정도며, 잔디의 길이는 얼마나 되나? 이런 요소들을 모두 감안할 때 어떤 샷을 해야 할까? 좀 더 먼 거리에 적합한 5번 아이언 클럽이 나을까 아니면 좀 더 높이 칠 수 있는 6번 아이언이 나을까? 이런 질문들은 계획적인 사고방식을 요하며, 희망적 사고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일단 클럽을 고르고 골퍼가 자세를 잡고 나면 초점은 전환된다. 이제 (단 한 번 뿐인) 이 샷을 완벽하게 실행하는 것만 남는다. 수단적 사고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샷을 한 이후, 공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난 다음에는 치우침 없는 관찰의 상태로 돌아와야 한다. 오늘 내가 너무 길게 치고 있는지 아니면 샷이 평소보다 짧게 떨어지고 있는지. 내가 최고의 게임을 펼치고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든 보완해야 하는지. 환상이나 왜곡 없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그리고 또 클럽을 쥐고 자세를 잡게 되면 수단적 사고방식으로 돌아간다. 다시금 골퍼는 이 샷이 완벽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 샷을 내가 바라는 대로 구사할 거라는 믿음 말이다.
p.201
최선의 샷을 결정하는 일은 계획적인 사고방식의 문제였다.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고, 경쟁 상황을 판단하며, 아직 경기해야 하는 홀들을 염두에 둬야 했다. 위험한 샷을 시도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난 다음 미켈슨의 생각은 수단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됐다. 후에 그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차단해야 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 그러니까 갤러리를 비롯해 가족과 친구들, 심지어 캐디조차도 레이업 샷을 원했다는 사실 말이죠. 멋진 스윙을 구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습니다. 그런 샷을 해낼 수만 있다면, 공은 나무 사이를 뚫고 날아가 그린 위에 떨어질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p.208-210
비즈니스에서 어떤 결정은 계획적인 연습에 기분 좋게 들어맞지만 또 어떤 결정은 그렇지 않다. 기업의 운영뿐 아니라 고객 서비스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상적인 활동들은 계획적인 연습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이것이 다양한 제조 기법의 핵심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카이젠(Kaizen)'의 본질이다.
이 시스템은 '계획-실행-조치-점검'이라는 통제 절차를 갖추고 있다. 한 번의 사이클에 걸리는 시간이 짧고 거듭 되풀이된다. 피드백은 신속하고 구체적이므로 다음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품질이나 결함의 평가든, 다른 운영상의 조치에 대한 평가든 간에 성과는 절대적이다. 어떤 성과를 낼 지는 다름 아닌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 밖의 다른 활동일 경우 계획적인 연습이 제공하는 혜택은 그다지 분명하지 않다. 소프트웨어 시스템 판매 사례 외에도 무수한 예들이 있다. 신제품을 도입한다고 생각해보자. 전체 과정은 몇 달 심지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결과가 나올 무렵이면 타사의 다른 제품들이 출시됐을 것이다. 게다가 성과는 부분적으로나마 상대적이다. 신제품이 성공하지 못헀다면 우리가 일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경쟁 업체가 더 나은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인가?
또는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했다고 가정해보자. 몇 년 정도는 지나야 성공했는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힘 뿐 아니라 경쟁자들의 행동을 포함해 수많은 요소들이 우리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까닭이 고객의 요구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 덕분인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유리한 여건 덕분인가?
p.216
"지휘관의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면, 그가 부하들에게서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 스탠리 큐브릭, <영광의 길> 중
p.227-228
"리더는 기대하는 목표를 정한 다음에는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망설임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크랜즈는 자신의 역할을 환자에게 집도하는 심장 전문의에 비유했다.
"환자의 가슴을 열고 첫 절개를 하려는 데 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고 해봅시다. 당신이라면 자신감 없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싶겠습니까?"
훗날 자신의 회고록에서 크리스 크래프트도 같은 관점을 보였다.
"관제 센터 팀원들 모두 자기 몫을 다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만약 우리가 그들을 귀환시킬 수 있다면', '만약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과 같은 식의 얘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것은 결코 만약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유일한 문제였따. 이런 자신감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
영화 <아폴로 13>을 보면 백악관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무사 귀환할 확률이 몇인지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진 크랜즈 역을 맡은 에드 해리스는 그 질문을 일축해버리고 알려주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닉슨 대통령에 대한 예의 때문에 크랜즈의 동료들이 무사 귀환 확률이 1/3에서 1/5 사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진 크랜즈에게 실제로 그런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물었다. 그는 계획과 준비 단계에서는 분명히 확률을 고려하지만, 그 단계가 지나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이륙 전에 우리는 임무 설계, 궤도, 물자 등의 성과를 다루면서 대부분의 경우 '3 시그마'를 목표로 잡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륙하고 나면 미션에 관해 더 이상 확률을 따지지 않습니다. 비행 총 잭임자로서 나는 아폴로 13호의 승무원들이 귀환하는 데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 기억에는 백악관 참모가 무사 귀환 확률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때 나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승무원들은 귀환할 것입니다"라는 게 내 대답이었습니다.
p.235-236
왜 진정성은 의심을 낳는 걸까?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서로 상반되는 우리의 마음 중 어느 게 진정한 것인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올랜도 패터슨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의 문제에 비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이웃과 직장 동료들이 진정한 성차별주의자인지, 인종차별주의자인지, 노인차별주의자인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정중하고 사회성 있으며 성실한가 하는 점입니다. 성실성의 기준은 명확합니다. 그들이 약속을 지킬 것인가? 우리가 암묵적으로 타결한 합의를 그들이 존중할 것인가? 그들의 따뜻한 표현이 의도적인 선의에서 나오는 것인가?"
우리는 투명성 정직성 진정성 같은 낱말을 좋아하지만, 리더의 궁극적인 책임은 사람들을 결속해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높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해야 할 때 리더가 사실을 모조리 알려줘서는 안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낙담하게 만들고 패배주의를 초래할 수 있는 정보라면 공개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우리가 앞에서 살폈던 사이클 실험과 비슷하게, 리더는 과거에 이룩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사람들을 속여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p.238-239
이것이 역설적인 점이다.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결정은 더 복잡해지고 결과를 산출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리더를 평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모든 자리 중에서도 특히 최고의 자리에서 내리는 결정은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므로, 어떤 결정보다 그런 결정을 평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라케시 쿠라나 교수는 최고경영자 선정에 관한 연구를 맡았을 땢, 유능한 임원에게 높은 급여가 지급된다는 명백한 사실과 엄격하고 객관적인 임원 평가 기준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 최고경영자 선정 방식이 결함투성이인데다 대단히 주관적인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최고경영자 물색 과정을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찾는 비합리적인 과정"이라고 표현하면서,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마지막에는 어떻게든 정당화시킬 수 있는 이사회의 선택 의식으로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가장 쉽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리더들은 대체로 그들이 내린 결정의 우수성에 대한 평가를 받지 않으며, 좋은 리더에 대해 세상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부합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평가받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로 선택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내린 결정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고, 별의별 요인들 때문에 헷갈리기 일쑤기 때문에 명확한 평가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에 초점을 맞춰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유능함과 연관 짓는 행동, 그 중에서도 결단력 있게 보이는 행동을 취하려고 부단히 애쓴다. 제임스 마치와 주어 샤피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영자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받게 된다. 경영자는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통념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조직의 변화를 일으키는 편향을,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는 편향을 갖게 된다."
p.242-243
끈기 있게 보이고자 하는 바람은 의사결정자들이 왜 패배하는 수순의 행동 방침에 점점 몰입하게 되는지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는 1970년대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의 정책을 설명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관심을 끌었다. 1965년 지상군이 투입됐지만 진전이 없자 추가 병력이 투입됐는데, 1969년까지 미국은 50만 명이 넘는 병력을 베트남에 동원했으며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어쩌다 그 지경이 됐을까?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내린 조치였다. 각각의 병력 증원 결정은 현명한 것처럼 보였다. 전쟁에서 손을 떼자는 결정이 오래 전에 내려졌어야 한다는 사실이 명백한 시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병력 증원이라는 우를 범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당시 병력 추가 조치를 취하지 말아야 하는 시점을 파악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스토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하나의 방침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따라서 그들은 조직이나 사회 속에서 일반적으로 성공적이라고 보는 행동을 본받아 자신의 행동을 형성하게 된다."
사소한 조치를 겨우 한 번 취한 다음, 조직의 기강을 잡아가며 그것을 고수하는 것이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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